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비 이중 보전? 독일·영국·일본 등선 꿈도 못 꿔

     ━  돈방석 오른 정당들   세계 주요국을 비교해봐도 한국만큼 다양한 명목으로 거대 정당을 살찌우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에서 정당 정치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도 국고로 주요 정당들을 지원한다. 하지만, 매년 지급되는 정당 보조금만 있을 뿐, 선거보조금을 따로 주거나 선거 비용을 보전해주지는 않는다.   영국은 더욱 깐깐하다. 국고 지원은 의원의 의정 활동에 국한된다. 선거보조금이나 선거비 보전 등은 없다. 2009년 의원들이 부당 비용 청구가 시민적 분노를 일으켜 일부 의원이 사퇴하는 등 대대적 손질을 한 일도 있다.   미국은 정당이나 의원에 대한 국고 보조가 아예 없다. 각 의원이 모금이나 민간 기부에 의존하는 구조다. 대선후보의 경우 선거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엔 선거비용 지출 규모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공화당이나 민주당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은 이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정당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상보조금 명목으로 국고에서 지원을 받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다. 그렇지만, 선거비를 지원받거나 실비를 보전받지는 않는다.   관련기사 당비+국고 연 수백억…돈방석 오른 정당들 3년 만에 또 ‘큰 장’ 선다…양당, 이번에도 200억 챙길 듯 팬덤·효능감에…‘1000원 당원’ 가파른 증가세 양당 작년 여론조사엔 70억씩 펑펑, 정책개발비는 푼돈 한국처럼 거대 정당에 국고 지원이 집중되는 경우도 드물다. 한국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 지급하고, 5~20석 정당에 5%, 5석 미만 정당에 2%를 지급한 뒤 남은 잔여분을 다시 의석과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구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국고 지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독일은 선거에서 얻은 400만 표까지 1표당 1.06유로, 그 이상은 1표당 0.89유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수 정당이나 원외 정당에도 열려 있다. ‘의석 5명 이상 또는 2% 이상 득표’를 충족하면 의석 수(50%)·득표율(50%)로 지원하는 일본도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균등한 셈이다. 일본공산당은 ‘세금을 나눠 먹는 건 정당 철학에 어긋난다’며 국고 보조금을 수령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6년 8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유리하게 분배하는 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5석 이상 의석과 일정 득표율’을 충족한 정당에 교섭단체와 무관하게 국고보조금을 나눠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2025.05.03 01:28

  • 양당 작년 여론조사엔 70억씩 펑펑, 정책개발비는 푼돈

    양당 작년 여론조사엔 70억씩 펑펑, 정책개발비는 푼돈

     ━  돈방석 오른 정당들   스타벅스·파리크라상·포(Pho)·교동전선생….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나란히 자리한 가게들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들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입점해 있을 정도로 ‘목 좋은 자리’의 건물을 국민의힘이 사들였다. 국민의힘은 덕분에 월평균 9500만원의 임대 수익이 있다. 상대적으로 이보다 적은 액수지만, 민주당도 중앙당사에 있는 우체국과 음식점에서 매달 2300여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중앙SUNDAY가 입수한 지난해 양당의 중앙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두 당 모두 임대료 수익으로 ‘곳간’을 불리고 있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11억4000만원, 더불어민주당 2억5000만원을 챙겼다. 국민의힘은 2020년 480억원, 민주당은 2016년말 193억원에 당사를 매입하면서 80%에 달했던 은행 빚은 모두 갚은 상태다. 국고에 손을 벌려 보조금(경상보조금·선거보조금)을 받아 건물을 매입하고, 짭짤한 부동산 수익까지 있으니 사실상 ‘보조금 재테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정당 비즈니스’다.   민주당·국민의힘, 여론조사업체엔 ‘큰손’ 그렇다면 양당이 혈세로부터 수혈한 보조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양당의 지난해 중앙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받은 보조금은 약 850억원이다. 이중 단일 비용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여론조사로 약 150억원을 지출했다. 민주당이 76억6900만원, 국민의힘 73억6500만원을 썼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지난해 4·10 총선이 있었다는 점은 감안할 부분이긴 하다. 대부분 ‘유권자 인식’이나 ‘판세’ 등을 조사하는 여론조사가 많았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많은 예산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당비+국고 연 수백억…돈방석 오른 정당들 3년 만에 또 ‘큰 장’ 선다…양당, 이번에도 200억 챙길 듯 팬덤·효능감에…‘1000원 당원’ 가파른 증가세 선거비 이중 보전? 독일·영국·일본 등선 꿈도 못 꿔 그렇더라도 수백억원의 세금이 여론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왕희 성균관대 교수는 “판세를 조사하기 위한 일부 여론조사는 진행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 선거에 나서는 후보도 여론조사를 반영한다”며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여론조사로 국회의원부터 대통령 후보까지 줄줄이 뽑는 것은 대한민국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계의 ‘물주’여서, 군소업체들의 경우 정당 입김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편 두 당은 여론조사를 위한 가상번호 확보에도 수억원이 지출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정작 정책이나 선거 공약의 뼈대가 되는 정책개발비에는 ‘푼돈’이 쓰였다. 지난해 민주당은 1억4200만원을, 국민의힘은 10억500만원으로 양당 합쳐 11억4700만원을 정책 개발에 투자했다. 여론조사에 쓰인 150억원의 10%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정치자금법상 정당에 지급된 경상보조금은 30% 이상을 정책연구소에 배당하게 되어 있는데, 지난해 양당은 이를 정책연구소 인건비로 갈음했다.   연구·개발 활동 실적도 지난 5년간 대폭 줄었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정책연구소 연간활동실적 분석집’ 보고서(2023)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정책연구소의 활동실적 중 정책 연구·개발 건수(550→265건)는 감소했다. 활동 비중에서도 연구·개발(31%→16%)과 토론회(18%→11%)는 줄고, 그 자리는 정책 홍보(18%→53%)로 대체됐다. 보고서도 “정책홍보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은 결과적으로는 순수한 정책경쟁이라기보다는 이슈 쟁점에 대한 정당 간 대결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중앙당에 재정적으로 종속돼 있어 정책연구소 예산을 연구 개발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청년추천보조금 등 잇단 신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럼에도 정치권은 각종 보조금을 점점 확대해 왔다. 2004년엔 여성추천보조금을, 2012년엔 장애인추천보조금을, 2018년엔 청년추천보조금을 각각 신설했다. “정치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명분을 붙였지만,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한 ‘구실’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부하 영남대 교수 등이 참여한 ‘2019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여성추천보조금을 예로 들면서 “여성 후보를 추천만 하면 당선과 무관하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총선에서는 국가혁명당이 유일하게 전국 선거구의 30%에 달하는 70여 개 선거구에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 ‘꼼수’로 8억여원 받아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성 정당에서 추진하기 버거운 목표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30% 이상 공천하는 정당이 없을 경우엔 의석수 등을 기준으로 나누게 되어 있었던 만큼 주요 정당들로서는 허점을 찔렸던 셈이다. 그러자 민주당과 국민의힘 2022년 개정안을 내고 여성을 30% 이상 공천 조건을 10%로 낮췄다. “국가혁명당은 핑계이고, 거대 양당에 입맛에 맞게 보조금 나눠 먹기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매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받아가지만, 정당의 회계 내역은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매년 제출하는 회계 장부 복사본을 제출하는 것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선관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전문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9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회계법인 등에 위탁한다든지 하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국정감사 못지않게 보조금 사용 내역을 꼼꼼하게 감사해 이후 지급 때 반영하는 식으로 국민 혈세가 재테크 자금으로 쓰이는 걸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수익사업으로 번 건 국고 보조금에서 삭감하는 등의 패널티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5.05.03 01:27

  • 3년 만에 또 '큰 장' 선다…양당, 이번에도 200억 챙길 듯

    3년 만에 또 '큰 장' 선다…양당, 이번에도 200억 챙길 듯

     ━  돈방석 오른 정당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누군가에겐 더욱 그렇다. 한국의 주요 정당이다. 결과와 관계없이 수백억원 이상 벌어들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2년이나 앞당겨 조기 대선을 치르는 덕분에 양당의 재산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정당이 국고에서 받는 보조금은 크게 세 가지다. 매년 정당의 살림살이를 위한 경상보조금, 대선과 총선 등에 받는 선거보조금, 그리고 선거에서 여성·장애인·청년 후보자를 추천할 때 지급되는 추천보조금이다. 즉, 선거마다 두 종류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선거가 겹친 해엔 더 늘어난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열린 2022년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1402억4900만원인데, 선거가 없었던 이듬해(2023년·476억2900만원)보다 3배가량 많은 액수였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뿐이 아니다. 선거보조금 외에도 15% 이상 득표를 할 경우엔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선거 치르라고 돈(선거보조금) 주고 선거 치렀다고 돈(선거보전) 주는 셈이다. 이른바 ‘이중 보전’이다.   예를 들어보자.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은 지난해 22대 총선에 대한 220억원의 선거 관련 보조금을 받았다. 439억원의 선거비용 보전액은 따로 챙겼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거비용(468억원)을 제하고도 약 191억원이나 된다. 이처럼 ‘이중보전’이 가능하기에 주요 정당들은 선거할수록 자산이 쑥쑥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 “5공, 관제 야당에 돈 주려 만든 제도” 선거 중에서도 후보는 한 명이지만 모든 자원이 중앙으로 집중되는 대선이 ‘큰 장’이다.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438억원을 선거비용으로 쓰고, 431억원의 보전금과 224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409억원을 쓰고 394억원과 194억원을 각각 보전금과 선거보조금으로 받았다. 덕분에 양당은 대선을 통해 약 400억원의 ‘차액’을 거뒀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번 대선에서도 양당에는 450억여원의 선거보조금이 주어질 예정이다. 선거비용 제한액은 588억5200만원으로 지난 대선의 513억900만원보다 75억원가량 증가했다. “유권자 수와 물가 변동률을 감안한 수치”라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00여억원을 남길 것으로 전망한다.   관련기사 당비+국고 연 수백억…돈방석 오른 정당들 팬덤·효능감에…‘1000원 당원’ 가파른 증가세 양당 작년 여론조사엔 70억씩 펑펑, 정책개발비는 푼돈 선거비 이중 보전? 독일·영국·일본 등선 꿈도 못 꿔 그렇다면 이처럼 정당을 국고로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정치자금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에 대한 첫 규정은 미 군정 때인 1946년 제정됐다. 이때는 당원 외엔 기부나 원조를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런데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국고를 통한 정당 지원이 허용됐다. 당시 개헌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헌법 제7조 3항)는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전두환 정부는 “국가가 정당을 보호 및 육성하기 위해 금전이나 유가증권을 지급할 수”(정치자금법 제3조 6호) 있도록 했다. 군사 정부가 야당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아예 “5공화국이 관제 야당에 돈을 주기 위해 만든 제도”라고 했다.   정권과 정당 간 타협으로 정해지던 보조금이 유권자 수에 계상단가를 곱하는 형태로 정착된 것은 1989년부터다. 당시 여야는 계상단가를 유권자 1인당 200원으로 정했고, 이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해 인상하도록 했다. 올해 대선에 적용될 계상단가는 1183원으로 지난해 총선(1141원)보다 3.6%가 올랐다. 국가 재정이나 국민 살림살이와 무관하게 디플레이션에 빠지지만 않으면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렇다 보니 정당보조금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5월 23일 가진 여야 중진들과의 회담에서 “(정당보조금을 인상하면) 여당이 야당을 매수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냐”며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니 여론의 지탄을 받지 않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1996년 선거 없는 해에 국고 보조금 지원을 줄이려고 했다가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박선숙 새정치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의 생존 기반을 말살하겠다는 것”(1996년 9월 3일)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79석의 제1야당 국민회의조차도 당 운영비의 90%를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당원이 아니라 유력 정치인에 의존하는 정당 구조이다 보니 당원들로부터 걷는 당비만으로는 존립이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결국 야당의 반발 속에 국고 보조금 축소 검토는 흐지부지됐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왕희 성균관대 교수는 “당초 정당에 국고로 보조금을 준 것은 당 운영비의 90%가량을 의존하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매년 수백억원씩 당비를 걷고, 이월금이 발생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로 정당을 지원하는 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해 각각 342억5800만원과 205억2700만원의 당비를 거뒀다. 최근 몇 년간 당원이 급증한 덕분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인건비(71억5000만원)와 사무실 운영비(36억6500만원)로 약 108억2200만원을 썼다. 국민의힘도 같은 명목으로 162억9700만원을 썼다. 당비보다는 적은 액수다. 다만, 시도당에 대한 지원금(민주당 342억2100만원, 국민의힘 267억8000만원)을 합치면 당비를 초과했다.   보조금, 물가 변동률 감안…자동으로 올라 이렇게 수백억원의 국고 지원과 당비를 받지만, 회계 내역이 상시 공개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가 쓴 논문 ‘한국 정치자금제도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자금 투명성 점수는 총점 258점 중 123점에 그쳤다. 참고로 미국은 248점을 받았다. 엄 교수는 “등급으로 나눌 경우, 미국은 A+인데 반해 한국은 F”라며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미국과 달리) 정치자금 자료에 접근하려면 선관위에 요구해야 하고 선거 비용은 공고일로부터 3개월만 열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정당의 자금 지출내역을 공고일부터 3개월만 볼 수 있게 하는 정치자금법 제42조 2항의 일부 내용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열람 기간 제한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3개월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도 정치자금의 상시 공개 필요성을 밝힌 의견서를 20대 국회에 제출했지만, 반영되지는 않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2025.05.03 00:01

  • 비핵화 대신 핵군축 ICBM만 포기시키는 북·미 ‘스몰딜’ 우려

     ━  [집권 2기 트럼프 100일] 대북정책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표면적으로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접촉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가자전쟁 등 보다 시급한 사안이 진행되고 있어, 북한 이슈가 유럽과 중동에서의 급한 불 끄기에 밀렸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대한 희망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북한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을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막상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됐을 때 비핵화 대신 핵 군축을 의제로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유지시킨 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을 포기시키는 ‘스몰 딜’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CVID)를 표방하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ICBM만을 무력화하는 부분적 합의를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북·러 간의 밀월 관계도 향후 북·미 협상 재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관련기사 “19세기판 강대국 중심 질서로 회귀 우려” “하버드대 등 저항의 불씨 조금씩 확산” “51번째 주 캐나다” “가자에 고급휴양지” 힘 앞세워 마이웨이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십의 부재 상태인 한국에 대해 강하게 압박해왔다.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관세 인상은 물론,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주한 미군의 역할 변화 또는 감축까지 들먹이고 있다. 실제 미 의회 일각에선 “대만에서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주한 미군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AP통신 등은 “한국은 미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10대 적자국 리스트에 올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위비와 주한 미군은 물론, 북한 카드까지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코리아 패싱’을 막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2025.04.26 01:34

  • “51번째 주 캐나다” “가자에 고급휴양지” 힘 앞세워 마이웨이

     ━  [집권 2기 트럼프 100일] 독주·막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다양한 정책과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집권 1기(2017~2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국정을 장악했다. 8년 전과는 달리 공화당 내 입지 강화와 견제 세력의 부재로 인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다양한 정책과 발언들은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관세 인상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동 정책, 동맹 관계, 방위비 분담금, 미·중 경쟁, 외국 영토 합병 등 다양한 문제에서 다른 나라들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불법 이민자들의 인권 침해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힘을 앞세운 독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와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경우 결국 경기 침체로 인해 승자 없이 모두 패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19세기판 강대국 중심 질서로 회귀 우려” “하버드대 등 저항의 불씨 조금씩 확산” 비핵화 대신 핵군축 ICBM만 포기시키는 북·미 ‘스몰딜’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성향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그는 “취임 후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협상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불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나토에 요구했던 국방비 지출 규모를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올리는 등 동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택한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국들이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막말의 파장도 크다. 그는 지난달 말 “그린란드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제 안보를 지킬 수 없다”면서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 편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캐나다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유일할 해결 방법”이라고 말해 캐나다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해 “접수해서 주민들을 이주시킨 후 고급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엉뚱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서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불법적인 이민자 추방 등 인권 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2025.04.26 01:32

  • "19세기판 강대국 중심 질서로 회귀 우려" "하버드대 등 저항의 불씨 조금씩 확산"

    "19세기판 강대국 중심 질서로 회귀 우려" "하버드대 등 저항의 불씨 조금씩 확산"

     ━  [집권 2기 트럼프 100일] 전문가 4인이 본 트럼프 정책·스타일과 해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의 목표는 자신이 외쳐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더욱 강화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 최강인 미국 대통령으로서 가진 권력을 무절제하게 휘두르고 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의 독단적인 행보가 기존의 국제 질서를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오는 29일)을 앞두고 그동안 그가 내놓은 주요 정책들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행정부 동일체’ 이론에 따라 의회와 상의 없이 행정 권력을 일방적, 독점적으로 활용하면서 DEI(다양성·형평성·포괄성)나 이민정책 등에서 과거 민주당 행정부의 정책을 지우고 있다. 헌법적 한계를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극대화시켜 행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비핵화 대신 핵군축 ICBM만 포기시키는 북·미 ‘스몰딜’ 우려 “51번째 주 캐나다” “가자에 고급휴양지” 힘 앞세워 마이웨이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주권주의자(sovereigntist)’의 면모를 보인다. 자신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를 동원한 보호무역을 실시하고 동맹을 홀대하는 고립주의적 양상과 함께, 미국의 안보와 주권을 명분으로 파나마 운하 회수, 그린란드 점유, 가자지구 개발을 언급하는 등 매우 팽창적인 모습도 동시에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동맹 관계를 거래적, 금전적으로 보면서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에 대한 일종의 동경심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1기 행정부 당시보다 심해진 경향을 보인다. 러·우 전쟁을 거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형성된 자유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 간의 대립 구도가 와해되면서 19세기판 강대국 중심의 질서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한 신뢰가 전 세계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향후 세계는 미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안정적이고 일관된 세계 전략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및 캐나다의 미국 편입 발언은 캐나다와 유럽을 포함하여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미국이 만든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스스로 허무는 발언이다. 가자지구 문제와 관련하여 트럼프의 과도한 친이스라엘적인 태도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요르단 등 중동의 전통적 미국 동맹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통해 외교적 만회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우 전쟁 중재 노력은 러시아의 치고 빠지는 식의 태도로 휴전까지 상당한 장애물이 있어 보인다. 가자전쟁 종식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내 입지 문제와 관련돼 있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처럼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6월에 들어설 새 정부는 한·미 간의 현안 조율을 위해 출범 이후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조선 등에서 협력할 부분이 여전히 많으며,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과 함께 한·미·일의 국익에 반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미국에 상기시켜야 한다.    ━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지난 2016년 첫 대선 승리 때 ‘트럼피즘’은 일부 미국인들의 이념 체계로 보였다. 하지만 2024년 대선 승리로 인해 트럼피즘은 이제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른 자신감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이기주의’를 앞세워 통치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전쟁은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한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리는 기회가 되거나, 양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체를 침체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도 거래적 관계로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경찰국가’라는 국제공공재를 제공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포기했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이 경찰국가의 역할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다른 나라가 경찰국가 지위를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둘째, 서유럽과 동아시아에 있는 동맹 파트너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도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먼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다. 재협상을 통해 상당한 증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비용은 국내 고용 등으로 환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대신 한·미 군사 동맹 영역에서 더욱 확실하게 밀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핵 추진 잠수함 등 첨단 군사기술의 이전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는 향후 미·중 갈등의 향배에 달려 있다. 주한미군 감축 같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는 있지만, 적극적인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나 일본 같은 협력국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시점에서 북·미 간 접촉(대화)의 수준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가 미국의 대북 정책과 연동된 측면이 강하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협상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여세를 몰아 북한 문제마저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일 것이다.   향후 북·미 대화에서 등장할 수도 있는 ‘핵 군축’이라는 표현은 우리 국민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 대신 ‘비핵화를 지향하는 핵 협상(군축 및 통제)’ 정도의 표현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이 발생하는 순간, 한·미 동맹의 정보도 북한과 공유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    ━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정책 행보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2.8%로 내렸다. 지난해 10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보이던 달러화 가치도 최근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관세를 올렸다가 유예하기를 반복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단편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암흑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난히 무역 적자에 집착하면서 관세를 올렸다. 어설프게 계산한 관세율을 내밀며 전 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감세에 따른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 수입으로 세수를 확대하거나, 통상 압박을 통해 다른 국가에 방위비 부담을 넘기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트럼프 정책은 세계 경제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가장 큰 부작용은 국제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더 잘하는 분야에서 생산한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수입하면서 상호 이익을 누려왔다. 미국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더 발달했고, 실제 제조업에서는 무역 적자를 냈지만, 서비스업에서는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무역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쇠락했고, 이런 무역 관행을 바로 잡음으로써 제조업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역 장벽을 높여서 수입품이 비싸진다면, 미국 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 제조업 생산과 고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저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생산과 고용이 전환되는 것이 결코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없다. 미국과 교류하던 국가들도 국제 분업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여, 모두가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 정책으로 인해 달러화가 국제 통화의 지위를 잃게 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마무리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트럼프 정책은 미국 국민의 피해도 유발한다는 점에서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협상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조차 효력을 잃고 국가 간 신뢰가 손상되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는 상흔이 남을 것이다. 훗날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에 한바탕 소동을 벌인 문제아로 평가될지, 미국 이익을 수호한 협상의 대가로 평가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혼돈의 100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은 국민들에게 안도와 희망을 주기는커녕 고통을 주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물론, 생필품을 공급하는 수퍼마켓부터 소규모 생산업체, 금융 시장과 국제 무역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부의 기본적인 서비스도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적인 권력 행사에 미국 사회 전체는 매우 놀랐다. 그가 행한 많은 일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이 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불법적인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거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을 무더기로 해고하고, 이민자들을 해외로 추방했다. 하지만 의회, 법원, 언론, 기업, 학교, 종교계와 공무원들이 자신이 직면한 위협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권력의 핵심 전략은 특정 대상을 고립시켜 공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저항하거나 비판할 만큼 자유롭고 독립적인 기관들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하는 것이다. 지난 100일 동안은 트럼프의 이런 전략에 독립 기관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자신의 단기 이익을 지킬 목적으로 개별적으로 투항하고 타협해왔다. 하지만 조금씩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하버드대는 학칙과 학교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트럼프 권력에 저항했다. 앨런 가버 총장은 9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잃더라도 학교를 정부의 통제로부터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하버드대에 미국 외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금 내역을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압박해왔다. 뉴욕의 컬럼비아대도 정부에 저항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대학들이 하버드대를 따를 기세다. 이제 저항의 불씨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 같은 심성을 가진 대통령은 권력을 행사할 때 국민과 단체들을 강제로 굴복시키고 억압한다. 지난 100일 동안 미국 시민들은 이를 명확하게 목격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귀결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국가 권력인 의회는 현재 손을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의회 내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있다. 아무런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의회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권위주의적 독재 권력을 통제할 전방위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익재·배현정 기자 ijchoi@joongang.co.kr

    2025.04.26 00:01

  • 한국은 총·칼·활 메달 쏠린 엘리트체육…일본은 '부카츠' 탄탄한 풀뿌리 체육

    한국은 총·칼·활 메달 쏠린 엘리트체육…일본은 '부카츠' 탄탄한 풀뿌리 체육

     ━  생활체육 신세계   이를테면 한·일전. 대운동장에 학생 관중 100여 명이 모였다. 이겨야 했다. 상대 팀 투수는 구속보다 완급 조절이 뛰어났다. 게다가 수비가 받쳐줘 실책이 적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맞붙었지만 한두 점 차로 번번이 무너졌다. ‘탄탄’과 ‘충실’. 상대 팀을 바라보면 이 단어만 떠올랐다.   20여 년 전 일을 떠올린 건 지난해 파리 올림픽 직후였다. ‘탄탄’과 ‘충실’이 다시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종합 8위를 기록했지만 금메달 13개 중 10개(77%)가 총·칼·활에 쏠렸다. 반면 종합 3위를 차지한 일본의 금메달 20개는 7개 종목에 두루 걸쳤다. 특히 육상 창던지기에서 금을 캤고 구기 종목인 남자농구·배구에서도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5년 스포츠청을 세우며 엘리트체육 정책을 적극 펼친 게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20여 년 전 상대 팀 투수는 ‘부카츠(部活·방과 후 활동)’를 하며 야구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1880년대 시작된 부카츠는 이른바 ‘풀뿌리 체육’이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 중학생의 70.6%가 운동부 활동을 한다. 고교생도 절반 이상(52.7%)이 운동부에서 땀을 흘린다. 이들은 정규 수업을 마친 뒤 1~4시간 훈련하고 주말엔 연습 경기나 지역 대회에 나간다.   그렇다면 공부는? 20여 년 전 일본인 투수는 “공부와 부카츠는 서로 좋은 관계”라고 했다. 운동이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이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부카츠는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인성 교육부터 시작한다. 오타니 쇼헤이 같은 스타 선수도 부카츠에서 인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학생들은 부카츠를 통해 운동을 일상이라고 여긴다”며 “자연히 생활체육으로 연결되는 선수 풀이 넓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실험을 통해 규칙적인 운동이 뇌 노폐물을 걸러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부카츠가 활성화되니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간격도 줄었다. 일본의 파리 올림픽 성과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으랏차차 스모부’ ‘워터보이즈’ 등 일본 스포츠 영화들도 이런 탄탄한 부카츠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관련기사 “우리 모두 운동권”…남녀노소 불문 생활체육 붐 똑같이 저출산·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선수 자원이 줄고 있지만 일본 엘리트체육이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부카츠 덕분이다. 국내 학교체육은 일주일에 한두 시간뿐이다. 방과 후 체육도 들쭉날쭉하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학교체육 활성화와 종목의 고른 발전, 생활체육 선진화”를 내건 것도 파리 올림픽 메달 쏠림과 국가 경쟁력의 한 뿌리인 일상적 체육 활동의 부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박세리와 박태환·김연아·손흥민 같은 특급 엘리트 선수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너무 특별해 다시 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대안은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넓히는 것. 그래야 ‘재야의 고수’도 나오고 그 속에서 특급 선수도 나와 엘리트체육 시스템으로 영입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한 국가 소프트파워도 키울 수 있다. 허진석 한국체육대 교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은 위아래가 아니라 나란히 달려야 하는 바퀴 같은 관계”라며 “학교체육은 이 둘을 연결하는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2025.04.19 01:26

  • "우리 모두 운동권"…586도, 2070도 빠진 'ㅍ스포츠'의 유혹

    "우리 모두 운동권"…586도, 2070도 빠진 'ㅍ스포츠'의 유혹

     ━  생활체육 신세계   패러글라이딩은 비행 거리(크로스컨트리)와 착륙 정확도(정밀 착륙)를 겨루는 레포츠다. 생활체육 대회에서는 정밀 착륙만 가늠하는데, 양궁 과녁처럼 착륙 지점 중심부로 갈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김홍준 기자 악수한다. “고생했어”라는 말도 나눈다. 장영진(39)씨는 사내 여성 풋살 동호회 최고참. 장씨는 “후배들과 즐기는 것 자체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행복”이란다. 장씨는 ‘틈틈이’ 운동을 하는 생활체육인이다. 장난스레 스스로를 ‘운동권’이라 부르기도 한다. 생활체육은 일상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체육 활동. 2023년 스포츠기본법 시행 이후 차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스포츠권’이 생기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봄. 운동이 기지개를 켠다. 학교와 각종 단체에서 운동회가 열린다. 오는 24일엔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도 전남 일대에서 개최된다. 장씨는 돈으로 셀 수 없다지만 생활체육의 경제적 효과는 크다.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스포츠산업 매출은 81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치다. 가천의대 연구팀은 체육 활동을 충실히 한 65세 이상 노년층은 의료비를 8%가량 덜 낸다고 분석했다. 연 43만원 정도다.   관련기사 한국은 총·칼·활 메달 쏠린 엘리트체육…일본은 ‘부카츠’ 탄탄한 풀뿌리 체육 즐기되 잘하면 덤. 그게 생활체육이다. 간혹 ‘재야의 고수’ 반열에 오르는 이도 나온다. 지난해 국민생활체육조사 결과 60.7%는 “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인 체육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인구수를 대입하면 3000만 명 안팎이다. 이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참여한 종목은 걷기(41.9%). 이어 보디빌딩·헬스(14.6%), 등산(12.1%), 필라테스·요가·태보(8.5%), 골프·파크골프와 수영(각 6.4%)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최근엔 장씨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풋살이나 피클볼·파크골프·필라테스·패러글라이딩 등 ‘ㅍ(피읖)’으로 시작하는 신상 생활체육에 동호인들의 발길이 쏠리고 있다. 1030은 풋살, 4050은 피클볼, 6070은 파크골프 등 세대별 선호가 다양한 점도 생활체육 인기몰이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생활체육, 특히 'ㅍ 스포츠'의 세계로 들어간다.    ━  파크골프·피클볼·풋살·필라테스… ‘ㅍ 스포츠’ 인기   전남 구례의 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홍준 기자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생체(생활체육) 메인스타디움입니다. 봄입니다. 생활체육인들이 물 만난 계절. 시쳇말로 ‘운동권’들이 긴 겨울과 꽃샘추위로 봄 아닌 봄에 얼마나 근질근질했을까요.”(캐스터·이하 캐)   “네. 그래서 저희 중앙SUNDAY에서 함께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기사체가 아닌 ‘스포츠 중계체’로 말이죠. 캐스터·해설자·리포터만 가상의 인물임을 고려하십시오.”(해설자·이하 해)   캐=“그런데 생활체육이 뭔가요.”   해=“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체육활동입니다. 걷기도 생활체육인 이유입니다.”   캐=“걷기가 참여율이 가장 높은 생활체육이죠. 요즘 공원에서 걷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공원을 보면 골프채를 들고 작은 홀을 도는 이들도 많더군요.”   피클볼, 뉴스포츠 중 가장 빠른 성장 해=“말 그대로 파크골프입니다.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골프(파크골프·그라운드골프 포함)는 생활체육 동호회 가입률이 가장 높습니다. 1년 새 9.7%에서 15.3%로 올랐어요. 특히 파크골프 인기가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봅니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의 축소판으로 보면 됩니다. 지난해 회원 수는 18만4000여 명으로 4년 전 4만5000명의 네 배에 달합니다.”   캐=“초고속 성장이군요. 잠시 마이크를 현장으로 돌립니다.”   리포터 1=“네. 여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골프장입니다. 2만200㎡ 넓이에 18홀로 구성된 이곳에선 100여 명의 ‘선수들’이 라운딩 중입니다. 파3(45m) 3번 홀. 의정부에서 온 68세 문모 선수, 티샷! 공이 구릅니다. 홀인원? 홀인원? 아, 아쉽습니다. 티샷 때 쓰던 채로 퍼팅해 버디에 성공합니다. 이곳에선 18홀을 돌면 4000원을 내야 하지만 그마저 받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405개. 4년 내 120곳이 더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예약은 홀인원보다 어렵습니다. 특히 6070세대에 인기가 높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월드컵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빠진 동호인들. 김홍준 기자   리포터 2=“72세 민해자 선수, 파 세이브. 전남 구례군파크골프장 6번 홀에서 선두로 나섭니다. 같은 조 남성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듭니다. 민 선수, 3년째 파크골프에 빠진 이유가 있습니까.”   민=“일단 과격하지 않아요. 필드도 평지고요. 그래서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할 수 있죠. 제가 먼저 내기를 걸 정도입니다. ‘그린피’ 부담도 거의 없고요. 또 없는 게 있네. 해저드가 없어요, 호호호.”   캐=“일각에서 ‘뉴스포츠’란 단어를 붙인 종목이군요. 지난해 11월 종주국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한국의 파크골프 열풍을 취재했을 정도로 붐입니다. 인기가 급증하자 노년표를 의식한 지자체들이 우후죽순 파크골프장을 만든다는 비판도 나오더군요. 그런데 뉴스포츠로 가늠하자면 피클볼도 있지 않습니까.”   고양시 피클볼 전용구장에서 박초윤씨가 스트로크를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해=“네. 피클볼은 테니스도, 배드민턴도, 탁구도 아닌 그 중간쯤의 스포츠입니다. 파크골프보다 20년가량 빠른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죠. 국내엔 2016년 도입됐으니 10년도 안 됐습니다. 11점을 내면 승리합니다. 테니스 규칙과 유사하되 코트 크기는 배드민턴과 비슷합니다. 탁구 라켓처럼 생긴 패들과 파크골프처럼 플라스틱 공을 씁니다. 피클볼 보급에 앞장선 강신겸 전남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강 교수=“20여 년 전 미국 연수 중 처음 접했습니다. 작은 카운티마다 피클볼 전용 구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미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도 수십 년째 빠져 있습니다. 포뮬러원(F1) 선수들도 즐기고요. 제가 대한피클볼협회 초대 회장으로 있던 2018년 동호인 수가 100여 명이었는데 현재는 3500명입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뉴스포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실내 테니스장이 피클볼장으로 바뀌고 있을 정도죠. 2028년 LA 올림픽 시범종목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고요.”   리포터 3=“말씀하시는 순간, 경기도 고양시 피클볼 전용 구장에서 뜨거운 한판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스매싱! 혼합복식 박초윤·김석환 조가 서재선·전삼영 조를 제압합니다. 박 선수, 몇 년째 하시는지요.”   박=“4년 됐습니다. 코로나19 모임 제한이 오히려 피클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두 명이면 되니까요. 테니스보다 격렬하진 않지만 운동량이 제법 많습니다. 탄성이 작은 공이 오히려 랠리를 길게 만들어요. 그래서 테니스와 배드민턴에 부담을 느끼는 4050세대가 많이 찾아요. 서재선 언니도 마찬가지죠.”   우리나라 최초의 피클볼 전용 구장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피클볼장에서 서재선씨가 공격하고 있다. 피클볼은 1965년 미국에서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혼합해 만들어졌고 201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본격 보급됐다. 최근 5년 새 회원이 30배 가까이 증가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홍준 기자 서=“손목뼈 희귀병으로 3년간 테니스를 쉬었어요. 우울증에 걸리겠더라고요. 이젠 아예 테니스에서 전향했어요. 격렬하지 않아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2030세대도 많이 찾더라고요. 이번 생활체육대축전에선 정식 종목이 아니라 아쉽지만 6월 전남 화순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엔 꼭 나가보고 싶습니다.”   캐=“365일 운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주에 1회 30분 이상 운동하지 않는 이들도 39.3%나 됩니다. 그중 1년간 운동을 아예 안 한 사람도 73.6%라죠. 시간이 없어서(70.4%)와 관심이 없어서(50.3%)가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그런 가운데 없는 시간 쪼개 퇴근 후 옥상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풋살족입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리포터 4=“여기는 서울 은평구 롯데몰 옥상 풋살장입니다. 일을 마친 사람들이 올라옵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 많아 보입니다. 풋살은 5~6인제 축구로 10년 전부터 인기몰이 중입니다. 최근 1년간 풋살·축구를 경험한 10대가 20.8%로 20대(8.2%)와 30대(5.3%)를 압도합니다. 골프(15.3%)에 이어 지난해 동호회 가입 2위(14.6%)이기도 하고요. 전국 풋살장은 500곳이 넘습니다. 백화점과 몰·마트 등 전국 20곳 옥상에서 풋살장을 운영하는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구장 매출이 연평균 20%씩 오르고 있답니다. 인원이 꽉꽉 차서 새벽 2시까지 문을 열고요. 풋살 사내 동호회도 늘고 있습니다. ‘골때녀’ 방송 덕분인지 여성 풋살족도 증가 추세입니다.”   장영진(39·서울 마포구 직장인)씨=“여성 풋살족 사내 동호회 최고참입니다. 후배들이 그러더군요. ‘스트레스를 날려버려 근속 연수가 늘어날 것 같다’ ‘이직하려다 참게 된다’고요. 동감합니다. 처음엔 포지션이 뭔지도 모르고 뛰었는데 이젠 안 하면 허전합니다. 소리 지르고, 상대 팀 뒷담화하고, 끝나면 순댓국 먹고. 경기 후 ‘고생했어’라며 주고받는 한마디는 얼마나 달콤한지요. 참, 유니폼과 풋살화가 은근히 귀여운 게 많아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한 사내 여성 풋살 동호회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의 풋살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 고양시 롯데몰 옥상 구장의 풋살족. 김홍준 기자 캐=“장 선수 말대로 생활체육은 큰 시장입니다. 2023년 스포츠산업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은 81조원. 전년 대비 3.7% 증가했습니다. 관련 종사자도 45만8000명으로 4.1% 늘었고요. 종목별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생활체육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생활체육 중 프로그램 수강 경험이 가장 많은 분야는 또 다른 뉴스포츠로 각광받는 필라테스와 요가더군요.”   “생활체육 사고, 봄철 몰려 유의해야” 해=“그렇습니다. 수강 경험이 24.4%에 달해 수영(20.2%)을 앞질렀습니다. 여성이 가장 동호회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부문(25.1%)이자 ‘시간 없어서 운동 못 하는’ 사람들이 걷기 다음으로 하고 싶어 하는 운동입니다.”   리포터 5=“여기는 서울 마포구의 한 필라테스 스튜디오입니다. 마침 중년 남성 한 명이 배럴(원통 모양의 기구를 이용한 운동) 중입니다. 운동하니 어떻습니까.”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에서 한 관계자가 필라테스 기구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김경철(58·서울 마포구)씨=“몸치입니다. 허리통증을 달고 살아 격하지 않은 운동을 찾았습니다. ‘몸통 일자, 골반 정렬.’ 강사 말대로 하니 코어에 힘이 실리고 통증이 줄더군요. 처음엔 반바지를 입고 했는데 레깅스 입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이젠 저도 레깅스족이 됐고 매트도 장만했습니다.”   해=“왜 의류·장비 등 스포츠산업이 커지는지, 왜 걷기 다음으로 필라테스를 선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군요. 전국에 스튜디오가 1500개가 넘어 과열이란 평도 있습니다. 캐스터님은 어떤 생활체육을 하십니까.” 전남 곡성의 너른 들판 위를 나는 패러글라이딩 체험. 김홍준 기자   캐=“전 패러글라이딩을 합니다. 정밀착륙으로 저녁 내기를 하곤 하죠. 생활체육대축전 종목에도 포함될 정도로 요즘 인기 급등세입니다. 뉴스포츠 고참격인 게이트볼, 파크골프 축소판인 그라운드골프, 국내 빅4 스포츠인 축구·야구·농구·배구, 그리고 산악 동호인들도 대축전에 모여 실력을 겨룹니다. 즐기거나, 투혼을 불사르거나. ‘재야의 생활체육 고수’도 곧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클래식 스포츠가 탄탄히 받치고 뉴스포츠가 바람을 일으키는 모양새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재헌 인제대 백병원 교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강 교수=“생활체육은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를 8%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 해 노인 한 명 의료비가 평균 534만원이니 40만원이 넘습니다. 이는 젊은 층에도 해당합니다. 유대감 형성과 신체활동을 통한 심리적 안정, 체력 향상은 나이를 따지지 않으니까요. 다만 특히 봄에 생활체육 사고가 몰리니 유의 바랍니다.”   캐=“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중계를 마칩니다. 생체 메인스타디움이었습니다.”     ■ 66개 종목 응시생 5만명 육박…경기만큼 뜨거운 ‘생체’ 시험 「 2만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경기 열기가 한창 고조될 오는 26일엔 또 다른 열기가 지펴진다. 5만 명에 육박하는 수험생이 2급 생활체육지도자(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 시험을 치르면서다. 당일 선수는 2만 명 , 응시생은 5만 명. 더블스코어를 훌쩍 넘는다.   생활스포츠지도사로 명칭이 바뀐 건 10년이 됐지만 아직도 응시생들은 ‘생활체육지도자’라고 부른다. 말을 줄여 ‘생체 시험’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응시자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2020년 2만7987명에서 지난해엔 4만3700명으로 4년 새 1.6배나 늘었다. 필기시험 합격률도 50%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37%에 불과할 정도로 난도가 높아졌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생활체육의 범위가 넓은 만큼 종목도 다양하다. 무려 66개다. 빅4 스포츠인 축구·야구·농구·배구는 물론 게이트볼·당구·등산에 요새 뜨는 ‘ㅍ 생체’ 중엔 파크골프·풋살·패러글라이딩도 포함돼 있다. 생활체육을 할 시간도 빠듯할 텐데 이 사람들은 왜 500쪽에 이르는 두꺼운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할까. 그리고 왜 5개 과목 필기시험을 치른 뒤 또 실기와 구술시험을 치를까. 등산은 걷기, 보디빌딩(헬스)에 이어 생활체육 참여율 3위에 이른다. 경남 합천과 경북 성주에 걸쳐 있는 가야산에서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홍준 기자   등산 분야에 응시하는 오지혜(44·경기도 고양)씨는 “암벽 등반을 10여 년간 하면서 몸으로만 배웠지 이론적인 부분은 더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응시하게 됐다”며 “직접 하는 생체는 물론 가르치는 생체도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밝혔다. 조여정(57·경기도 시흥)씨는 당구 생체지도자 자격증을 이미 딴 데 이어 이번엔 게이트볼에 응시한다. 조씨는 “당구도, 게이트볼도 어르신들과 함께하기 위한 것인데 자격증이 있어야 훈수를 둬도 씨알이 먹힐 것 같았다”며 웃었다. 체육시설법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체육관이나 학교·직장·공공기관 체육 시설에서 가르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위해 준비한다는 응시자도 적잖다. 김모(59·서울 은평구)씨는 “요즘 핫한 파크골프 지도자 자격증을 딴 뒤 퇴직 후 관련 분야 사업을 꾸릴 생각”이라며 “아무래도 자격증 하나라도 더 있어야 든든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2025.04.19 00:01

  • 2030은 얼죽미, 40대도 발 뺀다…코스피·코스닥 고령화

    2030은 얼죽미, 40대도 발 뺀다…코스피·코스닥 고령화

     ━  젊은 투자자 떠나는 K증시   “코스피는 (투자) 하지 않아요.” 20대 후반의 사회 초년생 후배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확실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코인) 투자에 관해 묻자 한국 증시에는 투자한 적도, 투자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코스피나 코스닥에서는 수익이 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직장인 허인성씨도 마찬가지다. 허씨는 “삼성전자나 카카오 같은 종목에 투자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며 “대신 미국 주식을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증권시장에서 젊은층의 감소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미국 등 강세를 보이는 해외 증시나 암호화폐와 같은 대체 투자처로 이동하고 있는 영향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연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각각 14.9%와 20.9%였던 국내 증시의 20대와 30대 투자자 비율은 2022년 12.7%와 19.9%, 2023년 11%와 19.4%까지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각각 역대 최저인 9.8%와 18.8%를 기록했다. 이들이 가진 주식 수로 봐도 감소세가 명확하다. 2020년 9.9%였던 30대의 소유주식 비중은 지난해 7%까지 주저앉았다. 20대는 2020년 2.2%에서 지난해 1.6%로 감소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특히 지난해에는 40대마저 줄면서 한국 증시가 더 ‘고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이후 줄곧 40대 투자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50대로 바뀌었다. 2021년 23%였던 40대 투자자가 지난해 22.1%로 감소하면서다. 반면 50대는 22.4%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50대 이상이 전체 주식의 70.9%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체가 고령화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 증시가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황세윤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층이 계속해서 대체 투자처로 빠져나가면 주식 거래 빈도가 줄면서 유동성이 나빠지는 등 전반적으로 증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호화폐 투자자도 2030이 48% 달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시장은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다. 암호화폐만 해도 투자자의 47.8%가 20대와 30대(금융위원회 조사)인데, 지난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액은 2515조735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 개인 투자자 거래액 3404조5961억원의 73.89%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주식시장의 개인 자금을 잠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달러 인덱스’ 내리막…서학개미, 신흥국으로 분산투자를 NH투자증권이 자사의 해외 주식 보유자(70만 명)를 분석한 결과 30~40대가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반면 ‘코스피200’ 보유자 207만 명 가운데 30대는 13%에 그쳤다. 57%가 50대 이상이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 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 주로 90%가량 뛰었고, 지난해에는 39% 증가한 1564억1900만 주에 달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런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미 증시 순매수액은 109억2715만 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예탁결제원이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던 지난달 순매수액은 38억7327만 달러(약 5조6991억원)로, 월간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얼죽미’(얼어 죽어도 미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젊은층이 이처럼 암호화폐나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데는 무엇보다 수익률 영향이 크다. 한국 증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게걸음을 지속했지만 미국 증시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2023년에만 53%가량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24.88% 올랐다. 실제 수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자사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미국 증시 투자자의 72%가 이익을 거둔 반면, 국내 증시 투자자 중 수익을 낸 비율은 48%에 그쳤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비트코인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한 해에만 163.8% 상승했다. 해외에서는 10만8249달러까지 치솟았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비트코인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지난해 이더리움(70.3%)·리플(293.2%)과 같은 이른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가파르게 올랐다. 암호화폐는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데다 주식처럼 종목을 분석할 필요도 없고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등 주주환원 정책이 미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7일 펴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평균 27.2%로 주요 16개국 중 꼴찌였다. 영국(137.4%)·이탈리아(116.4%)에 비하면 4~5배 차이가 났다. 기업은 번 돈을 배당도, 투자도 하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일반 법인의 사내유보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2801조원에 이른다.   작년 투자자 수익률, 미 72% 국내 48% 한국 증시의 상품 다양성 부족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고속성장했지만, ETF 운용사 간 상품 베끼기와 유사 상품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에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K운용이 내놓은 양자컴퓨팅 테마형 ETF가 인기를 끌자 올해 들어 주요 운용사가 비슷한 ETF를 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운용사 간 베끼기가 근절되지 않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시장에서는 코스피·코스닥 고령화로 유동성 부족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다. 50대 이상은 20~30대보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인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장년층은 안정적인 성장주 위주로 장기 투자가 많은 편이어서 거래 빈도가 낮아 증시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 등 여러 요소가 겹쳐 있지만, 이미 코스피·코스닥은 유동성이 줄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초 하루평균 22조~23조원에 육박하던 주식 거래대금은 하반기 18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8조3630억원에 그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층이 빠져나가는 시장을 좋은 시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밸류업 불씨를 다시 살리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일반 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증시에서의 젊은층 이탈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증시 자체가 수익률에 따른 변동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나 암호화폐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젊은층이 그리로 눈을 돌린 건 당연한 결과”라며 “한국 증시가 상승세로 전환한다면 젊은층도 빠르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 하락장인데…5월은 미국 주식 양도세 납부의 달 「 급락했는데 세금까지. 잔인한 5월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권시장에 투자해 연간 250만원 이상을 벌었다면 다음 달 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양도세 자체는 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이어서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최근 미국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가 체감하는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증시 투자자의 수익률은 꽤 높은 편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자사 고객의 지난해 해외 주식 양도 차익이 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2023년 1조원의 3배에 달한다. 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에서 대거 이익을 실현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양도세 신고 대상도 미래에셋증권 고객만 10만8000명에 이른다. 이를 전체 증권사로 확대해 보면 올해 납부 대상자는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주식은 대부분 거래소를 통한 소액 거래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내는 투자자가 거의 없다. 하지만 해외 주식의 이익은 연간 기준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과세 대상이다(이듬해 5월 신고·납부). 세율은 22%(지방소득세 포함)다. 예컨대 지난해 양도 차익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의 22%인 165만원을 올해 5월에 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의 이익에 대한 세금을 하락장을 맞은 지금 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의 여파로 크게 하락했다. S&P500지수는 올해 석 달간 4.6% 하락했고, 2월 19일 고점 대비로는 한 달 반 만에 10% 빠졌다. 특히 한국 투자자가 선호했던 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의 하락 폭이 크다. 하지만 올해 손실액은 지난해 양도 차익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이날 미국 증시가 급등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는 이날에만 각각 22.69%, 18.72%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관세 부과 방침을 통보받은 국가가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25.04.12 01:33

  • '달러 인덱스' 내리막…서학개미, 신흥국으로 분산투자를

    '달러 인덱스' 내리막…서학개미, 신흥국으로 분산투자를

    3월 26일, 한국은행은 ‘서학 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식 투자를 급격히 늘렸다. 그런데, 3월 18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액 가운데 미국 비중이 90.4%에 이를 정도로 미국 집중도가 높다. 미국 주식 가운데서도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 등 2023년 이후 S&P500지수 상승을 주도한 7개의 첨단 기술 기업)과 같이 인지도가 높은 종목이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리스크가 큰 상품에 투자가 쏠리고 있다.   한국 개인 투자자가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0년간(2015~2024년) S&P5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2.2%였던 반면, 코스피의 상승률은 3.6%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은, 한국은행이 경고한 것처럼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4월 7일까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9% 하락하는 등 미국 주가가 급락했다.   관련기사 2030은 얼죽미, 40대도 발 뺀다…코스피·코스닥 고령화 원금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의 사례를 들며, 주식시장에서 연간 40%의 평가손실을 입은 후 개별 종목 대신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할 경우, 원금 회복에는 최소 8.6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올해 미국 주가는 급락했지만 홍콩, 브라질, 한국, 중국 등의 주가지수는 소폭 상승했거나 하락 폭이 작았다.   1분기 미 성장률 -2.9% 전망도 해외 주식투자 때 꼭 고려해야 할 변수 중 하나는 ‘달러 인덱스’이다. 달러 인덱스가 상승할 때는 미국 주가지수가 신흥시장보다 더 많이 올랐고, 반대의 경우에는 신흥시장 주가가 더 많이 상승했다. 코스피와 S&P500의 상대지수도 마찬가지다. 2000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두 변수 간의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면, -0.83으로 매우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즉, 달러 인덱스가 상승할 때는 S&P500이 코스피보다 더 올랐고,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코스피가 더 상승했다.   한·미 상대주가와 달러 인덱스 올해 1월 109.96까지 상승했던 달러 인덱스는 최근 103 안팎까지 떨어졌다. 미국 경제에 내재한 문제를 고려할 때, 달러 인덱스는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하면서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최근 미시간대나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 부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월 3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모델은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고 언급하며 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다. 물가는 Fed의 목표치인 2%를 다소 웃돌 것으로 보이지만, 고용은 급감할 수 있다. 미국의 고용은 매우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하자, 기업은 그해 3~4월에 2187만 명의 고용을 줄였다.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고, 이에 따라 고용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ed는 물가보다 고용을 더 중시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Fed가 금리를 내리면, 달러 인덱스는 더욱 하락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정부는 정책적으로도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지난해 11월에 작성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조화를 위한 사용자 가이드’에서 달러의 과대평가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고착화하고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전술적 수단에 불과하며, 달러 약세 유도가 미국의 대외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질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미란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마러라고 협약(Mar-a-Lago Accord)’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달 발표될 ‘환율 보고서’(주요 교역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등 일부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주요 교역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전망이다.   Fed 금리인하 저울질, 약달러 전망 중장기적으로도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26.5%에서 2029년에는 25.4%로 낮아진다. 과거에도 미국의 비중이 줄 때 달러 인덱스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지난해 기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GDP 대비 124.1%, 순대외부채는 89.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대내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달러 인덱스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도 2000년 71.1%에서 2024년 57.8%로 낮아졌다. 앞으로도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이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금융자산 운용 수익률 추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3.6%, 15%로 장기 평균 수익률(2000~2024년 연평균 6.5%)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미국 주가가 급등했고, 원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한다. 지난 2년간 수익률이 높았던 만큼, 앞으로 2년간은 평균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주가의 하락과 원화 가치의 상승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2년간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시기에 미국 주식에 대한 집중투자는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 달러 인덱스의 추이를 보면서 미국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국도 신흥시장에 포함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5.04.12 01:29

  • 방위비·무역수지 따진다, '동맹 계산기' 두드리는 트럼프

    방위비·무역수지 따진다, '동맹 계산기' 두드리는 트럼프

     ━  동맹 떠나는 미국, 전문가 분석   나토 본부는 외관부터 독특하다. 168m 길이의 건물 8개가 76m 길이의 건물 4개와 서로 엇갈려 연결돼 하나의 단지를 이룬다. 나토의 21세기 중점인 통일과 통합을 보여주는 깍지 낀 손가락을 상징한다. 정원에는 베를린 장벽, 9·11 테러로 붕괴된 뉴욕 쌍둥이 빌딩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나토 임무의 첫 역사상 전환점과 나토 조약 5조가 처음 발동된 현장을 보여준다.   나토는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삼총사』의 모토를 신봉한다. 그 정신이 담긴 게 나토 조약 5조로,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팽창을 견제하고자 유럽 국가들 요청으로 미국이 많은 부담을 지는 구조로 창설됐다. 나토 회원국은 지금도 미국과 여타 국가라고 말한다. 미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나토, 미국이 많은 부담 지는 구조 지난 2019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에도 나토 조약 5조를 이행할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주저하였다. 취임 전부터 나토는 이미 쓸모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나토가 쓸모없는 조직이 아니라고 확인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2017년 나토 정상회의는 “왔노라, 보았노라, 훈계하였노라”고 평가되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8년에는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정상회의 결과로 발표할 사항을 미리 확정해 두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조지아와의 확대정상회의에 1시간쯤 늦게 나와 의제를 무시하고 “당신, 앙겔라” 등으로 각 정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위비 규모를 확인하고 2019년 1월까지 GDP 2%로 올리지 못하면 미국은 홀로 가겠다고 위협하였다.   2024년까지 각 회원국 방위비를 GDP의 2%로 증대하기로 한 2014년 웨일스 나토 정상회의의 합의는 구속력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회원국에 멍에가 되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가 급증하면서 합의를 이행하는 회원국이 대폭 증가하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GDP 5%로 방위비 증대를 요구한다.   나토는 1949년 창설 이후 많은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지금 같이 중대한 위기는 처음이다. 1989년 냉전 종언으로 존립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나토는 협력안보기구로 탈바꿈하여 구(舊)적대국과 대화를 증진하며 유럽 변경의 분쟁을 관리하였다. 나토 조약 5조는 2011년 9·11 테러 당시 처음 적용되어 미국을 지원하였다. 만일 미국이 탈퇴해도 나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부르며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 합병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규탄 유엔 결의안 채택 시에도 미국은 나토 회원국 대신 러시아와 함께하였다. 돈을 내지 않는 나토 회원국은 지켜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나토가 표방하는 공통 위협 인식과 공동 대응이 아니다. 나토 건물이 상징하는 통일과 통합은 없다.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책을 강구했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매트릭스 영화 광고와 같은 심정이다. 트럼프 1기 당시인 2019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나토가 뇌사 상태에 있다고 말하고 최근 독일 총리로 예정된 메르츠가 나토가 현 상태로 6월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미국에서는 민간 메신저앱 ‘시그널’의 단톡방을 통해 예멘 반군 후티 공격 계획이 누설된 것이 논란이다. 유럽은 보도에서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럽 정서에 실망한다. 밴스 부통령은 수에즈 운하 해상로가 보호될 경우 이득을 얻는 것은 유럽인데 유럽을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방위 무임승차는 애처롭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를 나토 조약이 서명된 워싱턴에서 개최하면서 세계 역사상 유일한 가장 위대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위 동맹이라며 나토를 평가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미국이 돌아왔다, 동맹이 돌아왔다, 외교가 돌아왔다”는 메시지의 정점과 같았다. 이제는 “트럼프가 돌아왔다”. 바이든 지우기는 그칠 줄 모른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마련하였다는 ‘임시 국가방어 전략지침’이 주목을 받는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미 본토 방어에 초점을 두며 동맹국들이 러시아·북한·이란 등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잠재적인 전쟁에 대비하며 승리하도록 준비한다는 건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계속되어 온 정책이다.   대만엔 GDP 10%로 방위비 증대 요구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독특한 외관은 통합을 보여주는 깍지 낀 손을 상징한다. [중앙포토] 지침은 유럽이 방위비 분담을 증대하여 나토가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고 저지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를 격퇴할 수 있도록 하며 미국은 여타 지역에서의 주요한 분쟁을 억제한다고 한다. 지침은 미국의 나토 탈퇴를 거론하기보다 미국의 우선순위를 열거하며 유럽과의 역할 분담을 제시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대해서는 GDP 10%로 방위비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침은 미군이 마약과의 전쟁, 국경 보호 및 불법 이민자 추방 임무에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헤리티지 재단 보고서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보도된 지침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을 대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과 국방비 증대를 요구하면서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국내 문제에 관심을 돌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술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하나 전략적으로는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동맹국을 무역수지와 방위비라는 두 개 잣대만을 통해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 미국의 최대 적국 중의 하나로 유럽연합을 거명하였다. 유럽이 걱정해오던 미국과의 균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여타 지역의 미국의 동맹국도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빗대어 ‘두 지역 이야기’를 말한다. 유럽에는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데 비해 아시아에서는 연속성과 안보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에 집중하기 때문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이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단선적 대비가 부족할 수 있는 이유이다.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을 제공하고 시리아 원자로 건설을 지원하였으며 러시아에 파병해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 이란도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였다. 나토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인태) 4개국 정상을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하였다. 지난해 워싱턴 정상선언은 인태 지역의 발전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직접 영향을 주어 중요하다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피즘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세계에서 확대되고 있는 반이민 정서, 극우와 극좌 세력의 전진과 맥을 같이한다. 어려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책 변화가 항구적일지 여부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지그재그 행보를 보이는 점도 어렵다. 미국의 동맹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저항·협력·절충 등 방안을 두고 대응을 고심한다.   미국 동맹국의 변화도 계속된다. 우선 유럽연합의 ‘대비 2030’과 독자 핵억제력 논의를 포함한 홀로서기 노력이다. 독일은 국채 한도 관련 의회의 승인을 확보해 원칙적으로 무한정 방위비 지출도 가능해졌다.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변화이다. 인태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도 각자도생을 고민한다. 동맹은 상호 도움을 위한 것인데 이러한 변화가 미국에 이익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이 당면할 문제는 방위비 분담,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부담, 국방비 증대와 함께 무역 수지 흑자 감축 압박일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고 한국을 패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국방부가 향후 5년간 매년 8% 예산 감축을 추진하는 만큼 주한미군 감축,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조정 가능성도 있다. 한국이 자강 노력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주의적 접근에 초당적으로 유연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김형진 전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17회)에 1984년 외교부에 들어간 후 북미국장, 청와대 외교비서관, 외교부 차관보를 거쳐 전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2025.04.05 00:08

  • '9988234' 화두…"건강한 노년 보내도록 돕는 게 초고령사회 대응 핵심"

    '9988234' 화두…"건강한 노년 보내도록 돕는 게 초고령사회 대응 핵심"

     ━  초고령사회 어디까지 왔나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가 초고령사회와 관련해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고령층이 가장 바라는 건 건강한 노년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건강의 ‘사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일상을 영위하는 고령층이 늘어날수록 간병과 돌봄 등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정 교수는 “최근 고령층은 주변에 기대기보다는 최대한 독립적으로 사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며 “그런 만큼 정부 대책도 건강 관리 등 고령층이 신체적 기능을 최대한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사전 예방 대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 교수는 한국노년학회장과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장 등을 지낸 사회복지 전문가로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함께 만드는 돌봄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사회가 마주한 문제와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초고령사회가 불러올 파급 효과는. “국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면 의료나 복지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출산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정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해졌다. 특히 복지 정책의 재원은 한정적인 세금인 만큼 미래 세대에 세금 부담을 지우는 식의 단기적 대응은 지속하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는 그러면서 ‘9988234’라는 숫자를 언급했다. 최근 고령층 사이에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만 앓고 사흘째 죽는 것’이란 의미로 회자되는 숫자다. 정 교수는 “고령층이 연금이나 복지 제도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족 등 주변에 짐이 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연령과 상관없이 고령층이 최대한 오랜 기간 건강한 노년을 보내도록 돕는 게 초고령사회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 문제도 화두다. “법적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자는 요구도 나오지만 세대별로 의견이 다양하게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를 놓고 계층 갈등 양상도 나타나는데, 정작 고령층과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가 각각 다르다는 점에서 정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상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관련기사 초고속 초고령화, 고요한 노인의 나라 한국 한국인 기대수명 84.5세…노인 기준 연령 조정? 원하는 일자리가 어떻게 다른가. “노인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다수가 원하는 일자리는 청년층이 원하는 정규직 풀타임 근무가 아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고령층은 풀타임보다는 일부 시간만 일하길 원한다는 답변이 높게 나온다. 고령층이 계속 일하길 원하는 건 생활비 문제도 있지만 일 자체가 생활의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하러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일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서적으로도 고립되지 않을 수 있다. 고령층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예방적 지출 차원에서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돌봄 서비스 논의도 활발하다. “노인 일자리 등 예방적 지출을 강조하는 것도 고령층이 돌봄의 대상이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이 신체적·인지적 기능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것은 고령층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하지만 당장 고령층을 위한 대표적인 제도인 장기요양보험제도만 봐도 돌봄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 교수의 우려처럼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은 초고령화 시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돌봄 서비스 수요 대비 공급 부족 규모가 2032년엔 71만 명, 2042년엔 최대 15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2042년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해외 인력을 들여오거나 돌봄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고령층 대상 돌봄 서비스는 사회문화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현실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적으로도 고령층 돌봄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그나마 양호한데 다른 지역은 인력도, 재원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계층 격차에 대한 우려도 크다. “맞다. 생애 소득이 부족한 계층일수록 노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노후를 보낼 충분한 자산을 갖춘 경우 미리미리 건강을 챙겨 신체 기능을 오랜 기간 유지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한정된 재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작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고령층은 제때 도움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후 대책보다 사전 지원 강화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고령사회는 범국가적 과제인 만큼 정부는 물론 기업과 시민사회 등 민간 차원에서도 짐을 함께 분담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5.03.29 01:34

  • 한국인 기대수명 84.5세…노인 기준 연령 조정?

     ━  초고령사회 어디까지 왔나   84.5세. 통계청이 예측한 올해 한국인의 기대수명이다. 1971년 62.7세였던 게 1987년 70.1세, 2009년엔 80.0세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증가 추세다. 사회 정서적으로 노인이라고 여겨지는 연령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71.6세로 2020년(70.5세)에 비해 1.1세나 늘었다.   늘어난 수명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사회 각계에선 정년 연장과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당장 대한노인회와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등 각종 노인 단체들이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촉구하고 나섰다. “만 65세로 정한 1981년 이후 40년 넘게 바뀌지 않은 노인 연령을 이젠 조정해야 할 때”라면서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도 “노인의 법정 연령을 75세로 높이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60세로 규정된 법적 정년을 늘리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이미 2023년부터 65세 정년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초고속 초고령화, 고요한 노인의 나라 한국 ‘9988234’ 화두…“건강한 노년 보내도록 돕는 게 초고령사회 대응 핵심” 각계의 요구 속에 정부도 노인 연령 조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를 포함시킨 뒤 지난달부터 학계·시민단체 등과 함께 노인 연령 조정과 관련한 범사회적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도 지난달 ‘노인 연령 조정’을 주요 과제로 담은 ‘미래 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문제는 노인복지법상 만 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 조정할 경우 연금·보험 등 이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각종 복지 제도의 적용 연령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노인 관련 복지 제도의 기준 연령은 60세부터 65세까지 제각각인 데다 성격도 다르다 보니 일률적 상향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여건이 각자 다른 만큼 일률적인 노인 연령 조정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며 “제도 취지와 개인 특성 등을 고려해 어떤 분야에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에 대한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5.03.29 01:30

  • 초고속 초고령화, 고요한 노인의 나라 한국

    초고속 초고령화, 고요한 노인의 나라 한국

     ━  초고령사회 어디까지 왔나   “여기서 60대면 청년이야, 청년.”   전라남도 고흥군 등암마을 노인회관에는 네 개의 방이 있다. 그중 본관 2층에 위치한 방을 이곳 노인들은 “청년방”이라고 부른다. 지난 17일 80대가 모이는 1층 방에서 만난 송춘삼(82) 부녀회장은 “60대는 어리다며 따로 방을 써요 글쎄. 90세 이상도 별도로 모이는데, 그쯤 돼야 나이 좀 먹었네 할 수 있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고령인구 비율 1위는 27.4%인 전남이다. 그중에서도 고흥군은 44.3%로 전남에서 가장 높다. 전체 주민 중 무려 절반 가까이 65세 이상 고령층인 셈이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0세 이상이 가장 많은 곳도 고흥군(78명)이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미 초고령사회의 한복판에 위치한 고흥은 조만간 한국 사회 전반에 닥쳐올 ‘노인 절반 시대’의 사회상을 미리 유추해볼 수 있는 곳”이라며 “이들 지역의 데이터와 대응 노하우 등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면서 미래에 닥칠 범사회적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9988234’ 화두…“건강한 노년 보내도록 돕는 게 초고령사회 대응 핵심” 한국인 기대수명 84.5세…노인 기준 연령 조정? 한국은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 국민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2017년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된 지 7년 만으로 당초 정부가 예측한 2026년보다 3년이나 빨랐다. 고령화 추세가 가파른 일본도 10년 걸린 점에 비춰볼 때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한 민·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나 죽으면 30년된 이 가게도 끝” 전통시장 70대 한숨…‘5도2촌’ 대안될까   . “초고령사회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10년 뒤엔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초고령사회 진입 석 달째를 맞아 찾아간 전남 고흥은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젊은층의 지속적인 감소, 노인 고독사와 일자리 문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고민 등 조만간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될 초고령사회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3월 중순에 때아닌 폭설이 내렸던 지난 18일 허리를 굽혀 눈을 치우던 80대 박모씨도 “청년이 귀하니 오늘처럼 도로가 막히면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 고흥군 등암마을 노인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있다. 원동욱 기자 고흥전통시장에서 식재료를 팔고 있는 70대 정헌영씨는 “내가 죽으면 30년 넘게 지켜온 이 가게도 끝”이라며 “아들도 고흥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갈 환경이 안 되다 보니…”라고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군에서도 드론 축제 등 주말마다 각종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이런 게 잘 되면 젊은이들도 많이 찾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고흥군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관내 나로우주센터와 연계한 드론 산업 육성과 대규모 농수축산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등 미래전략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지금이야 노인들끼리 의지하며 지내고 군에서도 여러 지원을 해줘 그나마 살 만하지만 미래가 걱정”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명동만(86) 등암마을 노인회장은 “강사가 노인회관에 주기적으로 와서 운동도 가르쳐 주고 전통 떡 만들기 등 일주일에 사나흘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래도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동네 활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우려했다. 옆에 있던 동갑내기 신채균씨도 “나이가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아픈 곳이 많아지는데 병원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니 다들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고흥군, 드론산업·스마트팜 육성 심혈 그래픽=남미가 기자 신씨의 말처럼 건강과 의료 대책은 고령층의 가장 큰 현안이자 관심사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고흥군민들이 자주 찾는 고흥종합병원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차주흔 고흥종합병원 총무과장은 “노인전문요양병원도 함께 운영 중이라 노인분들의 방문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의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오겠다는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문제는 단지 고흥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만간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인 만큼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실제로 전국의 요양병원은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2020년 1583곳에서 지난해엔 1342곳으로 200곳 넘게 급감했다. 행위별로 수가 적용을 하는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진찰료나 약제비 등이 1일당 정액수가제로 묶여 있다 보니 노령층 진료가 늘어날수록 병원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허준수 교수는 “초고령사회일수록 중요한 게 돌봄 의료 서비스”라며 “노인분들이 마음 놓고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학계에선 “지금의 획일적인 대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75세 이상, 85세 이상 등 보다 세분화된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홀로 사는 노인의 증가와 그에 따른 고독사 문제도 초고령사회의 당면 과제 중 하나다. 광주에서 살다 4년 전 고향인 고흥으로 돌아왔다는 70대 정모씨는 “도시가 시설은 더 좋지만 늘 단절된 삶을 살다 보니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더 많이 느꼈다”며 “여기는 누가 돌아가시면 마을 방송이 나올 정도로 주민들끼리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강해 마음은 한결 편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며 “교통이 좋아지면 자녀들도 좀 더 자주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민·관이 함께 머리 맞대야 할 때” 노인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문화 프로그램. [중앙포토] 고흥군이 젊은 세대가 인근 대도시로 출퇴근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교통 인프라와 주거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주중 5일은 도시에서, 주말 이틀은 전원이나 고향 마을에서 생활하는 ‘5도2촌’을 초고령사회의 대안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광주-고흥 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고흥에서도 얼마든지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정주 여건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는 정부의 거시적인 정책보다 지자체 차원의 작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훨씬 효과 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은 “초고령사회에선 건강하게 잘 늙는 ‘액티브 에이징’이 지역 단위로 시행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찍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 차원에서 다양한 건강·돌봄·심리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요양시설을 찾는 노인이 크게 줄어든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한 소장은 “이미 아프고 난 뒤 돌보려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기 마련”이라며 “노령층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미리 지키면 초고령사회를 맞아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도 “고독사는 단지 시골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머잖아 서울도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종교·시민단체 등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도 노인 일자리 문제와 맞물려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실제로 2022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노인이 돼서도 계속 일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고, 이로 인해 노인 산재율까지 높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미 2023년 산재 보상을 받은 재해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52.1%를 차지해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선 고령 노동자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근무지 조명을 연령대에 맞게 조절하는 등 보다 섬세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령층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고흥=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2025.03.29 00:01

  • 국가 간 장벽 허무는 이커머스…한국도 '역직구'로 돌파구 모색

    국가 간 장벽 허무는 이커머스…한국도 '역직구'로 돌파구 모색

     ━  C커머스 공습 1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커머스가 속속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고, 셀러(이커머스 판매자) 역시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역(逆)직구’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C커머스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식이다.   매년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23년(8.3%)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삼성KPMG). 그러나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스태티스타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13% 성장해 2030년에는 7조938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런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는 패션 전문 이커머스인 페칭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페칭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상품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시장을 공략해 왔다.   신세계그룹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알리바바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G마켓은 그간 해외 시장에 힘을 써 왔는데,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보다 수월하게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은 대만을 크로스보더 거점으로 삼아 해외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반짝 열풍? 성장 멈춘 C커머스, 한국 직접 진출 반전 노린다 K커머스, 배송망확대·명품입점 맞불 ‘쩐의 전쟁’ 격화 글로벌 이커머스도 한국 셀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셀러 입장에서는 판로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어서 셀러의 관심이 높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셀러가 해외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공식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스페인·프랑스·일본이 우선 대상이다.   아마존도 한국 셀러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마케팅·물류는 물론 데이터 분석, 셀러와 제조 업체 간 연결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박홍민 삼정KPMG 파트너는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커머스나 셀러들은 역직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25.03.22 01:37

  • 반짝 열풍? 성장 멈춘 C커머스, 한국 직접 진출 반전 노린다

    반짝 열풍? 성장 멈춘 C커머스, 한국 직접 진출 반전 노린다

     ━  C커머스 공습 1년   16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 관계자가 검사·검역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유효기간 경과, 통관 보류, 위조상품과 같은 중국발(發)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심지혜(44)씨는 최근 중국의 한 이커머스(인터넷 쇼핑몰)에서 바지를 하나 샀다가 실망했다. 국내의 다른 이커머스에서 팔고 있는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훨씬 저렴했고, 일주일이면 받아 볼 수 있다고 해 구매를 결심했지만, 엉뚱한 치수의 바지가 도착했다. 배송도 20여 일이나 걸렸다. 심씨는 곧바로 반품 요청을 했지만, 상품을 어디로 어떻게 반품하라는 안내조차 없다가 일주일 뒤 반품 기한이 종료돼 ‘구매 확정’ 처리가 됐다는 메일이 왔다. 심씨는 “가격이 싼 맛에 몇 번 이용했는데 배송이나 환불 처리 시스템이 너무 엉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국가 간 장벽 허무는 이커머스…한국도 ‘역직구’로 돌파구 모색 K커머스, 배송망확대·명품입점 맞불 ‘쩐의 전쟁’ 격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심씨처럼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상품의 오배송·환불 불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네이버 아이디 ‘교**’는 1일 “A사에서 두 개의 제품을 구매했는데 받아보니 하자가 있었고, 두 제품 모두 반품을 했는데 한 개 제품만 환불 처리가 됐다”며 “고객센터에 5번 넘게 문의를 해봤지만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제품은 환불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부품을 구매했다는 아이디 ‘글**’ 역시 “부품이 하나 누락돼, 배송 온 그대로 반품을 보냈는데 물건 누락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환불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알리, 1000억대 마케팅 비용 쏟고도 고전  ‘알리깡’ ‘테무깡’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였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China와 이커머스의 합성어) 성장세가 주춤하다. 이용자 수가 정체 상태에 빠지면서 한때 태풍인 줄 알았던 C커머스 열풍이 미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저가’를 앞세워 블랙홀처럼 국내 소비자를 빨아들였지만, 가격이 싼 대신 품질과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오징어 게임’ 시즌2 관련 불법 굿즈. [사진 서경덕 교수 SNS] 포브스코리아·아이지에이웍스가 알리·테무 앱의 월간 이용자 수(MAU)를 조사한 결과 알리는 지난해 3월 6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정체 상태를 보인다. 계절적 성수기인 연말 이용자 수가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곧바로 꺾였다. 알리보다 국내 진출이 늦었던 테무는 지난해 4월 693만 명을 기점으로 줄곧 감소세다. 쇼핑이 늘어나는 연말 이용자 수도 626만 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인 쿠팡 앱의 MAU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비된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 같은 흐름은 결제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3조2300억원으로 전체 10개 이커머스 중 1위였다. 알리는 1133억원으로 9위에 머물렀다. 특히 11월과 비교하면 쿠팡은 3% 늘어난, 반면 알리는 42% 감소했다. 이용자 수가 반짝 증가했던 지난해 11월 알리의 카드결제액은 1962억원으로 전체 이커머스 결제액의 3.36% 수준이었다. 같은 달 테무의 카드결제액은 417억원으로 전체의 0.71%. 두 회사의 수치를 더해도 4.07%에 불과하다. 알리·테무의 결제 금액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1월(1.6%) 대비 2배 이상 성장하긴 했으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초저가 등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 배송 역량과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트렌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가 C커머스에 주목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국내 이커머스와 비교하기 어려운 초저가와 다양한 상품이다. 국내 이커머스에서 1만~2만원대였던 생활용품을 알리·테무에서는 3000~4000원에 판매했다. 저렴한 수준을 넘어 ‘초저가’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C커머스로 몰려들었다.   신뢰도, 9개 이커머스 중 테무·알리 8·9위 특히 다양한 상품 구성은 소비자에게 쇼핑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한때 유튜브 등 SNS에서는 알리·테무 상품을 구매해 리뷰하는 이른바 ‘알리깡’ ‘테무깡’이 주요 콘텐트로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해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이 잇따라 적발되는 등 상품성에 문제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중국 직구 제품 중 어린이용품·잡화·화장품 등 1401종을 분석해 유해 제품 198종을 적발한 바 있다. C커머스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C커머스의 1915개 제품에 대해 위해 제품 판매차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 같은 조치에도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신학기를 맞아 C커머스에서 판매한 학용품 16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7개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왔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을 판매한다든지, 짝퉁을 버젓이 유통하기도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C커머스에서 판매한 짝퉁 상품이 5500건 이상 적발됐다.   사후관리도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미래소비자행동과 함께 해외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의류 100건을 조사한 결과 AS 책임자 정보와 연락처가 있는 상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제조국 표시가 없는 사례가 80건, 제조 연월이 없는 사례는 98건이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유해 제품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C커머스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9개 이커머스 가운데 테무(8위·2.3%)·알리(9위·1.4%)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C커머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품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20%에 머물렀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렇다고 C커머스 이용자가 쪼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위해성 논란으로 이용자 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고물가 시대인 만큼 기존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의 C커머스를 이탈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C커머스가 한국 셀러(이커머스 판매자)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알리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 데 이어 최근 테무가 한국 셀러 모집에 나섰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을 한국에 파는 것과 자본을 투입해 한국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후자인 지금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25.03.22 01:35

  • K커머스, 배송망확대·명품입점 맞불 ‘쩐의 전쟁’ 격화

    K커머스, 배송망확대·명품입점 맞불 ‘쩐의 전쟁’ 격화

     ━  C커머스 공습 1년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이어 테무·쉬인 등 C커머스(China와 이커머스의 합성어)가 이번에는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 단순히 자국의 공산품을 수출(직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한국 셀러(온라인 판매자)를 통해 검증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팔고, 이를 통해 신뢰도를 높여가겠다는 것이다.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직접 진출로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겪었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또다시 소용돌이 빠지게 됐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C커머스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알리의 한국 시장 진출로 인해 타격을 입은 국내 업체는 배송망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강’ 쿠팡을 제외하고는 상황이 썩 좋지 못하다. 매출이 지속해서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SSG닷컴의 매출은 1조5755억원으로 전년보다 6.1% 감소했다. 영업손실액만 727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G마켓의 매출은 9612억원으로 전년 1조1967억원보다 19.7% 줄었다. 그나마 지속해서 성장 중인 쿠팡 역시 성장 폭은 둔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반짝 열풍? 성장 멈춘 C커머스, 한국 직접 진출 반전 노린다 국가 간 장벽 허무는 이커머스…한국도 ‘역직구’로 돌파구 모색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국내 이커머스의 전체 거래금액 증가율은 각각 0.3%와 0.7%로 0%대에 머물렀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12월 거래금액 증가율도 3.2%에 불과했다. 이런 마당에 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직접 발을 들여놓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테무는 한국에 오픈마켓(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장터)을 열기로 하고 최근 셀러 모집에 나섰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중국산 제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직구 방식으로 판매하던 기존 사업 모델에 더해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C커머스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건 지난해 알리에 이어 두 번째다. 알리는 한국 셀러가 입점해 있는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를 운영 중이다. 이 같은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직접 진출은 검증되지 않은 값싼 제품을 수출(직구)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서 활동 중인 셀러를 통해 검증된 제품을 한국 업체보다 싸게 판매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알리가 케이베뉴를 오픈하면서 점유율을 상당 부분 가져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테무까지 나서면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가장 우려하는 건 C커머스의 자금력이다.   국내 셀러를 통해 국내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점에서 중국산 저가 제품을 수출할 때와 같은 초저가 전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C커머스가 초저가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해 온 데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각종 할인 이벤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알리는 지난해 상반기 케이베뉴에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급하고, 10억원 상당의 쿠폰 등을 발행했는데, 보조금이나 쿠폰은 알리가 직접 판매 가격을 보조하는 형태였다. 소비자는 그만큼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C커머스는 이 같은 형태의 이벤트를 수시로 연다. 특히 마케팅 비용을 판매자와 플랫폼이 각각 분담하게 하는 국내 이커머스와 달리 C커머스가 전액 지급하는 예도 많았다. 케이베뉴 입점 셀러인 농사지음의 이광령 대표는 “판매 촉진을 위해 각종 마케팅을 진행하니 국내 이커머스와 비교해 매출은 물론 마진까지 높아지는 구조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C커머스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테무 역시 오픈마켓 출범 초기 공격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홍진영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 교수는 “이커머스는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진출 초기 C커머스가 막대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알리의 시가총액은 485조원, 테무를 보유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246조원로 쿠팡(58조원)보다 약 6배 이상 크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C커머스의 직접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투자 확대와 서비스 차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쿠팡은 1000억원가량을 들여 제천시에 10만여 ㎡ 규모의 풀필먼트센터를 짓는다. 이곳에는 쿠팡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상품 관리 및 작업자 동선 최적화 시스템, 친환경 포장 설비 등을 갖출 계획이다.   SSG닷컴은 물류 체계를 개편하고, 지방권 새벽배송과 트레이더스 당일 배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배송 구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SSG닷컴은 최근 부산에도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화장품부터 고급·고가 브랜드까지 카테고리를 넓히는 등 상품군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급·고가의 명품 시장은 경기 변동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게 장점이다. 컬리는 최근 프랑스 대표 브랜드 에르메스 퍼퓸&뷰티를 입점시켰다.   롯데온은 지난해 11월 명품 특화 쇼룸을 오픈한 이후 에트로·스카로쏘·아르마니 시계 등을 공식 입점시키며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는 현금성 쿠폰을 뿌리는 등 마케팅에 투입하는 비용 규모 자체가 (국내 업체와는) 달라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될 것”이라며 “빠른 배송 등 국내 업체가 초기 점유율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25.03.22 00:01

  • 기후재난, 글로벌 리스크 2위…이기심·무관심에 지구 죽어가

    기후재난, 글로벌 리스크 2위…이기심·무관심에 지구 죽어가

    최열 미래의 피해자가 될 것인가, 미래의 설계자가 될 것인가. 춘삼월에 눈발을 맞고 있자니 기후재난이 문턱을 넘어선 것 같다. 2024년은 지구상의 온도를 측정한 이래로 가장 더웠다. 지난해 인도 델리의 온도는 50도였다. 대중탕도 40도가 넘으면 들어가기 어려운데 섭씨 50도란 어느 정도의 뜨거움일까. 얼마 전 미국 동부에선 겨울 폭풍이 몰아치더니, LA에는 이틀간 최대 150㎜의 비가 내려 산이 무너졌다. 9개월 치 강우량이 한꺼번에 내린 결과다. 사하라 사막마저 100년 만의 홍수로 호수가 생겼다고 한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선정한 10대 글로벌 리스크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위와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이다. 10년 후인 2035년의 리스크도 예측했는데 1위부터 4위까지가 극단적 기상현상, 생물다양성 생태계 붕괴, 지구시스템 중대 변화, 천연자원 부족이다.   약 140년 전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의 기온이 치솟았다. 인간이 태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내뿜은 탄소가 주원인이다. 이 연료를 때서 얻은 생산물은 기업이 만들어냈지만, 결국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다. 탄소감축의 책임을 기업에게도 물어야하지만 쓰는 사람도 피해갈 수는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활동들로 고기 덜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너지 사용 줄이기 등등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뭔가를 줄이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데 왜 그렇게 많이 소비하며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세탁기를 쓰고 나면 더 이상 손빨래를 할 수 없다.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본방사수가 어색하다. 결국 편리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편리추구라는 강력한 욕구를 능가하는 동기란 게 있을까. 몸이 아파도 아이들 밥 주려 일어나는 엄마나, 굴욕적인 대접을 받아도 자식들 생각에 사표는 꿈도 못 꾸는 아빠나 결국은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불편을 감수한다. 우리가 기후대응에 나서게 만드는 것도 결국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다. 버락 오바마 말대로 우리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체감하는 첫 세대이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로서 같은 현실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하자.   45년 동안 환경운동에 매진하면서 지구상에서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가 기후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일 심각한 환경문제는 혼자만 잘되려는 이기심,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먹으려는 욕심, 세상 돌아가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무관심이다. ‘에코백 하나 들었다고, 텀블러를 쓴다고, 다회용기를 쓴다고 환경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빈정대지 말자. 물건을 살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선이다.   환경문제는 적용 안 되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열 번의 세미나보다 한 편의 영화가 더 쉽고, 주제를 생각하게 만든다. 2004년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시작할 때는 환경영화라는 장르조차 미비했지만 지금은 훌륭한 작품들이 연간 3000편 이상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초·중·고교에서는 환경영화를 선생님과 함께 보고 토론하고 자기 미래 직업과 연관시켜 글도 써본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전국에서 38만 명의 학생이 환경영화제에 참여했다.   정치 지도자와 정부, 기업은 시대흐름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환경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이 모든 과정의 방아쇠는 각성된 시민이다. 혁신에는 큰일 작은 일이 따로 없다. 기후재난을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자.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2025.03.15 01:31

  • "어깨에 멘 작은 액자" 에코백의 유혹…친환경 반려템 되다

    "어깨에 멘 작은 액자" 에코백의 유혹…친환경 반려템 되다

     ━  어떤 에코백을 들고 있나요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에코백(eco-bag)은 생태를 뜻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가방의 ‘백(bag)’이 합쳐진 말로 ‘환경을 생각하는 가방’이다.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주부들의 친환경 장바구니로 사용되던 것이 이제는 MZ세대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다. 환경과 생태보호를 위해 캔버스 등의 천 소재로 제작되는 에코백은 가격은 저렴하고, 더러워지면 몇 번이고 세탁해 재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자부심까지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에코백을 들고 있는지.   1 라이카 전시 굿즈. 2 디올 브랜드 이벤트 선물. 3 패션 행사 굿즈. 4 구찌 브랜드 이벤트 선물. 5 파리의 셰익스피어 서점 굿즈. 6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x로에베 협업 굿즈. 김상선 기자 #대기업 임원인 A씨는 얼마 전 미국 출장길에서 한 요가복 매장에 들러 400달러어치 옷을 샀다. 큰딸이 이 매장에서만 주는 한정판 사은품 에코백을 꼭 받아오라 부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작은 딸도 떠올라 민망하지만 사은품을 하나 더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런 실랑이가 어이없는 A씨는 “400달러어치 더 옷을 사겠다” 했지만 “액수에 상관없이 사은품은 하루에 한 번만 주는 게 원칙”이라는 답을 들었다. 에코백 하나 때문에 출장 일정을 허비할 수 없는 A씨는 둘째 딸에게는 다른 선물을 준비했다.   #인플루언서 B씨는 지난해 10월 명품브랜드 구찌가 문화의 달로 기획한 김용호 사진전 ‘두 개의 이야기’ 오픈에 VIP로 초대받았다. 이날 구찌는 초대 손님들에게 빨간색 직사각형 에코백을 선물로 증정했다. B씨는 손잡이까지 색을 맞추고, 구찌라는 브랜드 명이 보일 듯 말 듯 들어간 백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이벤트 직원에게 한 개만 더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거라 초대 팔찌를 찬 손님 한 명당 한 개씩만 증정할 수 있다”는 게 직원의 정중한 대답이었다.   친환경을 위한 캠페인 용품 정도로만 생각됐던 에코백이 패션 아이템으로 부쩍 각광받고 있다. 뉴엔AI 생성형 AI분석기업이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에코백’이 언급된 게시글 건수 추이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규제가 본격화된 2019년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었고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그래프를 그리며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실제로도 에코백은 패션 아이템으로 꽤 괜찮은 액세서리다. 가죽이나 비닐과는 달리 다양한 컬러 염색이 가능해서 그날의 옷 색깔에 따라 ‘깔맞춤’이 가능하다. 깔끔한 모노톤의 천에 들어간 로고나 레터링은 디자인 자체로 완성도가 있어 남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말끔한 수트 차림에 무거운 가죽 가방 대신 자신에게 딱 맞는 사이즈의 에코백을 든 일본 할아버지들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이런 경향 때문에 캐주얼 패션 브랜드에선 앞 다투어 에코백을 출시하고 있다. 메종 키츠네, 아페쎄(A.P.C) 등 인기 브랜드의 에코백은 몇 만 원 대라 MZ세대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이들 브랜드의 에코백은 중고품 거래에서도 활발히 거래될 만큼 사랑받고 있다.   디올 2022년 에코백, 수십만원 중고거래 7 파리 팔레드 도쿄 미술관 굿즈. 8 미나 페르호넨 전시 굿즈. 9 일본 도버 스트리트 마켓 굿즈. 10 팟츠팟츠 브랜드 이벤트 선물. 11 국가유산진흥원이 제작한 ‘일월오봉도’ 굿즈. 12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굿즈. 13 프리즈 서울 기념품. 14 갤러리 바통 새해 굿즈. 15 반 클리프 아펠 전시 굿즈. 김상선 기자 사실 수 백 만 원대 가죽가방을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들에서도 캔버스 천 에코백을 만들기는 한다. 최고급 가죽 손잡이와 장식을 단 에르메스 ‘가든 백’ ‘알린 백’이나 오블리크 자수가 들어간 디올 ‘북 토트백’ 등의 정품 가격은 수백 만 원대라 ‘넘사벽’이지만, 증정품 또는 기념품으로 제작되는 명품 브랜드의 에코백은 좀 만만하다. 물론 VIP 고객들만 초대하는 행사에서 ‘선물’로 증정되기 때문에 아무나 소유할 수는 없다. 그래서 중고품 거래에서 인기가 높다. 디올이 2022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2022 가을 여성 컬렉션’을 열면서 VIP 손님들에게 증정했던 에코백은 행사 후 온라인 중고거래에서 수십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명품 브랜드와 관련된 전시나 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 에코백도 인기다.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루이비통 미술재단에서만 살 수 있는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캔버스 에코백’은 명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도 구매대행으로 사는 게 가능해 인기다. 430㎜×370㎜ 사이즈의 흰색 면 소재 가방에는 ‘파운데이션 루이 비통(FONDATION LOUIS VUITTON’이라는 글자만 쓰여 있는데 가격은 15만원이다. 지난해 초 서울 성수동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된 반 클리프 아펠의 주얼리 전시 ‘시간, 자연, 사랑’에서 증정됐던 에코백도 관람객들 사이에서 “예쁘다”고 회자됐다.   명품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선물용 에코백은 특정 시기·공간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한정판’이라는 프리미엄 때문에 우선 인기가 좋지만, 진짜 사랑받는 이유는 확실히 디자인이 좋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직접 나서진 않았더라도 일단 브랜드에서 디자인 컨펌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명품 브랜드 로고나 브랜드 명을 쓴 레터링 자체가 검증 받은 디자인이기에 에코백의 완성도 역시 높다. 시장에서 에코백 짝퉁이 돌 정도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반면 누가 준대도 거절하고 싶은 에코백도 있다. 미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 물건과 자료를 챙겨오느라 일단 받아오긴 했지만 두 번 다시 들지 않는 에코백이 수두룩하다.   환경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천 소재의 에코백이 비닐 봉투보다 빨리 썩는 것은 맞지만 에코백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비닐봉투보다 많다는 것. 영국 환경청이 201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종이봉투의 경우 3번은 사용해야 비닐봉투보다 낫고, 에코백의 경우는 131번은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낫다고 한다. 지난해 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분야와 기술 상용화를 연구한 과학자 정종수씨가 펴낸 책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에 따르면, 에코백은 1200번은 재사용되어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에코백 1200번은 써야 환경에 도움” ‘에코백이 에코(eco)를 생각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 가지 해법 중 제안하고 싶은 것은 오래 오래 들 수 있게 MZ세대의 높아진 미감과 수준을 고려한 디자인 개발에 신경 쓰라는 것이다. 뉴엔AI 생성형 AI분석기업의 워드(worlds) 크라우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이벤트·증정·마트’라는 키워드는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선물·깔끔한·굿즈·색상·멋있다·세련된·매력적 등의 키워드는 꾸준히 늘었다. 이제 이벤트나 마트에서 공짜로 증정하는 에코백에는 관심이 없는 대신, 예술적 감각이 입혀진 세련되고 매력적인 에코백이 인기라는 말로 풀이된다.   MZ세대 ‘일월오봉도’ 에코백에 꽂혀 갤러리나 아트페어 등의 예술·디자인 관련 기관·행사의 에코백 디자인이 눈에 띠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로에베 크래프트 어워드의 한국 커미셔너이자 한국조형디자인협회 이사장인 조혜영씨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수많은 에코백을 모았다. 전화취재 때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이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디자이너 JW 앤더슨과 협업해 에코백을 제작했다”고 알려줬다. “에코백이 내 취향에 맞는 애착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실용성뿐 아니라 디자인도 신중히 고려하게 되죠.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나의 개성과 메시지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미술관·갤러리 에코백이 좋은 건 작가들과 협업하는 경우도 많아서 내가 멘 에코백이 작은 액자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죠. 성의 없이 만들어서 곧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무늬만’ 에코백인 가방 대신, 예술품·공예품을 소유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잘 만든 에코백이라면, 진짜 친환경 의미대로 오래 쓰는 ‘반려템’이 될 수 있겠죠.”   요즘 MZ세대의 미감은 우리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높다. 진나라 국가유산진흥원 공예산업진흥 실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궁궐에 있는 굿즈 매장에서 ‘일월오봉도’를 주제로 한 에코백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일월오봉도는 일본·중국에는 없는 조선의 왕실에만 있는 그림으로 왕이 죽으면 함께 묻을 만큼 조선 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그림이라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이 많고, 그런 스토리를 몰라도 그림 자체가 신비롭고 아름답다며 첫눈에 반하는 고객도 많습니다. 덕분에 색깔에 변화를 여러 버전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의 미감과 인식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 캠페인을 위해서도 K디자인의 수준이 소비자 눈높이에 발맞춰야 할 때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2025.03.15 00:01

  • 헌재, 다른 국가기관 본래적 기능까지 대신해선 안 돼

    헌재, 다른 국가기관 본래적 기능까지 대신해선 안 돼

     ━  헌법재판이란 무엇인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 8인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자리했다. 공석인 한 자리가 보인다. 이날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뉴스1] 헌법재판은 오늘날의 첨예해지고 다양한 헌법적 분쟁 사건에 대하여 헌법의 해석을 통하여 최종적인 가치 판단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며, 국가의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이처럼 헌법재판은 정치적 규범의 결정체인 헌법을 그 심사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사법통제자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헌재는 그동안 호주제, 군가산점제, 수도이전, 노무현·박근혜·윤석열 대통령에 탄핵심판 등 국가공동체의 명운과 시민의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결정자로서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권능과 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다.   구체적으론 ① 국회 내부의 권한쟁의 또는 국회와 행정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권한쟁의에 관하여 심판하거나 ② 국회의 탄핵소추에 의하여 고위공직자를 파면하고 ③ 정부의 소추에 따라 위헌정당을 해산하며 ④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따라 법률을 무효화 하거나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를 취소 또는 무효 확인함으로써 정치에 필연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특히 정치적 쟁점을 둘러싼 권한쟁의, 정당해산과 탄핵은 성질상 정치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사법심사를 통해 해결하는 제도이므로 그 실질적 작동 여부는 헌정질서의 유지와 국정의 안정적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 영역 분쟁에 필연적으로 관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 입구.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최초의 헌법재판은 180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마베리 대 매디슨 사건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건은 전직 대통령이 퇴임 직전 임명한 치안판사 마베리에 대한 임명장을 새로운 대통령이 임명한 신임 국무장관 매디슨이 연방법원조직법 제13조를 근거로 교부하지 아니하자 이것이 연방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사건이다. 연방대법원은 해당 13조가 위헌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식 일반법원형과 다르게 독립된 최초의 헌법재판소는 1920년 오스트리아에서 설립되었으며 그 후 독일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9차 헌법개정을 거치면서 1988년 8월 5일 헌법재판소법이 법률 제4017호로 공포되어 같은 해 9월 1일부터 독립된 헌법재판소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의 헌법재판제도를 채택한 바 있으나 거의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제도는 상당히 낯선 제도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 공동체의 기본질서를 유지하는 주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으로 헌재 결정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헌법재판의 법적 성격이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진 바,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헌법재판관이 무효로 할 수 있는가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중도에 파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이처럼, 헌법재판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명제일 수 있지만 민주주의와 때로는 갈등하는 구조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의 한계도 문제 된다. 법해석과 판결에 있어 문언(文言·법률텍스트)에 그치지 않은 적극적 법형성권을 헌재에게 허용할 것인가도 그중 하나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이런 논란의 대표적 계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및 행정수도이전 사건이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촉발했다. 최근 임명 하루 반나절 만에 탄핵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만장일치의 기각이 아닌 4 대 4로 첨예하게 찬반이 나뉜 결정문도 사법의 정치화 내지 정치의 사법화 논란의 극명한 사례다.   결국 오늘날 헌재와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재판관이나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한편으로는 권력분립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법소극적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는 헌법질서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사명을 완수해야 하는 사법적극적 측면을 그때그때의 사회적 상황에 적합하도록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헌법재판도 만능이 아닌 일응의 한계를 가진다. 현대국가에서 권력분립 원칙과 헌법재판제도가 제도화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가 정착이 되면서 헌법재판은 권력분립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아니하는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헌재는 국회가 만든 법률 등에 대한 헌법적 타당성을 심사하며 때로는 대통령·총리·장관·판사 등에 대한 탄핵과 국회와 행정부의 권한쟁의사건과 같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그 위헌 여부와 파면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적 관점에선 국회나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 위임(delegation)을 받아 정치적 책임(accountability)을 져야 하는 대표자인 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단지 간접적 위임을 받은 국가기관으로서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기에 헌재가 가진 권한에 대한 논란과 한계는 더욱 선명해진다.   일례로 최근 헌재의 마은혁 재판관 불임명 관련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사건과 관련해서도 헌재가 그 한계를 일탈한 것은 아닌지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동의권은 국회의 부분 기관인 국회의장에게 부여된 것이 아니라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다. 그런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를 하려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 침해된 사람만이 청구를 할 수 있는데,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에 관한 임명 동의권은 국회에 부여된 권한이므로 국회의장이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만약 국회의장에게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할 수 있는 당사자격이 인정되려면 이른바 제3자의 소송 담당이 인정돼야 하는데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민사소송법과는 달리 제3자의 소송 담당에 관한 아무 규정이 없고, 무엇보다 헌재가 이전에 “헌법재판소법에서는 제3자소송 담당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3자소송 담당이 인정될 수 없다”(2005헌라8)고 결정을 내린 바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위하여 권한쟁의심판을 단독 청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부적법 각하하였어야 마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 탄핵소추에 필요한 국회 정족수가 중요한 논점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심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과반수 의결로 족하다고 판단했는데,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 본래의 직에 대한 탄핵발의·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보다 더 가중된 정족수를 충족해야 한다”고 밝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에 대한 탄핵의 경우 대통령에 준하는 의결정족수 즉 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행사한 권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가중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행정권한의 대행은 법령상 그 직무는 대행기관인 국무총리가 사실상 행하되, 그 직무의 귀속과 책임은 원(原) 권한자인 대통령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하여 부결되어야 함에도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의결로 처리한 부분에 대하여 헌재는 이를 문제 삼아 결론을 내림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탄핵 심판 실제 기준 지나치게 추상적 마지막으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심리 진행도 여러모로 문제점이 노정된다. 헌법재판소법상 형사소송을 준용해 엄격한 심리가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를 3개월만에 끝내고 말았다. 국민이 뽑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대통령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점은 추후 탄핵 인용시 불복의 여지를 줄 수도 있는 바, 헌재가 신속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추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한다면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헌재의 탄핵 심판 기준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헌법상 탄핵 기준은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일례가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사유가 된 ‘국민의 신뢰 배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헌재가 행하는 사법심사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될 수 있다는 근원적 문제가 상존한다. 헌법재판관들도 이 점을 충분히 양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헌재가 헌법재판을 통해 다른 국가기관을 통제하는 경우 다른 국가기관의 본래적 기능까지 대신 행사해서는 아니된다고 한 것인 바, 헌재가 스스로가 입법자가 되거나 행정부를 대신하여 주요 정치적 결정을 내리거나 일반법원을 대체하는 재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균관대 법학 박사로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여간 활동하다 2012년부터 경북대 로스쿨에서 공법담당 교수로 일하고 있다. 현재 공법학회와 헌법학회 등에서 학술이사로 활동 중이다.     

    2025.03.08 00:12

  • 구매력 갖춘 '모던 시니어' 지갑 열게 적극적 소비·교류의 장 만들어줘야

    구매력 갖춘 '모던 시니어' 지갑 열게 적극적 소비·교류의 장 만들어줘야

     ━  인생 이모작 꿈꾸는 ‘GG세대’   지난해 12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독일이 37년, 일본이 12년 걸린 데 비해 한국은 7년이란 가장 짧은 시간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에선 사회·경제·보건 전반에 노년 부양 비용의 증가와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라는 복합적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고령 소비자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내 순자산의 40%를 60세 이상 시니어가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자산이 장롱 속이 아니라 바람직한 소비와 투자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기업들이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시니어 시장은 GG세대가 이끌어가는,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시니어 마켓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고도성장기인 1980~90년대를 보냈고 200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기에 내 집 마련을 통해 자산소득을 빠르게 축적한 세대다. 그중 50대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표하며 대중문화 전성기에 아날로그를 경험하고 디지털 흐름에도 완벽히 적응해 ‘영피프티(young-fifty)’로 불리기도 한다.   관련기사 “지금이 화양연화”…초고령사회 신주류 GG세대의 진격 순댓국집 실패 딛고 나다움 찾아 ‘런웨이’…“늦은 때는 없다” 이들은 나를 위한 과시적 소비 성향을 보이며 백화점 VIP의 50~60%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조기 은퇴가 시작되는 연령대로 제2의 커리어 준비를 위한 새로운 기술·지식 습득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본인을 위한 소비뿐 아니라 부모님이 필요한 제품을 온라인 구매 대행하기도 해 후기 고령자들의 상품 시장에서도 50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세련된 제품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60대 또한 1차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연령대로 경제성장기에 산업화의 중심에서 경제를 부흥시킨 주역들이다. 은퇴와 더불어 노인 대열에 합류했지만 자신을 위한 능동적 삶을 원하며 여행·운동·뷰티·문화생활에 대한 투자가 가장 왕성한 시기다. 문화·취미 활동비의 경우 60대가 20대의 2.5배를 쓴다는 통계도 나올 정도다.   이들은 70세가 넘어야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느끼며 건강기능식품과 의료비 지출을 늘리기 시작한다. 외로움 극복을 위한 교제비 지출도 증가하는데, 일본의 경우 30대 여성의 교제 비용이 소득의 3%인 반면 70대는 12%나 된다고 한다. 또 본인보다 가족과 타인을 위한 이타적 소비가 강해지며 손주와 조부모가 식사·쇼핑·엔터테인먼트를 함께하는 그랜드 페어런팅(Grand parenting)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비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GG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기업들은 마케팅적인 관점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첫째, GG세대가 나이로 평가받지 않는 창의적인 노화(creative-aging)를 이어갈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시해줘야 한다. GG세대는 ‘뒷방 늙은이’로 표현되던 이전 세대의 고령층과는 확연히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을 갖는 모던 시니어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자신이 그려가고 싶은 바람직한 라이프 스타일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상품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 있다. “나도 70대가 처음이어서”라는 배우 윤여정의 말처럼 처음 시니어가 되는 GG세대엔 롤모델이 될 만한 소비 패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신체 나이보다 10살 이상 어린 ‘감성 나이’에 맞춘 마케팅을 통해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 상품을 적극 제공하고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로 자신의 생활과 건강을 자립적으로 케어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GG세대의 사회적 교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마케팅도 필수다. 건강·돈·고독 등 노후의 3대 불안 중 말 못할 가장 큰 고통이 고독이라고 한다. 2050년이면 시니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향후 20~30년을 혼자 사는 패턴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GG세대가 유사한 취향을 가진 친구와 이성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플랫폼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는 이유다.   셋째, GG세대는 가치와 품격 있는 삶에 지갑을 연다. 이 시기는 은퇴와 가족 부양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단계로 자아실현 욕구가 갈수록 증가하게 된다. 또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로 상대적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라면 기꺼이 ‘상향 소비’를 추구하게 된다. 시니어 해외 어학연수, 유럽 한 달 살기, 고가의 피부 관리 체험 등 인생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좋은 경험과 추억을 남기고자 한다. 기업 입장에선 GG세대의 이 같은 기능적·감성적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프리미엄 프로그램 설계와 제공이 중요해질 것이다.   노령 인구가 젊은이들의 수를 넘어서는 슈퍼 에이지 시대에는 노인들이 주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게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시니어 시장을 돌봄이 필요한 단일 시장으로 바라보던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나 GG세대를 적극적 소비의 주체로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진화에 따른 선제적인 ‘시니어 시프트(shift)’가 요구되는 시기다.   노은정 동국대 산학협력교수·전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장    

    2025.03.01 01:15

  • 순댓국집 실패 딛고 나다움 찾아 '런웨이'…"늦은 때는 없다"

    순댓국집 실패 딛고 나다움 찾아 '런웨이'…"늦은 때는 없다"

     ━  인생 이모작 꿈꾸는 ‘GG세대’   “찰칵, 찰칵, 찰칵.”   셔터 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포즈를 취한다. 풍성한 흰 머리와 턱수염이 그의 나이를 짐작하게 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여느 젊은 톱모델과 다를  게 없었다. 순댓국집, 막노동에 리어카 장사까지. “젊을 때는 가족을 돌보느라 안 해본 일이 없었다”는 그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데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니어 모델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칠두(69)씨를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제이엑터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시니어 모델 김칠두씨가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워킹 시범을 보이고 있다. 최영재 기자 63세에 모델에 도전했다. 두렵진 않았나. “무엇보다 삶의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일념으로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을 느끼고자 했다.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딸과 아내가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어쩌다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게 됐나. “어려서부터 모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 시흥과 청평 등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돈을 벌었다. 이후 25년간 운영했던 순댓국집 사업에 실패한 뒤 큰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때 어느 날 딸이 프로필 사진을 한번 찍어보라고 권유하더라. 스무 살 때 잠깐 모델 일을 했던 경험을 딸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할 때 내 모습이 그렇게 밝아 보였단다. 처음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 뒤로 여기저기 프로필을 돌렸고, 운이 좋게도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관련기사 “지금이 화양연화”…초고령사회 신주류 GG세대의 진격 구매력 갖춘 ‘모던 시니어’ 지갑 열게 적극적 소비·교류의 장 만들어줘야 처음 런웨이에 설 때 긴장되진 않았나.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는데, 두려움 대신 즐겁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선천적으로 모델 체질인가’ 싶을 정도였다. 25년간 순댓국집을 하면서는 아무리 장사가 잘돼도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벅찬 심정이었다. 무대가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데뷔 후 그는 광고 촬영과 방송 출연,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모델 선발대회 심사위원을 맡은 데 이어 트로트 가수로도 데뷔했다. 그는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모델 외에 방송인과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언제가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어떤 무대든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눈을 마주칠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무대에서의 에너지와 관객의 반응을 통해 내가 진정 살아 있음을 느낀다. 또 그런 순간에 가장 진솔하고 행복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야 ‘나다움’을 찾아가는 것 같다.”   지치거나 힘든 순간은 없었나.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늦은 나이에 시작한 일이다 보니 워킹이나 옷에 대한 표현력 등 어떻게 해야 좋은 모델이 될지를 밤낮으로 고민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환경적으로는 국내 시니어 모델 시장이 아직은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고 느낀다. 최근에도 몇몇 주요 패션 위크에선 시니어 모델들은 아예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시니어 모델들이 설 수 있는 패션쇼가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모델을 시작한 이후로 항상 같다. 세계 4대 패션 위크 무대에 한국 시니어 패션모델 대표로 서는 게 꿈이자 목표다. 이를 통해 한국 시니어 모델의 가능성과 매력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패션과 예술 분야에서 더 열심히 활동하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은퇴 후 쉴 나이인데. “내 감성 나이는 아직 30대에 머물러 있다고 자신한다. 과거엔 신체 나이가 60세를 넘어가면 은퇴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기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의 나는 이 시기를 또 다른 도전과 성취의 시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메시지를 다른 시니어 분들에게도 꼭 전달해 드리고 싶다.”   멋진 어른을 꿈꾸고 있다고 했는데. “나이나 환경, 상황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배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요즘 시대 흐름에 맞는 ‘멋진 어른’이자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아닐까.”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2025.03.01 01:13

  • "지금이 화양연화"…초고령사회 신주류 GG세대의 진격

    "지금이 화양연화"…초고령사회 신주류 GG세대의 진격

     ━  인생 이모작 꿈꾸는 ‘GG세대’    신계숙 교수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활짝 웃고 있다. 최영재 기자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죠. 인생 이모작도 하기 나름 아니겠어요.”   최기준(62)씨는 아침에 눈 뜨는 게 이렇게 기다려질 때가 없었다고 했다. 최근 2종 소형 면허 따기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팔당 강변을 누비는 게 로망이었다는 그는 “30여 년 근무한 건설회사에서 퇴직한 뒤 무료한 삶의 연속이었는데, 가슴속 깊숙이 묻어뒀던 꿈이 되살아나면서 나도 모르게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롤모델은 ‘시니어 인플루언서’로 널리 알려진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다. 최씨는 “처음엔 ‘참 즐겁게 산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저런 열정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더라”며 “안전하게 타겠다고 아내에게 서약서를 쓰고 나서야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순댓국집 실패 딛고 나다움 찾아 ‘런웨이’…“늦은 때는 없다” 구매력 갖춘 ‘모던 시니어’ 지갑 열게 적극적 소비·교류의 장 만들어줘야 지난해 말 한국 사회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GG세대(Grand Generation)’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GG세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경제·사회·여가활동을 이어가는 55~74세의 시니어를 일컫는 용어로 ‘초고령화시대의 신주류’로 꼽힌다. 인구수도 1452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8.4%에 달하며 MZ세대보다도 200만 명가량 더 많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평균적인 교육·생활 수준이 높고,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나며, 새롭게 배우고 도전하려는 욕구 또한 크다는 점에서 이전 노인 세대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학과 교수는 “GG세대는 이전 시니어들에 비해 자산 총량도 많고 신체 건강도 좋아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불릴 정도”라며 “이들이 집에만 머물지 않고 친구·이웃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앞으로 한국 사회·경제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나이 잊은 크리에이터·오토바이족  “삶의 주인공, 바로 나”     신계숙 교수가 자신의 오토바이를 타고 활짝 웃고 있다. 최영재 기자 신계숙 교수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라는 할리데이비슨를 몰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 현지 주방에서 능숙하게 음식을 만들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족탕의 레시피를 배워 직접 요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 교수의 팬이라는 주부 박진경(59)씨는 “신 교수가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에게 맛깔나는 밥상을 차려드리는 걸 보고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며 “나도 가족들에게 추억이 깃든 음식을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늦게나마 한식 조리사 자격을 취득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직접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에서 만난 신 교수는 “나도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고 생활 반경도 점점 줄어드는 걸 실감했다”며 “그러던 중 어느 순간 나 스스로에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라고 묻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 많은 분이 저의 도전을 좋아해 주실 줄은 전혀 몰랐다”며 “우리 사회의 중장년 세대도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의 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55~79세 경제활동, 5년 새 170만명 껑충 17일 오전 신계숙 교수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계향각에서 중앙SUNDAY가 인터뷰 했다. 최영재 기자. 신 교수의 도전은 기타 레슨에서 시작됐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기타를 배우기 위해 무작정 학원을 찾아갔다고 한다. 신 교수는 “학원에 등록했는데 생각보다 잘 맞지 않더라. 6개월 만에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그런데 한번 도전해 보니 ‘새로 배우는 것도 별거 아니잖아? 그럼 오토바이도 타볼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신 교수는 이어 “내게도 90세가 넘은 은사님이자 롤모델이 계신다”며 “그 연세에도 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면 ‘나이는 결코 장벽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실감 나곤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도전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첫발을 떼기가 힘들기 마련”이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삶의 경험에 또 다른 하나를 추가한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한결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이야말로 찬란한 나의 화양연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은퇴 후에도 새로운 직업과 취미에 도전장을 내밀며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GG세대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직업을 갖고 있거나 여전히 구직 활동을 하는 55~79세 경제활동인구는 2019년 797만4000명에서 지난해 968만3000명으로 5년 새 170만 명(21.4%) 이상 증가했다.   한 은퇴자가 나이 드신 어르신 상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정민숙(57)씨도 “골프장 캐디로 25년 일하다 그만둔 뒤 이젠 좀 쉬어야겠다 싶었는데 삶이 너무 외롭더라”며 “경험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아이들과 노인분들에게 레슨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 앞으론 영상도 편집해 SNS에 올릴 생각”이라며 “꼭 유명해야만 인플루언서는 아니잖나. 나도 주변 사람들에겐 나름 인정받는 ‘동네 인플루언서’로 통한다”고 웃었다.   시니어 크리에이터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미디어자몽’의 김건우 대표는 “최근 들어 30년 가까이 일해 온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은퇴 후에도 관련 콘텐트를 제작해 인기를 모으는 시니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 이모작을 개척하려는 생각이 강해 젊은 층에 비해 돈을 벌려는 상업적 의도가 작고, 그러다 보니 동년배들도 큰 부담 없이 공감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시니어 인플루언서로 널리 알려진 박막례씨.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구독자만 115만 명에 달하는 박막례(78)씨도 대표적인 ‘시니어 크리에이터’ 중 한 명으로 세대를 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박씨 구독자라는 김성미(61)씨는 “한평생 일만 하고 가족만 바라보며 살면서도 소외받기 일쑤였던 우리 세대의 어머니들을 대변한다는 느낌에 큰 위로를 받곤 한다”고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롭게 노년기에 접어드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디지털 친숙도와 이해도가 높다 보니 인플루언서 활동에서도 젊은 세대 못지않은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엔 미인대회나 모델 분야에도 적극 도전하는 등 GG세대 스스로 연령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패션쇼 무대에서 워킹 중인 시니어 모델들. [사진 제이엑터스] 김수애(65)씨도 지난해부터 시니어 모델을 준비 중이다. 김씨는 “20여 년 간호사로 일하다 퇴직한 뒤 헬스를 시작했는데 몸이 조금씩 만들어지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주위에서도 모델을 해보라고 권유하는데, 문득 고등학교 야유회 때 레이스를 잘라 만든 옷으로 모델 퍼포먼스를 했을 때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내가 삶의 주인공이라고 느꼈던 순간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요즘은 무대에 서서 워킹을 연습할 때면 즐거운 마음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고 전했다.   시니어 모델 전문 업체인 ‘제이엑터스’의 정경훈 대표는 “실제 모델을 하려는 시니어 분들은 물론 자세 교정 등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는 분들도 상당수”라며 “올곧은 자세로 워킹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도 밝고 당당해진다는 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디지털 친숙해 경쟁력, 미인대회도 도전” GG세대의 인생 이모작 도전이 크게 늘면서 이런 흐름에 맞게 사회적 환경과 제도가 보완·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장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연령의 벽과 편견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과거의 잣대로 시니어들을 대하면 최근 크게 달라진 GG세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갈등만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이젠 노인정이란 이름도 과감히 버리고 커뮤니티 라운지 등 젊은 세대와 시니어들이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에이지 프렌들리’한 세대 통합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GG세대 내에서의 양극화도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조 교수는 “GG세대가 이전 시니어 세대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긴 했지만 양극단의 차이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연금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회적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 소장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사회를 겪은 일본에선 삶의 가치와 보람을 뜻하는 ‘이키가이’를 강조한다”며 “GG세대가 각자의 사정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2025.03.01 00:01

  • '전의 전쟁' 한·중·일 삼국지 격화

    '전의 전쟁' 한·중·일 삼국지 격화

    “중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 등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데 현대차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요?”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화성의 현대차 남양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이 회사 타운홀미팅(비공식 공개회의)에서 한 직원이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에게 한 질문이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 자동차 업체의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디자인도 개선됐다”면서도 “품질은 우리가 낫다”며 고품질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 총 1만5000여명이 참석한 현대차 행사에서 직원이 사장에게 대응책을 물을 만큼 중국 전기차 공세가 매섭다. 중국의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점유율 업체 BYD는 최근 승용부문 한국 진출을 선언한 이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론칭해 보름 만에 사전 예약 1800대를 돌파했다. 구매보조금 포함 2000만원대 후반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소비자를 모으고 있다.   경기 침체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 전기차 시장의 악재를 틈탄 중국의 가성비 공세와 마주한 현대차그룹은 대대적 할인 등 응수에 나섰다. 일본 동향도 심상치 않다. 도요타·혼다 등이 북미 현지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BYD의 국내 진출 초기 성과가 예상보다 좋고 일본의 반격도 거세다”며 “한국의 빈틈없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000만원대 중국 전기차, 한국 공습…현대차·기아, 할인 작전 ‘맞불’ C전기차 ‘배터리 굴기’에 K배터리 ‘방전’될라…글로벌 점유율 5% 하락 관세 전쟁·보조금 축소 격랑…테슬라까지 ‘맞바람’에 휘청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25.02.22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