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협상 위해 미국행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 막판 협상 위해 미국행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1주일가량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의 마지막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협상을 총괄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동반 방미길에 올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워싱턴DC에서 만나 협상의 최대 관건인 3500억달러 투자펀드의 ‘현금 비중’과 ‘분할 투자 기간’을 두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양측 간 이견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만에 다시 출국

"한두가지 분야 팽팽히 대립"…'현금비중·투자기간' 이견 좁히나
김 실장은 이날 출국길 인천국제공항에서 “국익에 최선이 되는 타결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틀 만에 다시 출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쟁점에 대해 양국 간 의견이 많이 좁혀졌지만 한두 가지 분야에서는 여전히 팽팽한 대립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지난 16일 출국해 러트닉 장관과 협상하고 19일과 20일 각각 귀국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했고,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성 등을 고려해 투자 펀드 내 지분 투자 비중은 5% 이하로 하고 투자 기간은 10년 안팎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현금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내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찬에서 “관세는 국가안보이자 국부(國富)”라며 “우리는 관세를 통해 수천억달러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는 ‘무박’으로 24일 귀국하는 일정이다. 관세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한 방미인지 묻자 김 장관은 “마무리라기보다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마지막 1분, 1초까지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양측은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정 성과를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일정에 쫓겨 협상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은 “쟁점이 남은 상태에서 특정 시점(APEC)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남기고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는 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사항을 담는 투자 MOU는 관세 인하를 위해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선결 조건이다.

◇깜짝 타결 가능성도

깜짝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액 현금 투자를 고수하던 미국 측이 한발 물러서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여서다. 이번 방미에는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박성정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이 협상단 금융 태스크포스(TF) 실무자들과 함께했다. 장관급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곧바로 세부 사항을 담은 MOU 문안을 다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합의의 구체성이다. 현금 비중과 분할 기간뿐 아니라 투자 수익 배분 구조, 투자처 선정 권한, 외환시장 안전장치 마련 등도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관세가 인하되더라도 적용 시점을 지난 7월 말 협상 1차 타결 시점으로 소급할지, MOU 체결 이후로 할지가 관건이다. 또 유럽연합(EU)과 일본처럼 반도체·의약품 관세 등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문서로 약속받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협상이 타결되면 양국 정상이 APEC에서 공동성명 방식으로 관세협상 결과와 8월 1차 정상회담 결과를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워싱턴DC 정상회담에서 큰 성과가 있었지만, 통상 부문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공동성명이) 보류된 상황”이라며 “통상 부문 협의가 완료되면 안보를 비롯한 다른 큰 성과까지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협상이라는 게 상대방이 있고 시시때때로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예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대훈/한재영/하지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