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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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공연문화가 좋은 산업이 되려면 지난 추석 연휴에 아들과 함께 QWER이라는 아이돌 밴드의 첫 단독콘서트에 갔다. 기차 시간 때문에 행사장에 몇시간 일찍 도착했음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외국인도 종종 보였다. 긴 대기시간을 거쳐 온라인으로 어렵게 티켓을 예매했고, 현장에서 손목밴드로 확인받고, 공연장 주변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배회하고 굿즈를 기웃거리며 공연 시간을 기다렸다. 옛날처럼 종이 티켓 한 장 들고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입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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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3대 문화권을 아시나요 몇년 전 경북 안동시에서 시민들과 함께 시의 예결산을 공부했다. 당시 안동시의 예산은 해마다 1000억원 정도씩 증가했고 주변 도시들보다 많은 사업비를 썼다. 특히 문화 및 관광 분야 예산이 많았고 그중 큰 항목이 ‘유교 문화권’ 사업이었다. 이 돈으로 안동시는 국제컨벤션센터와 세계유교문화박물관, 한국문화테마파크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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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농민을 계속 열외국민으로 둘 건가 농민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열외국민’이라 부른 지 10년 이상이 지났다. 이 자조 섞인 말은 정부가 농민을 국가 경제의 주체로 여기거나 참여시키며 정책을 세우지 않고, 농정(農政)을 책임지거나 대변하는 정치인도 없는 아픈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면서 농촌은 묘한 공간이 되었다. 농촌에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들이 대도시로 떠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데, 농촌의 일손 부족이 심각하다는 얘기도 매년 나온다. 농산물 가격은 오르는데, 매년 제자리걸음하는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의 비중은 20%도 안 된다. 쌀이 남아돌아서 정부가 앞장서서 벼 재배 면적을 줄인다는데, 매년 쌀 소비량의 10%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농작물을 기르는 곳인데,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식품 사막’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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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규제개혁위원회는 누가 개혁하나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6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이 규칙을 철회하라고 권고했고, 세 번의 재심사를 거친 뒤인 7월17일이 되어서야 개정 규칙이 시행됐다. 이렇게 대책이 미뤄지는 동안, 7월7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발견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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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상상된 성평등 재작년 11월부터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각시는 처가에서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집에서 청소년을 돌보고 살림하는 일은 내 몫이 되었다. 그전에도 1년 반 정도 주말부부 생활을 했었고 이제는 집안일이 손에 익어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그렇지만 주중에 돌봄을 전담하니 바깥일을 예전처럼 하기는 어려워서 오전이나 낮에 나갔다가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밤문화를 잃은 대신 요리 실력과 아들의 사랑이 늘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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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선거 이후의 민주주의 다음주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선출과 동시에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내란의 우두머리가 거리와 영화관을 활보하고 그를 비호하거나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권력을 놓지 않는 상황이라 시민들의 근심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선거 이후에도 정치에 개입하려는 법적인 다툼과 본질을 가리는 혐오는 계속될 듯하다. 여대야소의 상황이 되더라도 지난 정치사를 살펴보면 선거 이후 갈등이 더 심해지거나 그로 인해 정계개편이 이루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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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가 지난 식목일에 열린 ‘체제 전환 충북포럼’에 토론자로 초대를 받아 참석했다. 보통 중요한 토론회나 포럼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열리는데 지역에서도 그런 자리가 마련되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같은 충청북도라도 내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이나 차를 타야 하고, 대중교통 노선이 턱없이 부족해 참여하는 다른 분의 차를 얻어 타야 했지만 에너지를 쓸 만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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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이 폐허를 응시하자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많은 시민이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마음은 지쳐가고, 거리로 계속 나가는 몸도 피곤하다. 그 와중에 무서운 기세로 경북 동북부 지역을 태운 산불은 시민들의 속까지 검게 태웠다.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을 함께 겪고 있는 한국 사회는 위태롭다. 나라 밖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국제정치와 경제 모두 뒤흔들리고 있는데, 우리는 협상의 파트너조차 정하지 못했다. 경색된 남북한 관계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갑작스러운 혐중 정서가 한·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나라 안팎에서 위험신호가 강해지고 있는데 실마리를 찾아야 할 정치는 정쟁의 늪에 빠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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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차라리 교육부를 AI로 대체하자 오늘부터 2025년의 새 학기가 시작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조금 들뜨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첫날이다. 우리 집 청소년도 1년을 함께 보낼 담임과 친구들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집을 나섰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사고 없이 한 해가 잘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첫날부터 이미 혼란이 예고되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기 힘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바로 그 혼란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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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계엄으로 드러난 한국 봉건성 작년 12월3일의 비상계엄 이후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정황이 밝혀지면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단호한 처벌과 신속한 정국 안정은커녕 계엄을 지지하거나 그에 동조해 폭력을 행사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무리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귀족정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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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법괴’와 저항권 느닷없던 비상계엄은 곧바로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과 신속하게 국회로 모인 의원들 덕에 곧바로 해제되었다. 뉴스 시청과 집회의 피로에 시달리며 기다리던 탄핵소추안도 어렵사리 가결되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마음이 좀 편해져야 하는데,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조마조마하다. 심지어 윤석열과 그 일당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정부는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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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사회통념과 알권리 지난 10월29일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청구를 받지 않을 기준을 마련해 담당자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행정력 낭비를 막겠다는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정부의 피로도를 무시하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