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 함지박 / 변재영
침묵하는 세간 하나가 까칠하게 가슴을 긁는다. 어머니의 살로 닳은 함지박이다. 나이테에 감긴 수백 년의 세월이 숱한 얘기를 풀어 놓는다. 한때는 천년 솔을 꿈꾸며 청춘을 불살랐겠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 쇠달구지 / 박미자
낡은 트럭이 갓길에 널브러져 있다. 바퀴는 좌우로 틀어지고, 번호판은 제멋대로 찌그러져 숫자를 알아볼 수 없다. 차체는 한쪽이 일그러져 영락없이 쓰러진 부상병 신세다. 그나마 제 형체를 지키고 있는 건 운...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 땡겨볼까요 / 안병숙
아버지의 춤바람은 막을 길이 없다. 여름 무대복은 모시잠방이요, 겨울엔 구호품으로 받은 군복 같은 반코트와 군복 바지. 걷는 걸음이 춤사위요 내두르는 팔이 박자다. 그렇다고 흥이 많은 것도, 곡주에 입을 대...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 달밭 / 반충환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는 기차역이 있었다. 5월이면 하치장에는 석탄 더미가 낙타 등허리같이 쌓이고 석탄 화차가 등짐을 지고 밤을 지새운다. 어둠이 가셔진 여명의 석탄 더미에는 새벽별이 점점이 내려앉고, 빨...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 수상작] AI가 투병기를 쓸 수 있을까? / 박희곤
병원으로 들어가는 정원에 국화가 피어 있다. 서리에 얼어 하얀 꽃이 붉게 물들어 간다. 늘 보는 꽃이라도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내가 담당하는 102호 병실 할아버지 같아 걱정이 앞선다. 병실 문 앞에서 노크...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품어왔던 말 / 정덕화
1.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1950년 유난히 추웠다던 그해 12월, 영일군(현재 포항시) 흥해읍 소한리에서 저는 태어났지요. 아주 먼 옛날, 이방원의 탄압을 피해 도망쳤다는, 정몽주 선생의 후손들이 자리 잡은 정씨...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코뿔소 / 임경
날짜변경선을 넘는다는 기내 방송은 없었던 듯하다. 지표를 찾았다. 금융시장이 어지러울 때 행과 열을 맞춘 숫자들은 매트릭스 속에서 자신을 주장했다. 실선의 환율은 날아오르고 점선의 금리는 춤을 추었다. ...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아침 안개 / 조춘기
창밖이 희붐하게 밝아 왔다.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은 뭘 해 먹고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떠나간 후부터 늘 그랬다. 나는 하루의 문을 이런 질문과 고민을 하면서 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질문은...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아내가 통장에 돈을 보냈다 / 박필우
믿음이 없는 자는 외롭다. 그러나 그만큼 자유로운 삶도 없으리라. 자유, 나는 여태 자유인이었다. 자유를 누리는 만큼 외롭지는 않았다. 답사를 위해 사찰이나 성당에 들리면 본능처럼 기도하길 주저하지 않았...
2025-07-07 06:30:00
[2025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수상작] 방탄복 / 이진희
"탄창 제거!" "노리쇠 확인!" "어깨 위로 총!" "격발!" 예닐곱 명의 무장 군인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따닥 따닥 따닥 따닥... 다행히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다들 수고했다. 방탄복과 수류탄, 탄...
2025-07-07 06:30:00
구수산도서관,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사업' 9년 연속 공모사업 운영
구수산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5년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지원사업'에 9년 연속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구수산도서관과 대구북구가족...
2025-07-06 10:02:09
국내 여성 작가 소설 강세 뚜렷…성해나·김애란·김금희 베스트셀러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예스24와 교보문고 7월 1주 종합 베스트셀러 차트 정상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혼모노' 외에도 국내 여성 작가의 소설 강세가 뚜렷했다. 2일 예스24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1위가...
2025-07-03 13:50:05
집 뒷마당에 날아든 새들 6년 기록…'다정한 관찰자'의 탐조 일지
탐조(探鳥·Birdwatching)란 말 그대로 새를 찾는 일이다. 자연 상태의 새를 관찰하고 나아가 그 생태나 서식지 등을 식별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탐조라고 하면 등산복 차림에, 쌍안경을 들고 철새 도래지처럼 ...
2025-07-03 10:31:47
고산도서관, '수는 철학 이다!' 인문학 특별강연 개최
고산도서관은 수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인문강연 '수는 철학 이다!'(이하 '수철이')를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회 운영한다. 이번 강연은 수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
2025-07-02 15:34:11
"나는 제 구름을 데리고 다니는 산책자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가 '파리의 우울'에서 남긴 이 문장은, 시인의 존재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등단 34년을 맞이한 시인 박지영의 두 번째 산문집 '구...
2025-07-02 12:59:36
"사랑은 때로는 네 곁에서 떠나주는 것이다 구름이 걷히면 푸른 하늘이 빛나듯" 김재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은 때로는'이 출간됐다. 이 시집은 다섯 개의 꼭지 아래 총 75편의 시로 구성됐으며 모두 일상에...
2025-07-02 12:58:57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나를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
내 첫 번째 책상은 철제로 만든 것이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무 책상이 방에 놓였다. 공부하는 용도로만 생각한 책상에 대한 시각이 바뀐 건 어느 잡지에 나온, 스위스 로잔의 집필실에서 찍은 조르주 심...
2025-07-02 08:00:39
신여정 작가의 영유아를 위한 다문화 그림책, 『맛있는 지구여행』 출간
대구지역 출판사인 피서산장에서는 최근 영유아를 위한 다문화 그림책 『맛있는 지구여행』을 새롭게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어린이 환경 교육 분야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신여정 작가의 『다섯 ...
2025-06-29 13:52:51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즈음 대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물류센터로 출근을 합니다.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평일인데도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네 건이나 손님을 모셨...
2025-06-25 16:05:07
오페라의 매력에 눈뜨게 할 열여섯 번의 선율 같은 대화
"아리아는 인물의 내면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감정이 정점에 이르는 장면에 울려 퍼지는 독백이자 노래이다. 그 노래를 통해 우리는 한 인간의 성격과 갈등, 마음속 진심을 가장 ...
2025-06-25 16:02:37
"정해진 규칙보다 스스로 정한 원칙이 더 강하다" 한 남자는 매일 새벽 달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들을 30년 넘게 실천해온 그는 "반드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2025-06-25 15:32:39
박복조 작가는 삶의 자취와 문학적 꿈이 교차하던 순간들을 애틋하게 회고한다. 그는 "깊이 파묻혀 있던 타임캡슐을 건져내었다"며, 찬란한 꿈과 급박한 삶이 함께하던 청춘의 기록을 다시 품는다. '여명에 번지...
2025-06-25 15:31:36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빗물처럼 쓸쓸한 어떤 정조(情操)
전체의 8할을 읽을 때까지도 내 머릿속은 이 소설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건의 중심에 선 실비아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끝까지 읽고서야 시간의 역순으...
2025-06-25 08:47:05
서변숲도서관은 어린이들의 독서 습관 형성과 사고력 향상을 위해 초등 대상 2개 '어린이 독서회'를 신규 운영한다. 이번 어린이 독서회는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월 2회 진행된다. 초등 1~2학...
2025-06-24 16:02:35
내 손안의 스마트폰이 지구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김미향 신작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위대한 발명품으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작고 날렵한 기계가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며 필요한 정보를 찾아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해 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마...
2025-06-22 12:38:28
믿을 구석, 책 속에서 찾다…서울국제도서전 역대급 흥행
"책 보러오세요, 굿즈도 많아요. 열심히 준비했어요!" 19일 오후 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 입구를 지나자 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각 부스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관람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2025-06-20 11:23:35
극재 정점식 화백이 남긴 예술·삶에 대한 사유…미술에세이 선집 출간
어른다운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존경하고 따를만한 인물의 통찰력 있는 한 마디가 필요한 때다. 이런 시기에 대구 미술계가 진정한 어른으로 추앙하던 극재 정점식(1917~2009) ...
2025-06-19 09:06:46
"오솔길을 지우고홑이불이 못다 덮은 산책길을 걷는다나는 내 맨발을 따라 걷는다" 시인 강현국이 신작 시집 '경과보고'를 펴냈다. 구병산 아래에서 시작된 저자의 맨발은 이제 진밭골을 지나 독자들에게로 이어...
2025-06-19 07:50:46
"목발뼈 발배뼈 입방뼈 쐐기뼈라는 순롓길을 짚으면서 스페인을 다녀온 뒤 한동안 비에 젖거나 비를 찾아다닌 꿈이 나를 간섭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습이거나 스페인'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
2025-06-19 07:50:30
[백정우의 읽거나 읽히거나] 어느 동물포비아의 용감무쌍한 진화
초등학교 때 마당에서 개를 키웠다. 지금도 기억나는 '해피'는 스피츠 종이었는데, 개가 되기도 전에, 그러니까 강아지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후로도 집에 개가 없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
2025-06-18 12: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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