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민이 낸 건보료, 공정하게 쓰는 법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자주 마주하는 민심의 목소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외국인의 건강보험 문제다. 필자는 얼마 전에도 이 주제를 글로 다룬 적이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예외 없이 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과 문제의식이 깊다는 뜻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전체 외국인의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 상태이며 중국인도 과거엔 적자가 일부 있었지만 작년엔 55억원 흑자였다”고 밝혔다. 재정 수지가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건강보험이 한국 국민의 상식과 공정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9년간 중국인의 건강보험 수지는 4000억원대 적자였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전까지는 매년 손실이 반복됐다. 이 기간 적자는 결국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메워졌다. 그나마 지난해 흑자 전환한 이유는 같은 해 4~5월 전 정부가 외국인 체류 요건 강화와 진료 시 본인 확인 의무화를 시행한 덕이었다. 제도가 바로 서자 재정도 일부 회복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불균형은 여전하다. 최근 6년간 외국인 직장건강보험 신규 취득자 10명 중 6명은 중국 국적자였다. 외국인 직장인 가입자 중 중국 국적자의 절대 규모도 2019년 23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40만여 명으로 약 1.7배로 증가했다. 지역가입자와 피부양자를 제외하고도 외국인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 10명 중 6명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한국의 건강보험 구조가 이미 한쪽으로 과도하게 편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국민의 시선이 곱기 어려운데 더 큰 문제는 부정수급이다. 작년 외국인 부정부당수급자는 1만7000여 명, 이 중 70%가 중국인이었다. 정 장관은 “사업주의 퇴사 신고 지연으로 발생한 행정 착오가 대부분”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법리적·상식적으로 온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최소 체류기간 6개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직장가입자는 퇴사 다음날 건강보험 자격이 소멸한다. 자격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험 혜택을 이용했다면 이는 행정 지연이 아니라 명백한 부정수급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로 운영되는 공동 자산이다. 외국인에게 제도를 개방하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운영 원칙은 어디까지나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평성과 상식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외국인 건강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상호주의 원칙 도입, 국가별 위험등급제, 출입국 정보 실시간 연동, 부정수급자 재가입 제한 등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구체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건강보험은 ‘모두의 보험’이기 이전에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보험이어야 한다. 그 신뢰의 출발점은 ‘공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