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근정전 '왕의 자리' 앉은 김건희…與 "용상이 개인 쇼파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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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2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가로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2023년 경복궁 방문 당시 사진. 유튜브 캡처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22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가로 공개한 김건희 여사의 2023년 경복궁 방문 당시 사진. 유튜브 캡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평소 내부 출입이 제한되는 경복궁 근정전 안에 들어가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御座)에 앉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2023년 9월 12일 김건희씨가 경복궁 근정전에 방문했을 당시 어좌(재현품)에 앉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씨는 광화문 월대 복원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맞이 행사 점검 차원에서 방문했지만 예정에 없던 경회루·근정전 등의 내부 관람에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을 대동했다.

이때 김씨가 국보 근정전을 둘러보며 어좌(용상)에 앉았다는 주장이 이날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용상 착석 의혹에 관해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에게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용상 착석 의혹에 관해 추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주기자 라이브'는 지난 20일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가 국보인 경복궁 경회루를 비공개 방문했을 당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이 동행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에 오르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김 여사 부부에게 금거북이 등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주기자 라이브' 캡처

유튜브 채널 '주기자 라이브'는 지난 20일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가 국보인 경복궁 경회루를 비공개 방문했을 당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이 동행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교육위원장에 오르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김 여사 부부에게 금거북이 등 금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유튜브 채널 '주기자 라이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당시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소속 선임행정관으로 김씨를 수행했던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을 불러세워 “근정전 용상을 왜 앉았냐, 누가 앉으라고 했냐”고 질타했다.

정 사장은 처음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여사) 본인이 가서 앉으셨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계속 이동 중이었기에 만약에 앉아 계셨다 하더라도 오래(는 아니고)…, 1∼2분 정도”라고 답했다.

같은 당 이기헌 의원이 “이배용 전 위원장이 앉아보시라 권했느냐”고 재차 묻자 정 사장은 “뭐…그랬던 것도 같다”고 답했다.
같은 당 조계원 의원은 정 사장에게 “용상이 개인 소파인가, 김건희가 슬리퍼 짝짝 신고 스스로 (용상에) 올라갔느냐” “그 자리에서 왕을 꿈꿨나 보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시 먼발치에서 지켜본 관계자에게 알아보니, 김씨가 어좌에 앉는 걸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경복궁 방문은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이 지시했고, 궁능유적본부와 경복궁관리소가 준비했다고 한다. 이배용 전(前) 국가교육위원장, 최 전 청장,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 등 10여명이 배석했다.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22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정 사장은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용상 착석 의혹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추궁에 착석 사실을 확인해줬다. 임현동 기자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22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정 사장은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용상 착석 의혹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추궁에 착석 사실을 확인해줬다. 임현동 기자

궁능유적본부 산하 경복궁관리소가 작성한 ‘상황실 관리 일지’에는 김씨가 오후 1시 35분부터 3시 26분까지 약 2시간 머무른 것으로 돼 있다. 방문일은 화요일로 경복궁 휴궁일이었으며 김씨는 협생문으로 입장해 근정전, 경회루, 흥복전을 둘러봤다고 한다.

근정전은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에서 으뜸이 되는 건물이다. 근정전 중앙에 있는 어좌는 왕이 신하들의 조회를 받거나 외국 사신을 맞는 등 중요한 행사 때 앉았던 의자로, 왕의 권위를 의미한다. 현재 놓여 있는 것은 재현품으로, 궁궐 내 진품 집기 유물은 모두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경복궁 근정전 내부 옥좌.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御座, 다른 말로 용상)를 재현한 것으로 지난 2023년 김건희 여사가 이곳을 방문해 착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포털

경복궁 근정전 내부 옥좌. 임금이 앉는 의자인 어좌(御座, 다른 말로 용상)를 재현한 것으로 지난 2023년 김건희 여사가 이곳을 방문해 착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포털

국가유산청 측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근정전 내부에 들어와 어좌에 앉은 사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용상에 앉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시사인 주진우 편집위원은 지난 20일 김씨와 이 전 위원장이 경호요원으로 보이는 인물들과 함께 경회루 안에 서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근정전 어좌에 앉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차담회’에 이어 김씨의 국가유산 ‘사적 유용’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국가유산청이 국회 문체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2023년 2월에도 최 전 청장과 함께 창덕궁을 방문해 전각과 후원을 관람했다. 2023년 3월 5일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함께 경복궁을 방문했는데, 이날 방문은 사전 연락 없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유산청은 밝혔다. 이후 2023년 10월 4일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이 전 위원장, 최 전 청장이 함께 종묘 정전 공사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종묘와 각 궁궐에 총 11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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