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스트젯 홈페이지
사진=웨스트젯 홈페이지
캐나다의 한 항공사가 이코노미석 좌석을 뒤로 젖히려면 추가요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이 요금이 비싼 프리미엄석을 도입하려고 이코노미석 배열을 3-4-3 형태로 바꾸려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최근 철회한 바 있다.

17일 피플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은 새롭게 개조된 일부 항공기에서 좌석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기능을 유료 옵션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저렴한 항공 운임으로 캐나다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얻은 웨스트젯은 미국 ABC 뉴스에 “이코노미석으로만 운영되는 항공기 43대의 이코노미석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번 재설계는 지난달 발표된 내용으로, 일반 이코노미석의 젖히는 기능을 없애고 고정형 등받이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웨스트젯에 따르면 이번에 개조되는 항공기에는 보잉 737-8 MAX 및 737-800기종 등이 포함된다. 웨스트젯 관계자는 “고객 테스트 결과, 절반의 승객이 ‘다른 사람이 뒤로 젖히는 등받이로 인해 공간이 침해받지 않기를 원한다’며 고정형 등받이를 선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젖히는 기능을 선호하는 승객의 경우 ‘익스텐디드 컴포트(Extended Comfort)’ 좌석과 프리미엄석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운임을 저렴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을 시도하고 캐나다인들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젯은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19개 주와 푸에르토리코, 워싱턴 D.C. 노선도 운항 중이다. 새로운 좌석 구성으로 개조된 첫 항공기는 이달 말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며, 나머지 42대는 내년 초까지 개조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웨스트젯은 밝혔다.

이 같은 웨스트젯 방침에 대해 캐나다 내에선 거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몬트리올 맥길대학교의 항공·공급망 관리학 강사 존 그래덱은 캐나다 CBC 방송에 “이건 ‘현금 갈취’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사 마케팅 담당자들의 상상력은 정말 놀랍다”며 “‘돈을 더 내면 더 많은 걸 얻는다’는 인식을 주려 하지만, 사실은 ‘예전에 무료로 누리던 걸 위해 돈을 더 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이런 시도는 전 세계 항공업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7일 "보잉 777-300 ER 항공기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일반석 3-4-3 배열 좌석 개조 계획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프리미엄석을 도입하기 위해 이코노미석 배열 구조를 3-3-3에서 3-4-3으로 변경하면서 좌석 너비를 1인치 줄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불승인 여부 확인’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이런 방침을 포기하기로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