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황 둔화로 주가도 하락세를 걷고 있지만 저평가 매력에 증권사 목표주가는 최소 50% 이상이다. HL그룹 핵심 계열사에 해당하는 종합 건설업체 HL D&I 이야기다. 이 회사는 1994년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건축, 인프라, 주택 등 건설 외에도 미래 유망 사업군에 대한 투자 확대 및 자회사를 통한 항만 운영과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HL D&I 주가 월봉 그래프 캡처.
1997년부터 주거 브랜드 한라비발디로 유명했는데 작년 에피트(EFETE)를 새 브랜드로 공개했다. 에피트는 “Everyone’s Favorite, Complete”의 첫 글자를 조합한 이름으로 “누구나 선호하는 완벽한 아파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파트, 사옥 등의 건축공사와 도로, 택지, 철도 등의 인프라 공사와 관련된 다양한 시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 건축물로는 시흥 배곧 한라 비발디 캠퍼스, 동부간선도로, 동탄 물류단지, 인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단지 조성 공사가 꼽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작년 KCGS(한국ESG기준원) ESG 평가에서 건설사 중 유일하게 A+ 등급을 획득했다. 또 작년 서스틴베스트 평가에서 최고등급 AA를 받고 ‘ESG Best Companies’ 100대 기업(자산 2조원 미만 기업 부문) 중 2위로 선정되기도 했고, 올 상반기 평가에서도 AA등급을 획득했다.
“상반기 수주잔고만 5조3000억 … 우량기업 투자도 성과”
25일 회사 관계자는 “2022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건설업종 재무 여건 및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우량 거래처 발굴과 자체 사업 호조, 적극적인 도급증액(원가상승 반영) 활동과 신사업 투자이익 등에 힘입어 작년 1조500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약 3%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건설산업 시장은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탓에 부동산 구매심리 악화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고 있어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다우개발 등 우량 거래처를 유지하며 상반기 기준 관급, 민간, 해외, 자체 공사를 포함해 약 5조3000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향후 매출 규모는 견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특히 “자체사업 호조(울산 태화강 100% 분양), 시행이익 공유 사업장(용인 금어지구, 시흥 은행지구)의 연이은 성공으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4~5%대 영업이익률과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L D&I는 2021년 주택경기 호조로 5%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신성장동력을 묻자 “건축, 인프라, 주택공사 등 전통적인 건설부문 강점을 유지하면서 물류, 유통, 도로 운영, 신사업 및 우량기업 투자 등 다양한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매출 안정 및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신사업 투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한국자산평가에 225억원을 투자해 602억원을 회수했는데 377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또 뉴스케일 지분 일부를 매각했고, 에어레인에 61억원 투자해 183억원을 회수했다. 이 외에도 신한벽지, 지평선에너지, 건설폐기물 회사 등 다수 업체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투자證 “올 영업익 730억 전망” … 시총은 875억 그쳐
최근 3년간 실적은 정중동이다. 2022년 매출 1조4721억원, 영업이익 526억원에서 작년 매출 1조5788억원, 영업이익 579억원으로 각각 7.25%·10.08% 증가했다.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3.48%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매출 1조5640억원, 영업이익 730억원을 전망했다.
영업이익 730억원을 거둔다면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건설업 악화로 저평가 구간에 있는 것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2310원으로 약 두 달 전 고점인 8월 8일 3095원 대비 25.36% 하락했다. 당시 주가 상승 이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기 수급 쏠림인 것으로 파악된다.
총 주식 수는 3785만8601주로 HL홀딩스(지분 23.78%) 외 특수관계인 9인이 지분 46.36%를 보유했다. 외국인 1.17%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50% 정도다. 2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227억원, 유형자산 374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부채비율 305.31%, 자본유보율 97.62%로 재무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다.
주가 부양책을 묻자 “2021년 9월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의 최대 40% 범위 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행하겠다는 내용의 주주환원책을 수립해 공시했다”며 “같은 해 자사주 및 우선주를 취득·소각했다”고 답했다.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2024년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일부 개정했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5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주잔고와 서울 지역 우량 사업장 수주 증가(재개발 2건 등) 등 투자 긍정 요인으로 꼽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인플레이션 압력, 안전 관리 강화에 대한 시장의 요구로 사업비용 및 기간이 증가한다는 점은 투자 위험 요인이다. 또 최근 5거래일 하루 평균 거래량은 5만2275주로 금요일 기준 종가 환산 땐 1억2000만원 수준이라 개인 투자자들의 원활한 매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신영證 “800억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부채비율 낮아져”
그럼에도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높은 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HL D&I 한라가 9월 말 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는데, 만기일은 2055년으로 영구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200%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최근 건설 경기 부진으로 중소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성공하며 차별화된 재무관리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상반기 기준 총 차입금은 9567억원, 단기차입금은 3657억원으로 파악된다.
그는 “지난 4월 분양한 울산 태화강의 경우 분양률 100%를 기록했고 정당 계약 이후 중도금 일정에 따라서 자금 회수가 진행될 것으로 보며 이천 아미지구 역시 관리 가능한 영역에서 분양률이 올라오고 있어 추후 운전자본 부담은 완화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금으로 단기 차입금 상환에 나선 후 2년 조기 상환까지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목표주가는 4000원을 제시했는데 현 주가 대비 73.16% 상승 여력이 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시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며 중형사로선 드문 기록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시 도시정비 사업의 대형 시공사 평당 공사비는 800만~1200만원 수준인 반면, HL D&I는 600만~8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단가 경쟁력이 뚜렷한 만큼 소규모 정비 사업 입찰에서 유리하고 경쟁사 대비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라 수주에서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부채비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건 자체사업 2건 영향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차입이 늘어난 것 때문이라고 했다.
'15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