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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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장식된 청년, 배제된 목소리 사기꾼들이 상대를 속일 때 가장 먼저 꺼내는 무기는 ‘칭찬’이다. “이런 좋은 집은 드물어요, 안목이 있으시네요.” “선생님이시니까 원가에 드릴게요.” 결함이 있는 상품일수록 말은 달콤해진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화려한 말로 허점을 감춘다. 요즘 우리 사회가 청년을 다루는 방식이 이와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열린 ‘청년의날’ 행사를 돌아보면 더욱더 그렇다. 지자체와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청년에게 공감하고 위로한다” “청년들의 정책 토론 배틀을 유심히 경청했다” “의사결정 자리에 청년을 앉혔다”고 자랑했다. 위로, 응원, 경청, 존중. 어느 하나 문제 될 단어는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외치던 10여년 전보다 훨씬 세련돼 보인다. 하지만 그 말들이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가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말’ 리스트를 정해놓기라도 한 듯 모두가 똑같은 문장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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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숫자보다 시선을 담는 청년주거 정책을 기대하며 새 정부 출범 후 첫 ‘청년의날’인 오는 20일 전후로 종합 청년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거 대책만큼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 지난 7일 공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 정부 부처 중심의 논의에서 드러난 ‘청년 주거’ 대책은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낡은 해법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청년 주거 정책은 단순히 집을 몇채 더 짓겠다는 실속 없는 선언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립·안전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청년주택 몇만 가구, 기숙사 몇채” 등 단순한 숫자 중심의 처방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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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풍성하고 안전한 도시를 기대하며 지난주 종료된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새 정부의 과제로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및 제도 개선’이 다각도로 검토되었다. ‘사회주택’이란 공익을 목적으로, 민간(비영리·사회적경제 등)이 공급·운영하는 주택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집 짓는 건 공공이 다 하면 되지, 민간이 꼭 함께해야 할까? 아파트 단지가 아닌 곳에서 산다고 상상해보자. 늦은 퇴근길, 골목이 어둡다. 가로등 불빛이 성기게 비치고, 지나가는 낯선 사람의 발걸음이 신경 쓰인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나 복지관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경우가 많다. 전세사기 뉴스가 머릿속을 스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찰이 1초도 빈틈없이 순찰하거나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들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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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국민주권이라는 말이 비어 있지 않으려면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는 이름을 내건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제도 안에서 반영하겠다는 다짐이다. 실제로 국정기획위원회 아래 ‘국민주권위원회’가 설치되고,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모두의 광장’이라는 채널도 운영 중이다. 시민이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며, 반영하는 구조를 우리는 ‘시민참여 거버넌스’라 부른다. 2010년대 후반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서울시 시민참여 예산제, 청년정책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 참여 거버넌스는 여러 분야에서 무력화됐고, 일부는 사실상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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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74.1%에 갇힌 청년, 마이크는 어디에 있나 예상 가능했던 제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보다 더 뜨거웠던 건 ‘청년’을 둘러싼 논쟁이었다.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의 비율이 74.1%에 달하자 이목이 집중됐다. 내란에 동조하거나 생중계 토론회에서 저열한 혐오 발언을 내뱉은 후보들이었기에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가”를 묻는 분석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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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선언 위주의 약속들, 또 5년을 잃을 것인가 다음주에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탄핵 이후 시간이 빨리 흘러서가 아니라,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임에도 정책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두 번의 TV토론까지 마친 지금, 남은 일주일 동안 공약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들지 않는다. 전세사기 대응 공약만 봐도 그렇다. 아예 관심조차 없는 내란 정당의 후보는 차치하고, 이재명 후보가 내건 ‘보증제도 개선’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은 구체성이 너무 부족하다. 다양한 피해 유형을 반영한 구제안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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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꼭 ‘신혼’인 ‘부부’로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면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여느 때처럼 수백만 가구 주택 공급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조세나 개발 규제처럼 논쟁이 예상되는 정책과는 달리, 부담 가능한 주택을 많이 짓겠다는 약속에 반대할 유권자는 드물다. 남발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택 공급 대상을 설정하는 기준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혼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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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광장의 울림을 시민의 언어로 지난주 금요일 열린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토론회는 광장 밖에 있던 청년 시민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탄핵 이후 시민들과의 소통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인터뷰 참여 청년 중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계엄 정국에서 벌어진 ‘줄탄핵’이라는 방식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 모두는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극우주의 세력의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인데도 인터뷰어의 “안심했다”는 소회는 현재 시국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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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광장의 시야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목소리 시국 대응을 위해 24개 청년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은 탄핵 찬성·반대 집회 모두에 참여하지 않은 청년들을 인터뷰하는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상이 바빠 집회에 참여할 여유가 없는 노동자, 탄핵안 가결 후 집회가 끝났다고 인지한 청년, 서울 중심의 집회 환경으로 인해 참여가 어려운 비수도권 거주자까지. 광장의 바깥에서 계엄 정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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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그들의 시계는 여느 때처럼 돌아가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도 새해가 시작된 것 같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내란동조 세력들은 여전히 버티고 있고, 서울서부지법에서는 끔찍한 폭동이 자행됐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계엄 정국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상식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하지만 계엄 세력과 싸운다고 해서 세상의 시계는 멈춰주지 않기에,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무수한 일들이 소리소문 없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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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사고가 아닌 시스템의 실패를 바로잡아야 2016년, 친형인 고 이한빛 PD가 방송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후, 업계 노동환경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과로사를 비롯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에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야근 후 심야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단순 교통사고로 볼 수도 있지만, 교통량 대비 사고와 사망 비율이 심야 시간대에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 자정 이후 퇴근이 일상화된 업무환경을 고려하면 단순히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시스템의 문제를 방치한 결과로, 업계의 누구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구조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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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고단하더라도 같이 챙겨서 나아가기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황당함과 공포가 뒤섞인 두 시간이었고, 이후 동이 트기 전까지 차가운 겨울밤을 마다하지 않고 거리로 나선 시민들 덕분에 안도와 감동, 그리고 자부심으로 밤을 지새웠다. 붕괴 위기에 놓인 국가를 시민의 손으로 버티고 지켜냈지만, 국민의힘은 마지막 책임마저 저버리고 내란의 공범이 되기를 선택했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윤석열과 그의 친위부대를 온당히 처벌할 때까지, 시민들은 언제까지나 힘을 모아줄 것이기에 두렵지는 않으나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