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철 작가의 개인전 '의미 없음: 흩어진 질문'이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컬러 작업인 '무제(無題·untitled)' 신작들을 선보인다.
5살 무렵부터 모필로 선을 긋고, 동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컬러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30여 년 간 화가로 살아오며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인기가 덜한 먹 작업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생계가 어려워도 의식적으로 다른 노동을 하지 않고, 차라리 그림을 몇 점 더 그리자는 주의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택했으니 때로는 현실적으로 힘들어도 그게 당연히 치러야 할 댓가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결국, 먹의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 때부터 아크릴 물감 등 색을 집중적으로 쓰기 시작했고, 작품이 팔려나갔다. 작업 환경이 좀 더 나아지며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고통스러울 때 좋은 작품이 생겨난다는 말을 물론 선험적으로 믿지만, 현실과 어느 정도 맞물리는 것이 이 길을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힘이 되더라"고 말했다.
색 작품의 제목은 없다. 이번 전시의 제목도 '의미 없음'. 평소 허무주의에 가깝고, 매일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그의 생활 태도가 반영됐다.
허무주의라는 그의 말과 달리 작품 속에는 수많은 색들이 춤추듯 캔버스를 채운다. 흰색 바탕 아래층에 색면이 비쳐지고, 흩뿌리고 긁어낸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다. 경쾌함과 청량함마저 느껴질 정도.
하지만 그는 "가장 염세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가 평소에 더 밝고 명랑하다"며 "내가 가진 허무주의를 들키지 않기 위해 화려한 색을 쓴다. 색과 형태 등 모든 요소들은 나의 결핍을 숨기는 장치"라고 했다. 마치 우리가 일기 속에 비밀 얘기를 꽁꽁 감추듯, 그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겨두는 셈이다.
그는 "먹과 색 작업 모두 너무나 매력적"이라며 "특히 먹은 1천년의 역사를 가진만큼 앞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무궁무진한 작업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나만의 길을 내는 작업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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