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공무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제 구내식당만 가야죠."
"밖에서 점심만 먹고 커피는 못 마시겠네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은 사막이다. 공무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이곳 근방 500~600m 반경(직선거리기준)에 존재하는 식당은 구내식당 뿐이다. 일반식당이 모여 있는 세종1번가·세종마치와 AK플라자까지는 도보로 10~15분가량이 걸린다. 그만큼 점심 외식을 하려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발걸음은 늘 분주하고 빠르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22일부터 올해 말까지 '범정부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해서다. 공직기강 점검은 사실상 ‘점심시간 엄수’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를 놓고 ‘구시대적 사고'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1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중앙행정기관 감사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 이튿날인 22일부터 '범정부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중앙행정기관별로 자체 계획을 신속히 수립한 뒤 소속기관 및 산하 기관 참여하에 특별점검이 이뤄진다.

뜬금없는 공직기강 특별점검은 최근 불거진 캄보디아 사태 등과 맞물린다. 윤창렬 실장은 "일부 공직자들이 신뢰,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여전히 무사안일과 소극적 업무 행태를 보인다"며 "최근 국정자원 화재, 캄보디아 납치․감금 사건, 부적절한 재난 대처 등은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우리 국민이 캄보디아에서 감금·납치되는 등의 피해 신고가 이어졌지만 소관부처인 외교부 등은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미진한 대응 등을 이유로 공직기강 특별점검에 나서면서 세종 관가의 불만은 크다. "잘못 대응한 부처를 중심으로 '정밀타격'해야지 왜 범정부 기강 잡기에 나서냐"는 것이다.

여기에 공직기강 관리 방식에 대한 불만도 크다. 공직기강 관리는 공무원 품위손상 및 업무처리 해태(懈怠)뿐 아니라 출·퇴근 및 점심시간 등 근무 시간 미준수 여부도 집중 점검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 따르면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다.

이에 대해 한 부처의 과장은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점심시간 준수가 기강의 척도로 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무원의 활동 반경을 사무실로만 묶어 넣겠다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다른 과장은 "잠깐 화장실을 갔는데도 '어디 갔느냐'며 닦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방식으로 공직기강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