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달러 vs 600달러'…서학개미 최애 종목, 극과 극 주가 전망 나왔다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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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중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가 지난 22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을 전후로 월가와 국내 증권가에선 가지각색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사업 기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세액공제 놓치기 싫어'…선구매 수요에 매출 증가
테슬라는 올 3분기 매출이 280억9500만달러(약 40조48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약 11.6% 증가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으로 시장 컨센서스(263억7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올 1·2분기엔 연속으로 매출이 줄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이중 자동차 부문은 작년 3분기 200억달러에서 6% 늘어난 212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75%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만료를 앞두고 차량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한 대당 최대 7500달러까지 지원한 세액공제를 지난 9월30일 종료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선구매'에 나서면서 테슬라의 올 3분기 차량 인도량은 49만7099대로 작년 3분기 대비 7% 늘었다.
에너지 생산·저장 부문 실적도 좋았다. 테슬라는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발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이 부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34억2000만달러(약 4조9280억원)로 테슬라 사업 부문 중 성장세가 가장 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3년 출범시킨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 등이 테슬라의 산업용 ESS ‘메가팩’을 많이 사들인 영향이다. 가정용 ESS ‘파워월’ 설치 실적도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이익은 37% '급감'…"R&D 투자·구조조정 탓"
매출이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테슬라의 올 3분기 전체 순이익은 13억73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6.8% 급감했다. 주당순이익(EPS)은 50센트로 작년 3분기 72센트에 비해 확 줄었다. 시잔 전망치(54센트)도 밑돌았다.테슬라는 이날 AI와 기타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운영비와 구조조정 비용 증가,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 감소, 관세 영향 등을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설명했다. 3분기 구조조정 비용으로만 2억4000만달러(약 3460억원)가 나갔다. 월가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AI 학습을 위해 지난 6년간 추진해온 도조 수퍼컴퓨터 프로젝트를 사실상 종료하고 관련 인력 재배치 등에 나서는 과정에서 상당액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주요 수익동력이었던 탄소배출권 매출도 확 줄었다. 작년 3분기 7억3900만달러(약 1조650억원), 지난 2분기 4억3500만달러(약 6270억원)였던 매출이 올 3분기엔 4억1700만달러(약 6010억원)로 내려앉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4% 줄어든 금액이다.
“지금은 실적 가늠 어렵다”…전망치 제시 안 해
테슬라는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별도의 가이던스(실적 예상치)를 내놓지 않았다. 테슬라는 “글로벌 무역 질서 변화와 주요국의 재정정책이 자동차·에너지 공급망, 테슬라의 비용구조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반면 신사업 관련 공언은 여럿 내놨다. 로보택시 ‘사이버캡’, 전기 트럭 ‘세미’, 산업용 차세대 ESS ‘메가팩3’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대해선 “1세대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월가 일각선 “사실상 매출 실적 끌어썼을 뿐” 경고음
이날 미국 나스닥 정규장에서 0.97% 내린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약 3.8% 추가 하락해 422.27달러에 거래됐다.테슬라 주가는 지난 6개월간 약 7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36.10%)의 두 배다.
월가는 이같은 상승률이 다소 과도하다는 게 중론인 분위기다. 이달들어 테슬라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북미 투자은행(IB) 15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391달러다. 이날 애프터마켓 종가에 비해 약 8% 낮다.
이중 가장 박한 적정주가 분석을 내놓은 JP모건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50달러로 잡았다. JP모건은 “3분기 매출 강세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기엔 너무 이르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직전에 수요를 끌어쓴 셈이고, 이후엔 전기차 업계 전반적인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게 JP모건의 전망이다. 테슬라의 3분기 차량 인도량은 전년동기 대비 늘어난 반면, 올들어 3분기까지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약 120만대로 전년동기 대비 약 6% 줄었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테슬라가 출시한 저가형 모델 판매 성과도 주가를 움직일 전망이다. 테슬라는 모델 3와 모델 Y에 대해 저가형 '스탠더드' 버전을 출시했다. 각종 기능을 덜 탑재한 대신 가격이 5000~5500달러가량 낮다. 세액공제가 없어진 만큼 저가형 모델으로 수요를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이같은 시도가 마진을 오히려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 조단위 신시장 선두주자 될 것" vs "아직은 너무 일러"
월가는 테슬라의 중장기 주가 향배는 ESS와 자율주행·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성과 가시화 여부가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만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연내 8~10개 대도시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옵티머스 3세대 버전은 내년 1분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다만 이들 시장은 아직 개화 단계인데다 어느 기업이 기술 선도를 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테슬라가 자율주행 분야에선 구글 웨이모와 경쟁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월가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 주식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며 목표주가 250달러를 제시한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틴 수석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 주가엔 자율주행형 로보택시 등 신사업 기대가 너무 이르게 반영돼 있다”며 “로보택시 전면 출시까지는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일 로보택시 안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테슬라 주식에 대한 시장의 낙관이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웨드부시 증권은 목표주가로 600달러를 제시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이름난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3분기가 실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테슬라는 ‘AI 황금기’”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아이브스 연구원은 “내년 말께 테슬라가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AI 칩 등 각 분야에서 확실한 선도주자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들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조 달러 규모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이브스 연구원은 오는 11월6일 테슬라의 주주총회에서 머스크에 대한 최대 1조달러의 보상안이 통과될지 여부에 대해선 "일부 반대가 있을지 몰라도 찬성표가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일론 머스크를 테슬라의 전시(戰時)상황 CEO로 계속 둬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서도 전망 엇갈려…"피지컬 AI 선두 vs 어차피 중국이 따라잡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이다. 최신치인 지난 21일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 약 274억4583만달러(약 39조5192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테슬라 주가 향배를 두고는 국내 증권가 전망도 엇갈린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 주가는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신사업 기대감이 밀어올렸다”며 “매출 등 객관적인 성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는 주가 조정 압력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엔 테슬라의 미국 판매량이 재차 감소할 것이고, 내년에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해도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등으로 판매량이 크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상용화에도 3~5년이 걸릴 전망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리스크·보상 관점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휴머노이드 초기엔 테슬라의 기술 우위가 뚜렷하겠지만, 차차 중국업체들이 제조 경쟁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은 테슬라의 적정주가를 223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 대비 약 49% 내리는 게 적정 가치란 얘기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부터 기대할 건 에너지사업부와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등 피지컬AI 신사업의 빠른 실적 기여"라며 "로봇 제조, 대량 생산기술, AI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테슬라의 기술력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24일엔 3.40% 내린 433.72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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