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과 노동시장 악화로 구직 경쟁이 심해지면서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구인배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9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고용시장 한파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 한파에 최악의 구직경쟁…8개월째 실업급여 지급 1조원 넘겨
15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 9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구인배수는 0.44로 지난달 0.50에서 소폭 하락했다. 구직자는 10명인데 기업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4개에 그친다는 의미다. 9월 기준으로는 2004년 9월(0.43)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서비스 통합 플랫폼 ‘고용24’를 이용한 신규 구인 인원은 16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00명(-3.5%) 감소했다. 제조업 일자리가 7000개 줄어든 게 전체 구인 인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신규 구직 인원은 37만8000명으로 3만7000명(10.8%) 급증했다.

실업급여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6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9%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8개월 연속 월 1조원 이상 지급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1년 7개월(2~8월) 연속 1조원 이상 지급한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누적 지급액은 9조6303억원으로 집계됐다. 천경기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피보험자가 늘고 구직급여 지급액 단가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지난달 8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8000명(10.0%) 증가했다. 구직급여 수급자는 총 6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4000명(4.0%) 늘었다.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64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만1000명(1.2%)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서비스업 가입자가 21만9000명 늘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가입자는 각각 1만1000명, 1만8000명 줄었다. 제조업은 수출과 경기 부진, 건설업은 업계 불황이 주된 이유로 분석됐다. 건설업 가입자는 26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18만5000명 증가한 반면 29세 이하 가입자는 9만 명 줄었다. 40대도 2만5000명 감소했다. 60세 이상 일자리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충 효과로 분석됐다.

정부의 공공 노인 일자리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대기자는 올해 8월 기준 22만8543명으로 지난해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