‘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에 올해 9월 초에 불이 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은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완전히 꺼졌다고 한다. 구룡마을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925년이라고 하니 역사가 100년이나 된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당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이 구룡산 자락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구룡마을은 서울 최대의 판자촌 중 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25년 SH공사에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재개발을 거쳐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나는 강남에서 중학교에 다녔는데 우리 반에 구룡마을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기억이 안 나니까 태경이라고 하겠다. 태경이는 만화가 이현세 화백이 그린 ‘까치’ 같은 더벅머리에 눈이 크고 순한 아이였다. 태경이는 학교에 잘 오지 않았다. 당시에는 종이로 된 학급일지라는 것이 있었고, 내가 우리 반 서...
2025.10.2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