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1년 음력 8월 마지막 날, 예안현(현 안동시 예안면)에 사는 김령은 멀리 담양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해 초 예안현감으로 재직한 나무송이 보낸 편지였다. 그는 갑자기 파직을 당해 고향 담양으로 돌아간 후, 현감 시절 친분이 깊었던 김령에게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전했다. 김령도 지역 송사를 잘 처리했던 나무송의 파직이 의아한 터였다.나무송이 예안현감으로 재직하던 1631년 봄, 예안현에서는 소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워낙 작은 고을이어서 외지에서 온 도둑이 아니라면 범인은 쉽게 잡힐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난당한 소는 흰 점이 뚜렷해서, 예안현 내에 있는 소를 조사해 찾으면 일은 쉽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무송의 적극적인 수사에도 한동안 흰 점이 있는 소는 눈에 띄지 않았다.고을 내에 새로 소를 구한 집이 있기는 했다. 김시익이라는 사람의 여종과 그의 남편이 소를 새로 구했다면서 관아에 고하고, 그 사실에 대한 입안(立案·어떤 사실에 대한 내...
2025.10.22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