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에 인사나면 우리 국·실장님들 어떻게 될까요."
“야, 니 걱정이나 해. 그분들은 서울에 아파트 다 있어.”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과장과 사무관의 대화다. 요즘 세종 공무원들은 고위공직자단 인사와 치솟는 집값에 술렁이고 있다. 세종에서는 직급과 근무 연차에 따라 ‘부동산 계급’이 뚜렷하게 갈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오래 근무한 실장·국장급 고위공무원들은 서울 강남이나 과천 일대에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반면 2012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출범 전후로 세종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과장·서기관급 공무원들은 세종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당시 시행된 특별공급(특공) 제도를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했고,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2021년 특공이 폐지되면서 이후 입직한 공무원들은 ‘주거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세종 신도시 건설과 함께 함께 2010년 도입된 세종 특공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30~50%를 공무원과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제도다. 안정적인 정착과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취지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0년 첫마을 1·3단지 ‘퍼스트프라임’을 시작으로 2021년 5월까지 12년간 특공 분양을 받은 세종 공무원은 2만5852명에 달했다. 당시 평균 분양가는 3.3㎡당 940만 원으로, 공급면적 108.9㎡ 기준 약 3억1000만 원 수준이었다. 현재는 6억~1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2021년 7월 특공은 특혜 논란 끝에 공식 폐지됐다. 결정적 계기는 ‘관세평가분류원 사태’였다. 관평원은 세종 이전 대상 기관이 아니었지만, 세종에 171억 원을 들여 유령 청사를 짓고 특공 대상 기관으로 지정됐다. 세종시 건설을 총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이를 승인했다. 그 결과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들은 세종 이전 공무원 자격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특공 혜택을 받기 위해 청사를 지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제도는 결국 폐지됐다.

이후 입직한 공무원들은 치솟는 임대료와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초임 사무관 월급이 250만~300만 원 수준인데, 10평 남짓한 오피스텔 월세로만 50만~70만 원이 나간다”며 “주거비 지원도 없어 관리비까지 고려하면 생활비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다수가 강남 등지에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젊은 공무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세종 내 공무원 임대주택 확충으로 대응에 나섰다. 인사혁신처와 세종시는 2030년까지 집현동 일대에 5000가구 규모의 공무원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