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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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가성비’가 소비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SPA(제조직매형의류) 브랜드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을 거느린 유럽 명품그룹 케링의 매출을 넘어서는가 하면, 중국 쉬인은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럭셔리 백화점도 뚫었다. 지금껏 내수에만 주력하던 국내 토종 SPA 브랜드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 유니클로, 명품 왕국 매출 넘어서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 유니클로의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은 2024년 9월~2025년 8월(2025회계연도) 기준 매출 3조4005억엔(약 32조2700억원), 영업이익 5511억엔(약 5조23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9.6%, 13.6% 증가했다. 성장세에 힘입어 패스트리테일링 매출은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을 거느리는 케링그룹의 작년 매출(172억유로·약 28조670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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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매출 감소 등에도 실적 호조를 낼 수 있었던 건 북미 시장 덕분이다. 유니클로는 10~20달러대 가성비 기능성 의류를 앞세워 북미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보다 24.5%, 35.1% 급증했다. 방일 외국인 관광객 구매도 늘면서 일본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엔을 넘어섰다. 유니클로는 2026회계연도에도 매출 3조7500억엔, 영업이익 6100억엔으로 5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마치 세계적인 호황의 문턱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쉬인도 서구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있는 BHV백화점에 매장을 낸 데 이어 갤러리라파예트 등 럭셔리 유통업체에 입점하기로 했다. 현지 패션업계에선 “프랑스 패션계에 대한 모욕”이란 반발이 일긴 했지만, 그만큼 쉬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성장세가 둔화하던 글로벌 1위 SPA 브랜드 자라의 모회사 인디텍스도 올 3분기 첫 5주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 해외로 눈 돌리는 토종 SPA

내수에 집중하던 국내 토종 SPA 브랜드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국내 브랜드는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자라, H&M 등 글로벌 브랜드가 북미 및 유럽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최근 K컬처 인기가 높아지고, SPA 의류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해외 진출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무신사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워 오는 12월 상하이에 1호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향후 5년간 중국 내 매장을 1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에잇세컨즈도 지난 7월 필리핀 마닐라에 해외 1호점을 냈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