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취업시장 빛과 그림자
인공지능(AI)이 채용 전 과정을 재설계하는 전환기가 도래했다. 기업은 선발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구직자는 생성형AI로 글쓰기와 표현력을 ‘증강’한다. 취업시장이 ‘사람 대 사람’에서 ‘사람+AI 대 사람+AI’ 구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선주(사진)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AI가 면접에서 표정·어투를 보고 평가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면서도 “지금 필요한 건 사회적 합의와 비용에 대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 AI 활용에 기술적 한계는 없나.
- “자소서는 물론 면접 과정에서 AI가 사람 얼굴이나 물체를 알아보는 기술은 이미 많이 진전됐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AI로 충분히 평가해낼 수 있다. 미세한 표정의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다. 기존 데이터만 충분하면 면접에서 얻은 정보를 점수로 환산해 평가하고, 기업이 원하는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일관된 채용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 모든 취준생이 AI로 쓴 자소서·리포트를 낸다면 평가는 어떻게 하나.
- “실무 능력에 관해서는 AI를 배제한 1차 평가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 IT 대기업들이 필기형 코딩 테스트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막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도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거다. 반면 ‘AI를 얼마나 잘 쓰는가’를 공정하게 측정하는 방식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향후 관건은 AI 활용 능력을 어떻게, 어디까지 반영해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풀며,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힘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구직자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데이터 출처 표기나 개인정보 보호, 저작권 감수성 등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쓸 수 있는 ‘AI 리터러시’가 새로운 역량으로 요구될 것으로 전망했다.
- AI 신뢰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하나.
- “기술의 구현 가능 여부와 별개로 어디까지 기계에 맡기고 무엇을 사람 판단으로 남길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표정·감정 분석은 사생활 침해나 차별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공개 가능한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하진 않는지, 사람이 최종 검토를 하는지 등의 원칙도 정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이해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채용 AI 도입으로 처리량이 늘고 편차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 이의 제기 절차 등에 대한 세부 매뉴얼을 보완하지 않으면 법적·평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결국 경제성의 문제”라며 “데이터 수집에 드는 인력과 시간, 학습 단계에 소요되는 고성능 칩 비용 등을 합하면 기업 부담이 만만찮을 수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숙제”라고 진단했다.
- AI 기술의 미래는.
- “머잖아 ‘AI가 곧 컴퓨터 그 자체’인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스마트폰 등 지금까지의 그 어떤 기술혁신보다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실질적인 대전환이 가능하려면 온디바이스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혁신이 함께 동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