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가 만난 해외 전문가
앨런 말라흐. 사진 본인
앨런 말라흐 전미주택연구소(NHI) 선임연구원이 쓴 『축소되는 세계』의 영문판엔 흥미로운 부제가 달려 있다. ‘성장 없이 잘사는 법 배우기(Learning to Thrive Without Growth)’이다.
모순 어법으로 들릴 수 있는 부제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와 원자재가 있는 곳에 공장이 들어서면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인력이 어떤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공장이 들어선 지역은 처음엔 타운(town)이었지만 나중엔 시티(city, 도시)로 성장했다. 그만큼 경제 규모가 커졌다.
시티의 노동력 흡입 때문에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공급은 제한적이다. 집값이 들썩일 때가 잦아졌다. 인터뷰 1편은 도시 팽창을 바탕으로 한 주택시장 이야기였다.
도시의 상장인 미국 뉴욕시. 로이터=연합뉴스
시티의 노동력 흡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황금기(Golden Age)의 원동력이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1950~73년 사이 평균 4% 이상 성장했다.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국제교역 확대(가트 시스템)와 금융 안정(브레턴우즈 체제) 등 황금기의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미국과 독일 등의 농촌 지역 인구가 도시로 몰려든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설명한다. 반대의 예는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한 영국이었다.
영국은 전성기인 19세기에 이미 농촌 인구를 흡수하는 바람에 2차대전 이후엔 그럴 수 없었다. 해외에서 노동자 유입은 제한됐다. 그 바람에 영국 경제는 황금기에 지지부진했다.
이런데도 말라흐는 ‘성장 없이 잘사는 법 배우기’란 부제를 책에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