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3일 대법원 국정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이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시작부터 크게 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이 관례대로 인사말 직후 이석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더불어민주당은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시키며 질의를 이어갔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감금죄”라며 반발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담은 패널을 들어 보였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3분 개의한 국정감사에서 출석한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직권남용 의혹까지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법원은 서면 질의 등에 충실히 답변을 드렸다”며 종전의 관례대로 이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인사말 직후 일어서서 이석하는 걸 막기 위해 일어나 지켜보는, 일종의 망을 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이석하지 않자 예정됐던 증인 선서 대신 조 대법원장을 증인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시켰다. 추 위원장은 “지금 대법원장님은 증인이 아니다”며 “증인 선서 전에, 참고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어떻게 대법원장을 감금하느냐”(신동욱 의원), “대법원장을 모욕하지 말라. 지금 망신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나경원 의원) 등 반발이 빗발쳤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위원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뉴스1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은 나경원 의원은 “대법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출석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오랜 관례”라며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진행하시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김용민 의원은 “중차대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왜 대선에 개입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거기에 대해서 답할 의무가 있다”며 “대선에 개입했던 것은 누구나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범여권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최혁진 의원은 일부 재판 결과 등을 거론하며 “친일사법”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담은 패널을 들어 보였다. 조 대법원장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것이다.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윤석열 정부는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일 보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인사를 추천해 조희대 당시 교수를 낙점한 것”이라며 “이승만과 박정희를 역사의 공로자라고 말해 친일 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조 대법원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이 김건희 여사의 계부 김충식”이라거나 강제징용 재판을 언급하며 “조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성이 난무하며 법사위가 파행에 가깝게 운영되자 국민의힘뿐 아니라 사법부에서도 대법원장 이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이석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추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추 위원장이) 참고인으로 한다고 했는데 참고인도 본인이 동의를 해야 한다”며 “명분이 없으니까 조작 녹취록 들이대서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서 하는 것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 아닙니까”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위원장 앞에 몰려가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대선 개입 의혹을 캐묻는 질의를 이어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추 위원장은 국회 경위들에게 “회의 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다. 위원장 자리를 확보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 등이 자신을 상대로 질의를 해도 입을 꾹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감이 잠시 중지된 오전 11시 38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석했다. 취재진 등이 몰리면서 한때 국감장 밖 복도가 혼잡해졌다. 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따라 붙으며 ‘친일사법 사법내란’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이석하지 말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