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지만 실제 고용허가제(비전문 외국인력)를 통해 외국인을 구하려는 신청 건수는 크게 줄었다. 외국인 채용을 어렵게 하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 현장선 "외국인 모자라" 아우성…고용 신청은 반토막

◇올해 고용허가제 신청 건수 반토막

1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을 쓰겠다는 사업주의 고용 신청 건수는 지난해 총 9만2370건으로 2023년 13만2161건보다 3만9791건(30.1%) 감소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신청 건수는 총 4만4448건으로 작년 대비 반토막 수준에 그친다.

고용허가제 쿼터(발급 건수 한도) 대비 신청 건수 비율(신청률)도 급락하고 있다. 신청률은 2023년 95.3%에서 지난해 47.7%로 반토막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8월까지 신청률은 27.8%에 그친다. 정부가 예상해 추정한 외국인 고용 인원 대비 신청 건수가 크게 모자란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쿼터는 지난해 저조한 신청률을 반영해 16만5000명에서 13만 명으로 3만5000명이나 낮췄는데도 신청률이 급락했다.

고용허가제 쿼터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가 산업 현장 수요 조사를 통해 정한다. 김 의원이 정부에서 받은 ‘고용노동부와 관계 부처 합동 수요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고용 수요 예상 건수는 15만7473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조사한 올해 예상 수요도 13만2350건에 달했다.

이런 산업 현장의 외국인 고용 수요에도 기업들이 고용허가제를 외면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신청 요건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음식점 업종의 경우 고용허가제를 신청하려면 ‘업력 5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국세청에 따르면 5년 이상 생존하는 음식점은 전체의 30%에 그친다. 호텔·콘도업은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 고용은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는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숙박업은 비수기에 인력 수요가 없어 국내외 인력을 막론하고 정규직 고용이 쉽지 않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도 어렵다. 최장 4년10개월 국내에서 체류하면 반드시 출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국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입국해야 최장 4년10개월을 더 머물 수 있다.

◇기업들은 “외국인 고용 유지 또는 확대”

산업 현장에선 외국인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기업 50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3.8%가 국내 근로자 채용이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98.2%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인원을 ‘유지 또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3년간 고용허가제 수요 전망도 ‘증가’(55.5%)로 내다본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현 수준 유지’는 41.7%, ‘감소’는 2.8%에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이 7월 발간한 ‘산업 및 직종별 인력수급 전망과 외국인력 수요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4~2028년 노동시장 부족 인원은 최대 318만1700명에 이를 전망이다. 고용허가제로 많이 쓰이는 ‘단순 노무 종사자’만 72만4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선 농번기에 농가와 불법체류자 간 채용 경쟁이 붙어 임금이 20~50%씩 오르고 있고, 지방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불법체류자를 쓰다가 적발되기도 한다”며 현행 고용허가제의 빈틈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인력 수요가 증가하는데 외국인력 도입문이 좁아지면 불법체류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