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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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액이 올해 최고치로 불어났다.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국면에서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조짐이 나타나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 공매도 거래대금 40% '껑충'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금융투자협회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액은 11조9671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6.26% 증가한 수치다.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액도 4조6346억원으로 같은 기간 9.85% 늘었다.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순보유 잔액 비율은 각각 0.39%, 0.47%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액이 많다는 것은 증시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날 1조1322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47.52% 급증했다.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해당 기간 1749억원에서 3238억원 으로 85.13% 뛰었다. 대차거래 잔고도 14일 105조9847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엔 106조 돌파하며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차거래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공매도 목적으로 활용해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대차 잔액이 상승하면 공매도 거래량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10% 이상 오르면서 단기 부담에 지수가 주춤할 수 있다"며 "11월 초까지 일시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2차전지 등 하락베팅 종목보니

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자료=한국거래소(10일 기준)
공매도 비중 높은 종목. 자료=한국거래소(10일 기준)
2차전지와 반도체 일부 종목 중심으로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은 카카오페이(6.83%)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혜주로 부각됐던 종목이다. 연초 대비 주가가가 257.33% 뛰며 6월25일 연고점(9만3800원)을 찍은 뒤 최근 반토막이 났다. 2대주주인 중국 알리페이가 교환사채(EB) 발행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매도 물량이 나올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5.66%)는 2차전지 업황 부진 등으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엔앤에프는 2436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3개월 전 -1708억원에서 손실폭이 더욱 커졌다. 코스모신소재(3.83%)와 이수스페셜티케미컬(3.50%) 등 다른 2차전자주도 공매도 목록에 자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인 에코프로(6.20%)와 엔켐(5.93%)의 공매도 비중이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 등 화장품 주식도 공매도 목록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현지 소비 침체 영향으로 올해 3분기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코스맥스 역시 국내 시장과 인도네시아 시장 부진 등으로 3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주가는 48% 뛰었으나 이달 들어 증권사 3곳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밖에 HLB(4.17%)와 피엔티(4.09%), 현대바이오(3.65%) 등 바이오와 기계 관련주도 공매도 대상으로 꼽혔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