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만큼이나 루틴으로 유명하다. 그는 오전 4시에 일어나 정오까지 원고를 쓰고, 달리기·수영·독서와 음악 감상을 차례로 한 뒤 오후 9시에 잠든다. 이런 일과를 30년 넘게 반복했다. 그의 루틴이 알려지자 ‘하루키 루틴’을 따라 해보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유가 뭘까? 하루를 좋은 습관으로 꽉 채워 보내는 사람과 할 일을 미루고 꾸물거리는 사람은 뭐가 다를까?
꾸물거리는 습관은 잘 안 고쳐져요. 자기계발서 10권 읽고, ‘시간 관리 앱’이랑 ‘투 두(to-do) 리스트’ 다 동원해도 어렵습니다. 자기 관리가 아니라 감정 문제거든요.
20여 년간 ‘꾸물거림’을 연구해 온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을 미루는 자신이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왜 꾸물거릴까』를 쓴 그는 일상의 마음 문제를 연구하는 상담 심리학자다. 유튜브 채널 ‘이동귀의열린귀’도 운영한다.
심민규 디자이너
우울과 무기력에 빠져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미루는 습관이다.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고치려고 노력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이 교수는 “일을 회피하려는 마음을 그대로 둔 채 행동만 개선하려고 해봐야 소용 없다”고 꼬집었다. 너무 잘하고 싶거나, 잘하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방법만 쫓다가는 더 우울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 지난 1일 이 교수를 만나 물었다.
Intro. 미루는 습관, 지긋지긋하다면
Part1. 꾸물거리는 이유, 따로 있다
Part2. 잘못된 양육 ‘꾸물이’ 만든다
Part3. 시작이 반 이상이다
🙄게을러서 꾸물거린다? 아니다!
해야 할 일 안하고 미뤄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상하게도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괜히 꾸물거리느라 시간 다 보내고,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부랴부랴 시작한다. 일을 어찌저찌 끝내도 성취감보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급하게 하다 보니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고,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음에는 미리 하자”고 다짐하지만, 이 과정은 어김없이 반복된다. 이유가 뭘까? 이동귀 교수는 “꾸물거림은 ‘자동화된 습관’”이라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자동화된 부정적인 감정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동화된 부정적인 감정이요?
- 미루는 습관은 감정 문제거든요. 제가 먼저 하나 물어볼게요. 시험이나 중요한 일 앞두고 갑자기 쓸데없는 일 한 적 없으세요? 청소나 설거지 같은 거요.
- 마감에 임박해서 책상 정리할 때 있어요.
- 왜 그런다고 생각하세요?
- 게을러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 아닙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거나,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시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딴짓하며 회피하는 거죠. 습관에 대한 자기계발서 읽고, 시간 관리 훈련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꾸물거리는 것도 유형이 있어요. 그에 따라 해법도 다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