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일본’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사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2%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격용 무기 수출과 핵잠수함 보유까지 구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 북·중·러의 군사 위협에 대응해 ‘군사 대국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안보 3문서 조기 개정 추진

사진=AFP
사진=AFP
22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과 관련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3개 문서의 개정 지시를 내리고 싶다”며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민당은 앞서 우익 성향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안보 3문서 개정 등에 합의했다. 안보 3문서는 일본의 국방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핵심 지침이다.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방위력 목표와 실현 방안을 다루는 국가방위전략(NDS), 장비 예산 인력 등을 5년 단위로 명시한 방위력정비계획(DBP) 등 세 가지 문서로 구성된다.

다카이치 "방위비 증액"…군사대국화 시동
일본 정부는 내년 방위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8조8000억엔을 편성할 방침이다. 2022년 책정된 안보 3문서 중 방위력정비계획은 2023~2027년 방위비를 43조엔 수준으로 잡고 있다. 방위성은 2027년 방위비가 GDP 대비 2%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방위비는 GDP의 1.8% 수준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이를 2%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 안보 3문서 재검토에 나서는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수출할 수 있는 방위장비 품목도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바다 기뢰 등 위험물 제거) 등 다섯 가지 목적에 맞는 방위장비만 수출할 수 있는데, 공격용 무기 수출 길도 열겠다는 것이다. 반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잠수함 보유도 추진한다. 핵잠수함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전쟁 포기 조항인 헌법 9조 개정까지 협의할 방침이다. ‘전쟁 가능 국가’ 전환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외교·안보 정책 사령탑으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총리 주도로 안보 정책을 추진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에게 방위력 강화 설명”

다카이치 정권의 방위력 강화 추진은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전후(戰後) 가장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북·중·러에 대응해 억지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에게 필요한 정보 수집·분석을 지시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선 “한·일 관계 중요성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며 대북 대응에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7~29일 6년 만에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력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등 동맹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일본이 자립해 나라를 지킬 수 있는 형태를 만들겠다”며 “일본 자체의 방위력을 충실히 하는 것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