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G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장승환 G마켓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G마켓 제공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G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장승환 G마켓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G마켓 제공
“이 자리는 G마켓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넘버원 마켓플레이스에 도전하고 글로벌 확장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국내에서는 셀러(판매자)와 함께 성장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플랫폼, 해외에서는 K상품을 세계로 전파하는 대표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장승환 G마켓 대표는 향후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에 이 같이 밝혔다. 장 대표는 “2026년을 오픈마켓 선도 혁신기업으로의 부활을 위한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라며 “G마켓이 국내 1등 오픈마켓으로 올라서기 위해 ‘국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이라는 두 축의 중장기 전략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산하 G마켓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판매자 지원, 고객 혜택 강화,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등에 연간 7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에서는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에서는 K상품을 앞세운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 향후 5년 내 연간 거래액을 기존(20조원)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셀러 성장=기업 성장’ G마켓, 판매자 지원에 5000억 투입

사진=G마켓 제공
사진=G마켓 제공
G마켓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G-Market=글로벌-로컬 마켓’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공개했다. 국내외 시장을 잇는 대표 e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내년 한 해에만 7000억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구체적으로 판매자 지원에 5000억원을 투입하고 고객 혜택 강화에는 연간 1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e커머스 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에도 향후 3년간 매년 1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서비스 효율과 이용자 편의성을 높인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설립했다. 해당 법인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G마켓이 중장기 비전으로 ‘국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을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세계그룹의 유통 노하우와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G마켓은 이날 셀러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가 셀러 지원을 위해 투입하는 5000억원은 입점 셀러의 부담을 줄이고 신규 셀러의 성장을 돕는 데 집중된다.

우선 입점 셀러의 판촉 지원 및 매출 확대를 위한 직접 지원 프로그램에 3500억원이 쓰인다. 빅스마일데이처럼 모든 셀러가 참여할 수 있는 대형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들어가는 고객 할인 비용 전액을 회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신규 셀러와 중소 영세 셀러 육성에도 연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기존 금액보다 50% 증가한 수치다. 이 외에 셀러가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제로(0) 수수료’ 제도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알리바바와 손잡고 글로벌 공략 박차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G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장승환 G마켓 대표가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G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장승환 G마켓 대표가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제시한 해외 시장 확대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회사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합작법인 설립을 승인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공략에 나섰다. G마켓은 현재 알리바바 계열의 플랫폼 라자다를 통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라자다는 약 1억6000만 명의 활성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해당 플랫폼에서 총 2000만개에 달하는 G마켓의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이날 해외 판로 확대 전략을 소개한 이민기 G마켓 셀러성장 담당은 “앞으로는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유럽과 미주, 다라즈를 통해 남아시아, 미라비아를 통해 서유럽 시장으로의 확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으로 국내 셀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장 쉽고 확장성 있게 지원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프로모션 등 마케팅에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집행한다. 빅스마일데이, G락페 등의 이벤트를 플랫폼 내 대표 할인 행사로 육성하고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유통망과 직소싱 시스템도 활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 매장과 연계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 신선식품·마트 장보기 서비스도 강화한다.

G마켓은 AI 기술에도 향후 3년간 매년 1000억원씩 투자한다. 해당 비용은 주로 알리바바가 축적한 AI 기술 역량을 활용하는 데 쓰인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품 추천 엔진을 고도화해 고객이 새로운 상품을 더 빠르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별 맞춤형 쇼핑 경험도 극대화한다.

AI는 판매자 광고 효율 개선에도 활용된다. G마켓은 광고 입찰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셀러가 예산과 목표를 설정하면 AI가 최적의 광고 전략과 키워드를 자동으로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광고 노출 효율을 높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셀러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혁신 외친 G마켓, 쿠팡 독주 막을까

G마켓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시장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양강 체제가 견고히 굳어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242조897억원이며 쿠팡과 네이버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각각 22%와 20%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세대 온라인 플랫폼인 G마켓은 플랫폼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G마켓은 4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이 본부장은 “G마켓은 한때 시장의 선도자였지만 지난 10년간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조금 뒤처진 부분이 있다”라며 “이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판매자와의 신뢰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재도약을 위한 동반 성장의 길을 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