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인해 북부 가자지구에서 피난 온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유엔 차량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REUTERS
이스라엘 군사 작전으로 인해 북부 가자지구에서 피난 온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유엔 차량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REUTERS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안 일부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2년 가까이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이 종식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생존자와 유해를 포함한 모든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며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즉각 중재자를 통한 협상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 발표 후 2시간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자고 요구한 것에 대해 "이미 우리는 세부 사항을 혐의 중"이라며 "그들이 지속적인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올해 초 휴전 및 인질·수감자 교환에 합의하면서 중동에서의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휴전은 파기됐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지난달 휴전 협상에 나섰던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사살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까지 공격하고, 가자시티 점령을 위한 지상 작전까지 개시하면서 중동 내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에서 등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격을 비판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기에 나섰고, 결국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평화구상안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발표한 평화구상안에는 이스라엘 인질의 전원 석방과 무장해제 등을 파마스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합의를 수용한 지 72시간 안에 인질을 전원 송환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하마스 궤멸전을 공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면 이제껏 누구도 보지 못한 지옥이 하마스 앞에 펼쳐질 것"이라며 나중에 미국 동부시간 5일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7시)를 시한으로 설정했다.

다만 하마스는 인질 석방을 비롯해 가자지구의 행정권 포기 등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안에서 인질 석방만 받아들였다. 하마스 내부의 강경파에선 무장 해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휴전의 최대 변수는 이스라엘의 입장으로 꼽힌다. 하마스가 발표한 성명이 인질은 석방하되, 무장 해제는 거부한다는 취지로 밝혀질 경우 이스라엘이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대한 하마스의 역제안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하마스 정치국 고위관리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이 끝나고 팔레스타인이 자치할 수 있다면 하마스는 모든 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벨평화상을 향한 의지를 자주 드러냈는데 가자지구 평화구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의 평화를 가져올 경우 그토록 바랐던 노벨평화상 수상에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