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韓,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 압박…연금·의료비 증가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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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헬블링 亞·太 부국장
올 정치 불확실성·관세 탓 저성장
내년 성장률 1.8% 수준 회복할 것
올 정치 불확실성·관세 탓 저성장
내년 성장률 1.8% 수준 회복할 것
토머스 헬블링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사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한·미 관세협상에 관해 이같이 조언했다. 헬블링 부국장은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과 함께 한국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문제에 관해서는 IMF에서 가장 전문가다.
그는 작년 하반기와 올 상반기 한국의 저성장을 초래한 요인으로 “(계엄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 무역정책 불확실성 증가, 관세 충격 등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내년엔 한국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고 거시경제 정책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재정을 풀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봤다.
헬블링 부국장은 “1.8% 성장률은 한국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수준”이라면서도 현재 잠재성장률인 2.0~2.1%까지 성장률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동안 (기업의 재고 확보 등) 선제 조치와 특수 요인이 관세 영향을 부분적으로 완화했지만, 관세의 (부정적) 효과가 점차 누적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미국 노출도는 상위권이고 중국 노출도도 상위권”이라면서 “다만 (미·중 갈등 결과로) 아시아 내 경제 통합이 더 진전된다면 한국이 수입하는 생산요소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상당히 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 협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답했다. 헬블링 부국장은 “한국은 해외에 상당한 규모의 직접투자(FDI)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연금 기금을 통한 포트폴리오 투자도 해왔다”며 “고령화 국가로서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추세를 지속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출의 과도한 증가가 민간 투자를 구축할 우려에는 “재정정책이 매우 확장적으로 전환되면 그럴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 과정에 조언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미 투자가 전통적 (투자) 형태가 아니라 정부 지출의 한 형태인 금융 투자”라며 “협상의 세부사항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금융 시장성(financial marketability)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시장성 있는 합리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방위비 지출을 단기간에 늘릴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도 우려했다. 그는 “방위비 지출은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지출이 증가하는 부분을 중기 재정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방위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궁극적으로 이는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뜻이며, 세제 개편 방식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능하면 소비세 같은 세금을 도입하고 투자소득, 임금소득 같은 요소 소득 과세를 줄이는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며 “섬세한 균형이 필요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헬블링 부국장은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연금·의료비 증가에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증가한 지출을 일정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재정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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