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 PER 역대 최고치
빠르게 오른만큼 하락 가능성
일각 "조정 후 재상승" 관측도
미·중 무역 갈등이 재부상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6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시장 상승을 주도하던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가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단기 충격을 받더라도 기술주 주도의 상승 추세를 되돌리진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반도체 주도의 상승장이 주춤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를 거론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를 견인해 온 반도체주의 조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에선 지난 10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6.32%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주 36개를 묶은 ‘KRX 반도체’ 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32.11% 상승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전체 지수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급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25.20%, SK하이닉스는 30.29% 올랐다. 두 종목이 KRX 반도체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 주목하면서 “코스피지수 대비 반도체 업종의 강세를 나타내는 상대 강도 역시 80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단기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과거 미·중 무역 갈등 사례에 비춰보면 조정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고 주도주 중심의 상승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12개월 뒤 영업이익이 늘고,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주로 반도체주”라며 “지난 4월에도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표된 이후 시장이 급락했지만, 이후 주도주를 중심으로 반등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