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社 CEO들, 그룹 신사업 개척 첨병 맡아 '글로벌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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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봉 LG상사 사장, 중국ㆍ印尼ㆍCIS 중점 공략
김신 삼성물산 사장, 카자흐 이어 캐나다 출장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 중남미ㆍ中ㆍ동남아에 역점
이동희 대우인터 부회장, 아프리카ㆍ미얀마ㆍ중동行
하영봉 LG상사 사장은 작년 말 단독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뒤 지역총괄조직을 신설했다. 중국,인도네시아,CIS(독립국가연합) 등 중점적으로 강화할 3개 권역을 나누고,각각에 총괄책임자를 임명해 전권을 부여했다. 하 사장의 올해 첫 번째 해외 출장지도 인도네시아였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11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발하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와 곡물 분야 협력 사업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달 말엔 삼성물산 주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중인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찾는다.
올해 2년차 CEO인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과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도 신사업,신시장 개척을 목표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아프리카에 이어 2~4월엔 인도네시아,미얀마,중동,CIS 지역쪽으로 출장 일정을 잡았다. 정 회장은 현대중공업의 발전소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아프리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선 종합상사 CEO들의 '빅 매치'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원과 신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종합상사 CEO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상사 CEO들 해외로 강행군
올해 3년차로 7대 종합상사 CEO 가운데 최고참인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중국,동남아,중남미 3개 지역을 전략 시장으로 선택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해외 파트너와 관계 구축을 위해 CEO 취임 이후 어느때보다 해외 출장이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브라질 MMX 철광석 광산에 7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브라질을 교두보 삼아 남미 자원,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발굴에 역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를 기본으로 삼고,중국과 CIS 및 극동 러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중인 산업조림 · 팜농장 사업은 다른 종합상사들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가장 앞서 있다.
극동 러시아의 사하연방공화국에 대한 투자도 올해 중점 전략 가운데 하나다. 사하공화국은 희토류를 비롯 막대한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 곳이다. LG상사는 수도인 야쿠츠크에 8층짜리 비즈니스센터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룹 미래 사업과 시너지 효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포스코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포스코가 원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조를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중동,남미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이동희 부회장은 취임 후 첫 번째 출장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했고,다음 달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현지에서 중동지역 전략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캐나다 등 친환경 산업에 관심이 많은 북미 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종합상사들의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출 중개 수요가 급감하면서 '종합상사 무용론'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지만 2005년을 전후로 자원 개발 전문업체로 부상하면서 위상을 회복했다. 종합상사들이 그룹 내 신시장 개척을 위한 선봉장 역할을 맡아,두 번째 '레벨업'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해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기업들이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경험을 축적한 종합상사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