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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 [요리에 과학 한 스푼]간짜장을 바로 볶는 이유
    간짜장을 바로 볶는 이유

    인천에서 강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 이곳 차이나타운에서 먹은 맛있는 짜장면이 떠올랐던 것이죠. 저처럼 바쁜 도시 서민에게 짜장면만 한 요리가 또 없습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문하면 금세 나오기 때문이죠.짜장면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했습니다. 밀가루와 콩을 숙성시켜 만든 검은색 장을 볶은 후 면 위에 부어 먹는 요리였죠.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서 서민 요리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먼저 장을 만들 때 캐러멜 색소를 첨가했습니다. 그러면 오랫동안 숙성시키지 않아도 검은색을 낼 수 있고 달콤함 또한 가미됩니다. 이렇게 만든 것을 춘장이라 부릅니다.또 다른 변화는 전분물을 사용한 것입니다. 짜장 소스는 먼저 춘장을 충분한 양의 기름에 볶다가 돼지고기, 양파, 양배추 등을 넣고 더 볶아 만드는데 이때 중간중간 전분물, 즉 전분을 물에 푼 것을 투입해...

    2025.10.16 20:23

  • [요리에 과학 한 스푼]국수와 파스타
    국수와 파스타

    유럽 출장 중에 하루는 동료들과 파스타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국수와 유럽 파스타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특히 식감의 차이가 주제였습니다.국수와 파스타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밀가루는 매우 특이한 식재료입니다. 단순히 물을 첨가해서는 물과 잘 섞이지 않지만, 물리적인 힘을 가해 반죽하면 물과 균일하게 섞인 상태가 되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 때문입니다.이 두 단백질은 반죽 과정에서 서로 섞이면서 결합하는데 그러면 마치 그물과도 같은 망상구조를 형성합니다. 참고로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섞여 있는 상태를 글루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글루텐의 망상구조는 그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 힘에 저항하는 탄력성을 갖는데, 밀가루 반죽의 쫄깃함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편 이와 더불어 보습성이라는 성질 또한 갖습니다. 마치 물고기들이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반죽 내부로 ...

    2025.09.18 20:06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식품 유통의 혁신, 냉장고
    식품 유통의 혁신, 냉장고

    식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온도와 수분이 중요합니다. 부패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보통 5∼70도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보관 온도를 4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생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수분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건조나 염장을 하기도 하지만, 냉동을 해도 미생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수분이 감소하기 때문에 부패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가장 오래된 냉장 수단은 빙고(氷庫), 즉 얼음창고입니다. 문헌상으로는 기원전 18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겨울철 강의 얼음을 잘라 보관했다가 필요하면 꺼내 사용했다고 합니다.오늘날과 같은 냉장 방식은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윌리엄 컬런이 처음 고안했습니다. 그는 액체가 기체 상태로 되기 위해서는 주위의 열을 흡수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몸에 물을 바르면 물이 증발하면서 시원해지는 원리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지요...

    2025.08.21 21:16

  • [요리에 과학 한 스푼]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

    ‘먹는 행위(食)’와 관련해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해보면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인데,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기본적으로 식(食)을 통해 얻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1930년대 유명 라디오 진행자이자 건강식품 전문가였던 빅터 린들라가 인용해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습니다.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세포입니다. 인간의 경우는 약 30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이 세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노화가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 그 수명이 유한한 것인데요, 수명이 다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가 진행됩니다. 그래야만 생명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죠.2021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그 교체 주기가 평균 약 80일입니다. 80일이 지...

    2025.07.24 21:37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작은 컵에 담긴 과학
    작은 컵에 담긴 과학

    한밤중에 갑작스럽게 출출해져 부엌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작은 컵라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포장을 뜯어 뜨거운 물만 붓고 기다리면 되니 갑작스러운 허기를 달래기에 이만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매우 단순해 보이는 요리 안에도 사실 꽤 많은 과학적 원리들이 숨어 있습니다.1966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는 자신이 만든 라면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을 순회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그는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슈퍼에서 만난 고객이 라면 샘플을 조리할 적당한 그릇을 찾지 못하자 라면을 조각내어 종이컵에 담고는 끓는 물을 부은 후 포크로 먹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컵라면 개발에 착수하게 되죠.먼저 컵라면은 일반 라면보다 조리 시간이 짧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에 전분을 첨가했는데, 전분은 수분을 잘 흡수해 밀가루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골고루 익는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입니다. 게다가 전분은 면발을 더...

    2025.06.26 21:38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주방에 금속이 많은 이유
    주방에 금속이 많은 이유

    조리 도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들 가운데 하나는 열을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식재료를 담아 조리하려면 아무래도 열전달이 빠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죠. 금속은 특히 이 능력이 뛰어난데, 순위를 매기자면 은·구리·금·알루미늄·철·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순입니다.모든 물질들은 그 내부를 확대해보면 아주 작은 원자들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자들은 그 중심부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보통은 외부의 전자들이 원자핵에 의해 단단히 붙들려 있어 그 움직임에 제한이 있지만, 금속은 특이하게도 가장 바깥의 전자들이 다른 원자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자유전자라 부르기도 하죠.금속이 전기를 잘 통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전자들이 ‘자유롭게’ 전기를 실어나르기 때문입니다. 금속의 열전달이 빠른 이유 또한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유전자는 전기뿐만 아니라 열 또한 잘 전달하는 것이죠. 물질이 외부의 에...

    2025.05.29 20:57

  • [요리에 과학 한 스푼]탕수육은 왜 ‘부먹’인가
    탕수육은 왜 ‘부먹’인가

    얼마 전 지인과 함께 방문한 브런치 카페에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요리를 발견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프렌치토스트 같지만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빵인지 달걀요리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두 재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죠. 오래전 한 요리사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비법은 빵을 균일하게 잘라 건조기에서 완전히 건조한 뒤 우유 등을 함께 넣은 달걀물에 하루 이상 담가 달걀물이 빵 안으로 충분히 침투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중간 불에서 겉을 빠르게 익히고 안쪽은 오븐에서 서서히 익힌다고 했습니다.지인과 프렌치토스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탕수육이 떠올랐습니다. 평소 탕수육은 ‘부먹’이라 주장해 온 저의 입장에서 인용할 만한 또 하나의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탕수육 같은 튀김요리와 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표면과 내부에 작은 구멍이 무수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를 다공성 구조라고도 합니다....

    2025.05.01 20:17

  • [요리에 과학 한 스푼]마법의 밀가루
    마법의 밀가루

    오랜만에 집에서 튀김요리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오징어, 굴, 고구마 등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합니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튀김옷을 만들 차례입니다. 원래는 밀가루만 쓰는 편이지만 오늘은 튀김가루를 사용하려 하는데, 적은 양의 기름만으로도 훌륭한 튀김이 가능하다는 광고에 이끌려 구입한 제품입니다. 고구마나 야채 튀김은 기름을 얕게 두르고 부침을 하듯 튀기고, 해산물류는 기름을 좀 더 많이 넣고 본래 방식으로 튀길 생각입니다.사실 튀김은 간단한 듯 보이지만 꽤 내공이 필요한 요리입니다. 특히 튀김옷을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죠. 밀가루의 종류, 휘젓는 강도와 시간, 수분의 양, 반죽의 온도와 보관 시간 등 많은 변수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자칫 눅눅하거나, 너무 기름지거나, 아니면 딱딱한 튀김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튀김가루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적당량의 물을 넣고 휘저어 튀김옷을 만들기만 해도 꽤 괜찮은 품질의 튀김을 만들 수 있기...

    2025.04.03 21:02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우주에서도 튀김을
    우주에서도 튀김을

    제가 근무하는 과학관에서 높이 47m에 이르는 거대한 로켓 모형 설치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성공적인 누리호 발사를 기념해 이뤄지는 사업인데요, 그 웅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 대한민국의 과학기술력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달에도 가고, 그리고 더 먼 우주까지 진출할 날이 오겠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우주에서는 어떤 요리를 해 먹을까?초기에는 우주선의 비좁은 내부 환경을 고려해 휴대성과 보존성을 강조한 간편식 형태의 요리들이 주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멀리 심우주를 탐사하거나, 영구적인 정착지를 건설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간편식만 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인공적으로 환경을 조절하며 식물을 재배하거나, 세포배양으로 육류를 생산하는 기술 등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식재료를 구한다고 해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지구와는 다른 환...

    2025.03.06 21:11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어묵탕이 더 감칠맛 나는 이유
    어묵탕이 더 감칠맛 나는 이유

    길을 걷다가 진한 음식 향기에 이끌려 고개를 돌려보니 분식집 앞 꼬치 어묵들이 뜨거운 육수에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깊게 우린 듯 먹어보지 않아도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향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무를 비롯해 각종 채소가 더해지면서 시원한 맛도 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 어느새 어묵 꼬치 몇 개를 시원한 국물과 함께 해치워버렸습니다.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어묵은 기원전 3세기경 중국의 진시황 시절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진시황은 생선 요리를 좋아했으나 가시는 몹시 싫어해서, 요리를 먹다가 가시가 나오면 요리사를 바로 처형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개발된 메뉴가 바로 생선살만 발라내어 둥글게 반죽한 어묵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탕의 형태로 끓여내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이 어묵을 어환(魚丸)이라 부릅니다.이 요리가 일본으로 전래되어 초기에는 굽거나 찌는 형태의 가마보코로 발전하다가, 기름 생산이 급격히...

    2025.02.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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