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 100㎜ 많은 비 빗물 무게에 벼 쓰러지고 진흙탕 지난해比 수확 절반도 못 미쳐 郡 “재해보험금 등 행정지원 최선”
“피 땀흘려 키운 벼가 비 때문에 다 무너졌어요. 가슴이 찢어집니다.”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강화도 송해면 신당리의 한 논. 노랗게 익은 벼들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논에는 지난 9월 말부터 계속 내린 비가 빠지지 않아 성인 발목 위까지 가득차 있다. 이 때문에 한창 벼 수확을 위해 바삐 돌아다녀야 할 콤바인은 바퀴가 진흙에 빠져 시끄러운 소리만 낼 뿐,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한다.
농민들은 이처럼 쓰러진 벼 이삭과 진흙탕으로 변한 논바닥 탓에 정상적인 추수를 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농민 송명근씨(63)는 “보통 추석 전후로는 비가 내릴 시기가 아닌데, 올해는 갑자기 비가 많이 왔다”며 “농사를 지은지 40년이 넘도록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때 추수를 못하면 아예 벼 이삭을 버려야 해 올해 쌀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올해 농사는 망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인천 강화지역 농가들이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가을 장마’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강화지역의 벼 재배 면적 9천493㏊ 가운데 약 4천250㏊(45%)만 수확이 끝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천678㏊(9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벼 이삭이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도복’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강화에 지난 9월28일부터 ‘가을 장마’가 시작해 추석 연휴인 6~12일에는 무려 100㎜가 넘는 비가 왔다.
특히 벼가 쓰러지는 도복 현상 이외에도 바닥에 주저앉은 벼 이삭에서 다시 싹이 자라는 ‘수발아’ 현상까지 일어나 한창 수확의 기쁨으로 넘실대야 할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싹이 난 벼는 수확을 하더라도 상품가치가 없어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확이 늦어지면 수매와 건조 등도 잇따라 지연, 쌀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볏짚 확보도 어려워진다. 이는 일대 축산 농가의 사룟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기온이 고온다습하지는 않아 전라남도 일대처럼 깨씨무늬병이 발발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군은 농가 피해 상황을 집계하는 한편, 지원 대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군은 벼 재배 면적의 10~20%가 도복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박용철 강화군수는 지난 12일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 부서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농업기술센터와 읍·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상시 현장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례적인 비로 농가 피해가 큰 만큼,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현장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며 “피해 농민들이 신속히 재해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다른 지원이 가능한지 예산 등을 검토해 농민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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