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스트레스에 '이 병' 25배 늘었다…"근로손실 역대 최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승인받은 근로자가 9년 만에 10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응장애’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2019년) 이후 폭증하면서 전체 정신질환 산재의 절반을 한참 웃돌았다. 정신 질병에 따른 평균 '요양 기간'도 2년으로 늘어나면서 근로손실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6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신질병 산재 현황’에 따르면, 공단이 산업재해로 승인한 정신질병은 2015년 46건에서 2024년 471건으로 10배 이상 급등했다. 2025년 7월까지도 240건으로 집계돼 올해 연말까지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스트레스에 '이 병' 25배 늘었다…"근로손실 역대 최대"
정신질환 산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적응장애’다. 2015년 10건에 불과했던 적응장애 산재 승인 건수는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인 2020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1년 245건, 2024년에는 250건으로 9년만에 25배 증가했다.

2025년 7월까지도 승인된 정신질환 산재 240건 중 적응장애가 140건으로 58.3%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전체 정신질병 471건 중 250건(53.0%)이 적응장애였는데 비중이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산재, 특히 적응장애가 급증한 배경으로 제도 인식 확산과 진단의 ‘문턱 완화’를 동시에 지적한다. 한 산재 전문 노무사는 “적응장애는 진단 과정에서 비교적 쉽게 의학적 판단이 이뤄지는 만큼, 기업 내 갈등이 곧바로 산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산재도 증가세다. 2024년 기준 자살 산재 승인 건수는 38건으로, 2015년(7건)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도 이미 14건이 승인됐는데, 우울증이 절반 이상(7건)이었고 급성 스트레스장애(6건)가 뒤를 이었다.

올해 7월 기준 정신질환 산재의 평균 요양 기간은 724일로 사실상 2년에 육박했다. 2016년 533.3일에서 8년 사이 190일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산재 근로자가 평균 약 2년 동안 근무를 중단한 채 요양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산재로 인한 '근로손실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정신질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관리·심리상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