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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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얼마 전에 지인이 보내준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허경영의 하늘궁에 대한 내용인데 작년에 TV에서 방영했던 것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몸에 좋다며 ‘불로유’를 집에 1000병 이상씩 쌓아놓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불로유는 그냥 보통 우유인데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난 것이란다. 그런데 우유병에 ‘허경영’이라는 글씨만 써 놓으면 만병통치약이 된다고 믿는다. 부패한 우유를 매일 마시면 몸에 지극히 해로울 수밖에 없고 결국 그걸 먹다 죽는 사람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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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교육부 장관, 정말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동안 정권마다 교육부 장관 자리를 교육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맡아 왔다. “교육정책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말이 현실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기야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다 교육 전문가다.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과 자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나름의 일가견들을 갖고 있다. 지난번 장관 후보자는 대학 총장 경력을 가진 분으로 논문 표절 등의 흠결이 드러나는 바람에 낙마했다. 실은 이분까지 포함해 대학교수들 대다수는 (교육기관에 종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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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현대는 과학의 여명기 흔히 현대는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과학의 여명기에 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과학기술이 본격적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백년 전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이집트 문명이 피어난 지 5000년이 넘었고 튀르키예에서 발견된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 유적은 지어진 지 1만2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왔지만 과학의 힘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년 전이다. 그 이전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대다수 사람의 일상생활은 5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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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고등교육 지방 국립대 총장 경력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자녀 불법 조기유학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 도덕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나에게는 그분의 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대학교수들은 교육기관에 몸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초중등 교육에 관해서는 문외한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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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이승만과 박정희의 퇴장을 바란다 우리 사회에 대한 나의 최대 관심사는 늘 교육이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교육 덕분이다. 그런데 신성한 학교에서 ‘리박스쿨’이라는 극우 성향의 정치단체가 늘봄학교를 통해 자기들이 믿는 역사관을 교육했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 아직도 이념에 몰입돼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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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문제는 대입이 아니고 고입이다 얼마 전에 어떤 분이 SNS에 대학입시에 대한 파격적인 제안을 올렸다. “대학입시 자체를 없애고 추첨으로 선발하자”는 제안이었다. 학생들이 과다한 경쟁과 학습에 내몰리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지만 그동안 종종 듣던 얘기라 그리 신선하지도 않고, 수반될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들이 염려된다. 영재교육과 엘리트교육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으로, 대학입시 전면 폐지보다 훨씬 덜 과격하면서도 현실적인 정책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동안 슬쩍 없어진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를 다시 불러오는 것이다. 교육 문제에 대해 논할 때 주로 대학입학시험 제도가 도마에 오르지만 실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과다 학습과 사교육에 시달리는 불쌍한 아이들은 고등학생들이 아니라 그보다 어린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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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학문? 얼마 전에 출간한 책에서 “수학은 수천년간 지식을 축적하며 발전해 온 유일한 학문이다”라는 말을 썼다. 어떤 분이 이 책에 대한 리뷰를 SNS에 올렸는데, 이 책 내용이 아주 좋지만 흠이 한 가지 있다며 내가 쓴 이 말을 지적했다. 인문학과 철학의 역사를 너무 무시한 것 같다고 한다. ‘이 말’은 과연 좀 지나친 말일까? 내가 한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오래된 학문들도 많은데 오직 수학만이 오래된 것처럼 말하는 건 좀 이상하다고 느낀다. 실은 나는 약 30년간 수학사 강의를 해 오면서 강의 첫 시간에 반드시 이 말을 강조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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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합리적 사고는 인정할 건 인정하는 태도로부터 우리나라 대학 입학생들의 평균적인 수학 실력은 아마도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한쪽으로 편중돼 있다. 계산을 하고 답을 구하는 것은 잘하지만, 정작 수학교육의 근본 목표인 논리적 사고력 부분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집합론’과 ‘수학논리 및 논술’이란 과목을 강의하면서 내용의 수준을 파격적으로 낮추어도 학생들은 힘겨워한다. 학생들은 아주 간단한 것조차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서술하거나 답을 찾는 것을 어려워한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어려워한다기보다는 논리를 만나면 뇌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 왜 논리를 만날 때 뇌정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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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계몽령’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에는 세상이 시끄러워서 도대체 연구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그동안 수학자로서 일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살아왔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평온했던 나의 가슴에 풍랑을 일으킨다.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상해서 요즘에는 잘 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도 걱정이지만 일부 국민들의 극우화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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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성과에 집착하는 교육부 장관 얼마 전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한다”고 발표하였다. 국회가 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박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분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도입을 반대하는 교사들이 많은 상황인 데다, 교과서 개발에 이미 수십억원씩을 쓴 출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사태가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 장관이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충분한 연구와 준비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학 교사 중 90% 가까이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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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판단력과 분별력이 중요하다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판단력과 분별력은 우리의 행복지수, 건강(수명), 경제 상황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안녕과 발전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나는 판단력과 분별력의 신장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작금의 국가 위기 상황도 국가 지도자급인 사람들의 판단력과 분별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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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AI의 수학 정복 최근에 오픈AI가 출시한 인공지능(AI) 모델인 챗GPT-o1은 그 이전 모델인 챗GPT-4o에 비해 수학과 언어에 대한 이해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델은 그 전 모델과 달리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전 모델들은 수학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딘가에 그것과 유사한 문제가 있거나, 기하 문제와 같이 어떤 패턴이 있을 경우에만 풀 수 있었던 반면에 이 새로운 모델은 어느 정도는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