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잇단 해킹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놨다. 해킹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급증하자 ‘해킹과의 전쟁’에 나선 것이다. 중요한 건 실효성이고 실천이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해킹 예방과 대응 역량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기업 신고’ 없이도 해킹 정황이 있을 경우 정부가 현장조사에 나설 수 있고, 보안 의무 위반 시 과태료 등 처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해킹을 당하고서도 늑장 신고하거나 쉬쉬하다 피해를 키우는 일이 반복되자 강력한 ‘채찍’을 든 것이다. 또 공공·금융·통신 등 대다수가 이용하는 1600여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보안 점검도 추진한다. ‘소비자 중심의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해킹 사고 시 소비자 입증 책임 부담을 줄이고,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보안 인증 제도의 사후 관리 강화 방안도 담겼다. 나아가 정부는 중장기 과제를 망라하는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을 연내에 수립하기로 했다.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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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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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 보안 예산부터 확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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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간부들의 ‘포고령 위헌’ 묵살한 박성재 구속해야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여러 간부들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했으나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이 묵살했다고 한다. 계엄포고령 내용을 구체적으로 문제삼은 이도 있었다. 이런 사실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법무부 전현직 간부들이 최근 조은석 내란사건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했다.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포고령 내용을 몰랐다는 박 전 장관 말은 새빨간 거짓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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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스캠’ 총책 수배자 놓친 한국 대사관, 제정신인가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로맨스 스캠 조직의 총책에게 ‘적색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그대로 풀어줬다고 한다. 여권 연장을 위해 제 발로 찾아온 중범죄 수배자를 신고하기는커녕 눈앞에서 놓쳤다니 말문이 막힌다. 로맨스 스캠 조직 총책 A씨는 지난해 11월 한국대사관을 찾았다가 경찰 영사로부터 수배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자수하겠단 A씨 말만 듣고 신고도 하지 않고 귀가시킨 대사관 측이 자수를 하지 않자 경찰에 뒤늦게 알리면서 A씨는 3개월 뒤에야 체포됐다. A씨와 그의 부인은 연애를 빙자한 120억원대 투자사기를 벌여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대사관 측은 체포권이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국 안이한 대응으로 해외 체류 중범죄자의 도주를 도운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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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여적
일본유신회의 ‘연방제’일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사적 인물로 꼽히는 사카모토 료마(1836~1867)는 에도시대 말기 하급 무사 출신으로,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본 근대화 출발점인 메이지 유신에 기여했다.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가 1960년대 신문에 연재한 소설 <료마가 간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됐다. 자민당 장기집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민주당 정부가 미·일 갈등,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비틀거리던 2010년대 초반 일본은 료마가 활약하던 난세를 방불케 했다.오사카의 빈민가 출신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56)는 이 무렵 ‘현대판 료마’로 각광받던 인물이다. 변호사 시절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뒤 2008년 38세 나이로 오사카부(府) 지사 선거에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고, 만성 적자인 오사카부 재정을 2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2010년 4월엔 지역정당 ‘오사카유신회’를 창당해 광역단체장과 당대표를 겸했고, 2011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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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민 칼럼
차라리 강남 학교를 헐어 아파트를 지으라 -
정동칼럼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일까 -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아빠 힘내세요 -
송현숙의 공통감각
시행 10년, ‘이준석 방지법’을 아십니까 -
역사와 현실
감찰권의 이상한 능력 -
직설
어둠에서 보기
경향신문 주요 필진
최신 기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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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
씨앗으로 미래를 꿈꾼 퓨리오사와 무한나-
손희정
문화평론가
임의진의 시골편지
랑잠 랑잠-
임의진
시인
겨를
내 머릿속의 오케스트라-
유재연
국가AI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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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위대한 이웃
플라멩코 여인, 박재한씨-
김숨
소설가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파시스트 길러내는 교실…교육개혁 출발점은 교사의 정치 참여 확대”-
박재현
논설위원
경제직필
‘AI 거품 논쟁’과 ‘AGI 논쟁’-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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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
4세 고시? 아동학대에 관대한 나라-
정보라
소설가
국제칼럼
세대 전쟁이라는 착시-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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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의 책상물림
스스로 만드는 재앙-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이진우의 거리두기
‘합법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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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
청년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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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중앙극장 앞’ 버스정류장-
노정연
기자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심은 나무-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생각그림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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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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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공연문화가 좋은 산업이 되려면-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이범의 불편한 진실
‘문명의 보루’로서의 대한민국-
이범
교육평론가
김민아 칼럼
박성재 영장 기각, 또다시 ‘법기술’ 용인해준 법원-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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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
유튜브 뉴스와 기성 언론의 공진화-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아침을 열며
누가 오송참사를 지우려 하는가-
송진식
전국사회부장
詩想과 세상
가정방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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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몸이 녹는 한마디-
원유헌
구례 사림마을 이장
강제윤의 섬
국정과제인 여객선 공영제 지연하는 해수부-
강제윤
섬연구소장
지금, 여기
학대 잡는 제3자 녹음, 증거 인정해야-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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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장식된 청년, 배제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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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반복과 누적
모든 분류는 억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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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러닝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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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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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의 내일의 태도
토끼풀 신문사-
복길
자유기고가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국정감사의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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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페로 보는 시선
데마고그에서 유튜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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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성찰
관타나모 기지에 갇힌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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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짜장을 바로 볶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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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다르게 욕망하라-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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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훈의 법과 사회
감옥으로 내몰리는 생계형 노인 절도범-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전중환의 진화의 창
왜 분노를 터뜨릴까-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예술과 오늘
사라져야 할 현수막들-
박영택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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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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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의 초속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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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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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칼럼
정청래 민주당의 ‘유능’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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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묵언
슬프지 않은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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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월회의 아로새김
백성의 고통은 위정자의 안락-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송두율 칼럼
적대적 두 국가론-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학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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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인물과 식물
김환기와 마로니에-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송용진의 수학 인문학 산책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메탄 잡는 착한 규제, 기후와 기업을 살린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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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칼럼
6·3 지방선거 얼굴, 이재명인가 정청래인가-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정인진의 청안백안 靑眼白眼
사법개혁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을 보면서-
정인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새만금 공항 판결의 교훈, 생물 다양성-
조현철
신부·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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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누굴까, 잡채에 처음 당면을 넣은 이는?-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이희경의 한뼘 양생
새벽에 만나는 붓다-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정지아의 할매 열전
엉덩이로 살아낸 세상-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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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이동
섞이는 땀과 정신-
이훤
작가
조희연의 시대사색
‘이중 로컬 정체성’ 가진 생태시민 키우는 농촌유학-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김해자의 작은 이야기
배부른 달, 배부른 여자, 배부른 희망-
김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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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의 문헌 속 ‘밥상’
김장배추 아주심기-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시간의 전설
왜 사진인가-
김지연
사진작가
김경식의 이세계 ESG
기대와 걱정이 중첩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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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관철 칼럼
트럼프의 ‘WTO 걷어차기’가 보여준 것-
오관철
기자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
편지는 사라지고 확성기만 남았다-
황경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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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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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한 손엔 방패, 한 손엔 무기를 든 인류-
이은희
과학저술가
서의동 칼럼
이런 동맹이 왜 필요한가-
서의동
논설실장
정희진의 낯선 사이
소통이 안 되는 이유-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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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칼럼
민주당만 모른다-
이대근
칼럼니스트
박래군의 인권과 삶
무안국제공항에서 하게 된 질문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국민의힘, 사멸의 길을 ‘계속’ 가는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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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세상
실리콘밸리 AI 광풍 속 한국의 현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신경아의 조각보 세상
성평등가족부와 노동부의 협업을 기대하며-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박상훈의 민주주의 시간
윤석열을 양산하는 정치-
박상훈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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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봉석의 문화유랑
뾰족하고 모난 콘텐츠를 만들자-
김봉석
문화평론가
일상 한 그릇
구운 고기든 날고기든 저는 한 점 더 먹겠습니다-
박준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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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준
기자
경향의 눈
민주당은 다수연합의 길을 가고 있는가-
정제혁
논설위원
임지선의 틈
‘노 딜’과 ‘배드 딜’ 사이-
임지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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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의 경제읽기
여전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리스크-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지웅배의 우주먼지 다이어리
우리은하, 아니 우리 은하-
지웅배
천문학자
이상헌의 공평한 어리석음
부쳐지지 않은 편지, 카프카가 트럼프에게-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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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장동혁, ‘윤 어게인’ 공약을 지켜라-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양승훈의 인터페이싱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다수의 사립대-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신주백의 사연史淵
역사의 틈새, 폴란드 문제와 우리 안에 스며든 시선-
신주백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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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해거드의 미국에서 온 엽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현대차 급습까지-
스테판 해거드
UC 샌디에이고 석좌특별명예교수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학살 시대의 복판에서-
황규관
시인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실용외교의 좌표를 찾아서-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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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의 다른 시선들
마른 여자들-
남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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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옆집물리학
천지 차이를 없앤 뉴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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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특파원칼럼
숨겨진 노숙인, 보이는 노숙인-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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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두 번째 의견
삼권분립 운운할 때가 아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복길의 채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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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길
자유기고가
김민아의 훅hook
이준석, 그 압도적 해로움-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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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칼럼
“생큐”도 “셰셰”도 다 필요하다-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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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권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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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의 너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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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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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의 사소한 물음들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송경동
시인
안재원의 말의 힘
성탄 선물로 카타르시스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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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 탄핵연대, 이중권력의 계곡-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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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상
광장을 밝힌 기술-
조경숙
IT칼럼니스트
우석훈의 경제수다방
따스함에 대하여, 김상욱-
우석훈
경제학자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햄버거 넷, 셋업!-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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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명심탐구
다시 만난 세계-‘헬!조선’에서 ‘광장의 파토스’로-
고미숙
고전평론가
김만권의 손길
국민의힘이 벌인 두 번째 쿠데타-
김만권
정치철학자
이슬아의 갈등하는 눈동자
미궁, 빵, 눈물-
이슬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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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의 영화로 세상읽기
공감 지능과 연민의 능력-
강유정
강남대 교수·영화평론가
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책과 출판에 대하여-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경제와 세상
신산업정책 시대와 도전-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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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아빠 힘내세요
“딱 세 살만 덜 먹었으면 저 젊은것들을 확 제꼈을 턴디.” 언젠가 가을 운동회날 1등 상 몫의 노트 세 권을 아깝게 놓친 어머니가 무심코 했던 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황토 먼지 자욱한 운동장, 향나무 아래 앉아 먹었던 붉지도 달지도 않은 우린감과 어머니 탄식이 생각난다. 아마 어머니는 여름방학 내내 아침마다 싸리 빗자루로 학교 운동장 쓸고 받았던 어린 아들의 노트 한 권을 떠올렸음이 분명했다. 그 어머니는 내 세포 하나하나에 미토콘드리아를 가득 남겼다. 세포 발전소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미토콘드리아는 수십년 지난 지금도 근육세포에서 맹활약하며 내 발걸음을 재촉한다.어머니와 아버지는 유전자를 절반씩 섞어 자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그것 말고도 어머니는 따로 여분의 몫을 떼어준다. 짐작하다시피 그것은 미토콘드리아다. 세균만큼 작은 이 소기관에는 과거의 영화를 드문드문 간직한 유전자 몇벌이 있어서 후손의 안위를 알뜰히 보살핀다. 부모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다는 듯이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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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씨앗으로 미래를 꿈꾼 퓨리오사와 무한나
핵전쟁으로 사막화된 22세기, 물과 화석연료를 독점한 독재자 ‘임모탄’이 폐허 위에 군림하고 있다. 호위무사인 ‘퓨리오사’는 압제를 견디다 못해 임모탄을 배신하고 고향인 ‘그린랜드’를 향해 탈출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의 시작이다.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생명이 약동하던 그곳도 이미 사막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푸르른 땅에서 농사를 짓던 ‘어머니들’은 이제 바이크 전사가 되었다. 결국 임모탄을 제거하고 세계를 해방시키기로 한 퓨리오사. 영화는 그가 독재자를 처단하고 ‘시타델’의 요새로 오르며 끝난다.영화는 세계의 해방을 총알이 아닌 씨앗에서 본다.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퓨리오사가 끝까지 손에 쥐고 있었던 건 ‘어머니들’이 지켜낸 씨앗이었다. 씨앗이 품은 내일이란 생명이 다시 자랄 수 있는 땅과 그로부터 먹거리를 얻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공존하는 세계, 그 ‘오래된 미래’가 열어주는 자급과 자치의 삶이다. 10년이나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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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일까
9월 말에 베이징에 다녀왔다. 중국 전승절에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섰던 사진이 떠올랐다. 중국에 모인 20여명 정상들에게 ‘반트럼프’ 말고는 공동의 가치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30여년간 지속된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기반한 질서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중상주의를 주도하고 있고, 반미 연대도 강화되는 모습이다.베이징 시내의 많은 전기차를 보면서 중국의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발전·송배전 설비, 통신, 배터리,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수준이 연상됐다. 나폴레옹은 청나라를 가리켜 ‘잠자는 사자’라고 했다는데, 이제 그 사자가 깨어나 축적의 시간을 거쳐 질주를 시작한 것일까. 일에 감정이 개입하면 본질이 흐려진다. 우리는 중국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가. 혐중 감정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1990년대 이후 중국은 한국에 수출시장이자 공급망 기지로서 성장동력을 제공해왔다. 여전히 제1 수출시장, 교역 대상국이...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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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랑잠 랑잠
차를 몰고 가다가도 아는 누가 걸어가면 모른 척을 한다. 각자의 시간이 있을 것이기에. 작가들이 문우가 회의다 함시롱 각별함이 오히려 ‘거시기’해서 나는 근처에도 안 가고 지낸다. 다만 그래도 같은 동네 사는 소설가 누이랑은 둘이 ‘가끔씩’ 조직 활동을 한다.누이와 며칠 전 오랜만에 커피를 같이 마셨는데, 내가 요새 하도 바삐 지내니깐(맨정신으로 살기 힘들어서 그런 건데) 그러다 몸 상할라 염려해 여러 가지 잔소리를 시전. 그중 하나가 독일 말. 그란 당케 저란 당케, 우짠 당케, 당케 쇤~ 독일어가 기본으로 되는 동네라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아먹을 수 있지. “그게 뭐래요?” “으응~ 랑잠 랑잠~” 아! 라앙자아암~, 천천히 쉬엄쉬엄하라는 예쁜 독일 말. 옛날에 어디선가 주워들었는데, 잊고 살았다. 랑잠은 두 번 거듭 말해야 진정성이 느껴져. 누이는 두 번 연결해서 말했다.경상도에선 말을 통 안 듣는 녀석을 보고 참다참다 한마디, “직이뿌까”. 그 말 나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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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민 칼럼]차라리 강남 학교를 헐어 아파트를 지으라
수도권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불길하다. 전국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다. 추석에 다녀온 고향 마을은 빈집이 절반이었다. 중소 도시는 물론, 광역시에도 미분양이 쌓였다. 문제는 서울, 그중에서도 전국 인구의 4%가 채 안 되는 강남(강남·서초·송파구)이다.진보 정권에 집값 상승은 트라우마다.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가 유독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폭등했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집값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이재명 정부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뉴욕·도쿄·시드니·베이징·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집값도 뛰었다. 돈이 풀리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풀린 유동성은 금과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을 가리지 않고 ‘에브리싱 랠리’를 만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는 요즘, 달러 기준으로 보면 강남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그러나 이젠 이재명 정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올해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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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내 머릿속의 오케스트라
“우유 하나 사 와. 아, 달걀 있으면 여섯 개 사 와”라는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이, 달걀이 있는 슈퍼마켓에서 우유 여섯 통을 사 갔다는 우스개가 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 보면, ‘만약 …하면’이라는 조건절을 많이 쓰는데, ‘달걀이 있으면’을 일종의 조건절로 받아들이며 생긴 어느 개발자의 경험담으로 구전돼온 얘기다. 다양하게 변주되기도 한다. 아이의 이유식 재료와 명절 선물, 생활 잡화를 몇가지 주문받고 깔끔하게 미션을 완수했다는 식의 경험담은 손쉽게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이런 사연을 은근히 즐기곤 했다. ‘우리, 개발 좀 아는 사람들끼리는 무척 공감하는’ 담론이라는 식의, 조금은 우쭐함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즉 하나의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보던 어느 날이었다. 하나의 큰 과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작은 문제들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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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어둠에서 보기
잠들기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깜깜한 침실에 가만히 누워있다 보면 점차 어둠에 적응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불을 끈 직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가도 조금씩 방 안에 있는 사물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우리가 사물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은 어둠이란 빛이 0인 상태가 아니라 여전히 미세한 광자가 움직이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어둠도 완전한 어둠이 아니므로 눈이 아주 낮은 조도에 익숙해지면서 희미한 빛의 대비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두운데도 이렇게 잘 보인다니. 아무리 깜깜해도 무언가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문학을 읽을 때마다 하는 경험이다.모든 이야기는 어둡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모든 이야기가 인간의 음울하고 사악하고 불가해한 면을 다룬다는 뜻은 아니다.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간의 맑고 선하고 투명한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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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위대한 이웃]플라멩코 여인, 박재한씨
와인색 댄스화. 7월의 샐비어를 닮은 치마. 화려한 화장, 빨간 귀고리와 머리 장식. 양손에 들린 캐스터네츠. 평소에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 그리고 무대가 있다. 온전히 그녀를 위한 무대.무대로 나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우아하게, 공작이 날갯짓을 하듯 쳐드는 그녀. ‘미 세비야나’가 플라멩코 기타 반주와 함께 흐른다. 그녀의 얼굴에 순간 환희에 찬 웃음이 번지는 걸 그녀만 알지 못한다.그녀는 자신의 표정을 본 적 없다. 선천성 시각장애인인 그녀는 불빛 정도만 감지한다. 가까이 있는 글씨, 얼굴은 윤곽만 흐릿하게 보이고, 아예 안 보이기도 한다.그녀가 본 적 없는 춤. 그녀가 추면서도 보지 못하는 춤. 플라멩코.“난 내 몸이 취하고 있는 포즈, 플라멩코의 동작들, 내 표정, 내 손 움직임, 내 발 움직임을 볼 수 없어. 플라멩코를 추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거울을 통해서 보지 못하는 게 가장 속상해. 내가 플라멩코를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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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숙의 공통감각] 시행 10년, ‘이준석 방지법’을 아십니까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주제였다. 정치인 이준석이 아니라 세월호 선장 이준석이고, 10년 전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 얘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당시 상황과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것이 마땅할 터다.인성교육진흥법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온 사회가 슬픔에 잠겨 망연자실하던 때 허둥지둥 만들어졌다. 참사 한 달여 만인 2014년 5월26일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당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 주도로 국회의원 102명이 공동발의했고, 그해 12월29일 재석 의원 199명 만장일치로 바로 통과,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됐다. 이례적인 일사천리,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라던 정부의 의미 부여,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 법안 취지 등을 지켜보며 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인성교육진흥법은 일명 ‘이준석 방지법’으로 불렸다. 당시 476명의 승선자들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제일 먼저 속옷 바람으로 빠져나온...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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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수묵적 사유의 재정의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주제 ‘문명의 이웃들’은 동아시아 문명의 정체성과 역사를 말한다.‘이웃’이라는 말은 단순한 지리적 인접이 아니다. 그것은 타자와 나, 전통과 현대,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일어나는 심미적 거리의 역동적 평행의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 문화는 이웃과 교섭하며 그 문화를 수용하면서 정체되지 않을 수 있었고, 역으로 이웃에 영향을 주어 문화의 탄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웃은 타자가 아니라, 나를 존재하게 하는 토대다. 타자는 나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며, 그들은 나의 심연이기도 하다.이번 전시는 다섯 가지 구획으로 이루어졌다. 목포문화예술회관부터 목포실내체육관, 남도전통미술관(진도), 땅끝순례문학관(해남), 고산윤선도박물관(녹우당·해남)에 이르기까지 물샐틈없이 이어진 전시들은 하나로 관통하는 특징을 지닌다. 기획자인 윤재갑 감독은 수묵을 단지 물질적 매체로서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맺는 태도와 방식으로서 관계의 언어, 즉 세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존...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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