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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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국내외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지만, 미·중 관세 갈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하락장 진입’과 ‘단기 조정’ 여부를 두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세 전쟁 확산에 불확실성 커져

18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억7000만원 선을 밑돌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 1억7800만원대로 치솟았지만, 15일부터 1억6000만원 대로 내렸다. 해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0만8000달러선에서 거래 중이다. 이달 초 12만6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일주일간 10%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금리 인하는 예금·채권 등 안전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를 키운다.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다. 10월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경우가 많아 ‘업토버(Up+October)’로 불리는 시기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 10월에 9번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다시 벌이려는 의지를 내비친 게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놓자 비트코인 가격이 요동쳤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11만달러 아래로 주저앉았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엑스알피, 솔라나 등 중 알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지역은행의 부실 대출 문제가 불거지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이 가중된 점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예상치 못한 폭락에 이례적인 대규모 청산 사태도 발생했다. 코인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암호화폐 선물 시장에서 강제 청산된 규모는 191억5600만달러(약 27조원)에 달했다. 청산은 코인 가격이 급락해 증거금을 잃은 투자자의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되는 것을 의미한다.

○11만 달러가 비트코인 ‘심리적 저항선’

비트코인이 주춤한 사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이동했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7일 장중 한때 트로이온스당 430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금값이 500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연말까지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우려와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11만달러가 비트코인 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 가격은 당분간 10만~11만달러 구간에서 횡보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여부도 주시해야 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가 이달과 오는 1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Fed 의장도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