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주가조작 혐의 무죄' 선고에…주가 뛰는 카카오

'경영 불확실성 한숨 돌렸다'
외국인·기관 순매수세 유입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문경덕 기자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카카오 법인이 주가 조작 혐의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카카오의 경영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이 부각된 영향에서다.

코스피 힘빠져도…'무죄' 선고에 주가 급등

21일 오후 장중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카카오는 전일대비 5.61% 오른 6만2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파죽지세로 치솟던 코스피지수가 0.37% 상승한 3829.32로 상승폭을 줄인 것에 비하면 뚜렷한 상승세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는 1.36% 내린 25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주식회사 카카오 등에 대해 1심 무죄를 선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1시40분께부터 확 뛰었다. 김 창업자와 카카오는 2023년 2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경쟁사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의 주가를 억지로 띄웠다는 혐의로 앞서 기소됐다.

남부지법은 이날 김 창업자와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 시세조종(주가조작) 공모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카카오에서 낸 매수 주문은 시간적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공식 성명을 통해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 리스크' 경영 불확실성 일단 해소…"AI 재평가 받나"

이날 삼성증권에 따르면 장중 카카오엔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동반 순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카카오를 약 121억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판결이 카카오의 사법리스크와 경영 불확실성 해소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혐의는 핵심 임직원만이 아니라 기업 카카오 또한 걸려있었던 만큼 사법 리스크를 의식한 일부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투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아직 1심이긴 하지만, 1심에서 무죄가 나온 판결이 이후 완전히 뒤집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카카오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가 걷히면서 기업 가치 재평가 여지가 생겼다"며 "시장이 AI 사업과 플랫폼 경쟁력, 최근 카카오톡 개편의 수익성 등에 더 집중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법 리스크 해소로 한숨 돌린 카카오가 좀더 본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그간엔 엄중한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다보니 알게모르게 사업 확장 추진이나 발표 등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며 "이번 판결로 본업 내실 다지기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이날 성명에서 "카카오 그룹은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고 했다. 이번 판결로 이같은 리스크가 상당폭 해소될 수 있다는 게 IT업계와 증권가의 평가다.

증권가는 올 4분기 카카오의 실적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추석이 10월에 있었던 만큼 광고·선물하기 등 성수기 매출 증가 효과가 4분기에 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친구탭 개편에 여론이 부정적이지만 내년 실적 추정치에 실질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며 "카카오톡에 AI 검색·에이전트 기능을 도입하고, 숏폼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유저 체류시간과 광고 슬롯이 증가할 전망이라 내년 실적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