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점' 하이닉스, 더 오를까…56만원 전망도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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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닉스' 눈앞…증권가선 "56만원도 간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약 2주일간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과 기존 대비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13곳이다. 이중 77%인 증권사 열 곳이 이 기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상향했다.가장 최근인 지난 2일 투자의견을 낸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56만원으로 제시했다. 지금껏 나온 증권사 전망 중 가장 높다. 기존 목표가인 41만원에서 36.59% 높여잡은 가격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38만원을 50만원으로 올렸다. KB증권은 기존 34만원을 46만원으로 35.29% 상향했다.
지난 2주간 11개 증권사가 지난 일주일간 SK하이닉스에 대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가는 약 44만1900원이었다. 지난 2일 SK하이닉스의 정규장 종가(13만7600원)에 비해 약 11.7% 높은 가격이다.
역대 최고가 급등, 이유는
SK하이닉스는 올들어서만 131% 뛰었다. 국내 증시 시총 2위인 기성 기업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급등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7.95%)를 훌쩍 웃돈다.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일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9.86% 급등해 39만550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장중 12.36% 뛰어 사상 최고가인 40만4500원을 찍기도 했다. 통상 추석 연휴 직전 긴 연휴 동안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 주요주들이 약세를 보여온 것과는 딴판인 양상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입도선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투심이 몰렸다. 이들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포괄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오픈AI의 700조원 규모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핵심 협력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늘려 오픈AI에 공급하는 게 골자다. SK는 국내 서남권(전라남도)에, 삼성은 동남권(포항)에 각각 오픈AI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도 계속 오르고 있다"며 "시장 전망 자체가 기존보다 점점 좋아지면서 투심이 개선되는 와중 기존엔 알려지지 않았던 호재가 새롭게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이 몰려든 것"이라고 도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 8016억원으로 3개월 전 예상에 비해 10.07% 상승했다.
“역대 최장 메모리 업사이클 온다”
SK하이닉스는 올들어 상승세 중 상당폭이 지난 한 달간에 집중됐다. AI 서비스가 급히 확산하면서 기존엔 수요 전망에 별 무게를 두지 않았던 범용 메모리반도체 제품까지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기존 시장이 증가세를 예상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D램에다 일반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낸드) 수요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AI 데이터센터엔 데이터 학습·추론을 수행하는 반도체 패키지인 ‘AI가속기’가 들어간다. HBM은 AI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시장의 칩 신규 수요 예상이 주로 HBM에 집중됐던 이유다.
하지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를 지을 땐 HBM만 쓰는 게 아니다. 서버를 운영하려면 작업용 메모리 반도체인 기성 D램도 필요하다. 저장용 메모리인 낸드도 마찬가지다. AI 처리가 고도화하면서 서버 한대가 늘어날 때 함께 쓰이는 기성 반도체 칩의 단위 수요도 급증했다.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 기성 D램과 낸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 2년여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영향에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없어서다. 낸드는 2020~2021년 슈퍼사이클 이후 전방 시장인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침체하면서 2022년부터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이때문에 기업들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좀더 마진이 높은 HBM 생산에 더 집중하려면 범용 메모리 생산을 쉽사리 늘릴 수 없다.
SK하이닉스에 대해 목표주가 56만원을 제시한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픈AI를 필두로 AI 처리량 지원을 위한 기성 D램 수요가 급증세”라며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버용 D램 수요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만, 공급사들이 단기간에 공급을 증가시키기 어렵다”며 “단기간 내 해소되지 않을 공급 여건을 고려할 때 ASP와 실적에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D램 내년 ASP 추정치를 기존 15% 상승에서 30% 상승으로 올려잡고, HBM ASP 추정치는 기존 2% 하락에서 8% 상승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2027년까지 역대 최장 기간의 메모리 업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반영하면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기존 54조원이 아니라 7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에 이어 낸드까지 AI 시장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며 “올 3분기부터 수요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구간은 HBM과 컨벤셔널(기성) 메모리가 함께 좋아지는 구간”이라며 “SK하이닉스의 이익 성장 가시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HBM4 가격 인하 타격 예상도 예전보다 완화
그간 투자자들은 HBM 가격 하락 전망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의 수익 영향에 촉각을 세워왔다. 시장에선 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이 늘면서 SK하이닉스가 차차 HBM4 가격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사가 많아지면 HBM 가격 협상력이 차차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넘어가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서 HBM 판매 가격을 인하하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난 7월엔 글로벌IB 골드만삭스가 “내년엔 HBM 가격이 두자릿수 %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것도 이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엔 HBM4 가격 인하 예상도 기존 대비 줄어드는 분위기다. AI 설비투자 규모가 늘면서 수요가 탄탄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 영향이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경쟁사가 HBM 시장에 진입하면 SK하이닉스의 ASP가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그간 이 기업의 2026년 실적에 큰 우려 요인이었다”면서 “그러나 내년 상반기 초기 HBM4 시장을 대부분 SK하이닉스가 선점할 것으로 보이는 점, HBM 수요가 당초 시장 기대 대비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같은 우려는 제쳐둘만 하다”고 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SK하이닉스는 올 4분기부터 고객사향 HBM4를 출시하고 초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메모리 생산업체 중 가장 빠른 시점에 시장에 진입하고 양산을 하는 것이라 기존 HBM 내 선도적 지위를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내년에 HBM 가격을 내려도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서 “SK하이닉스가 생산 초기엔 HBM4 가격을 HBM3e에 비해 30~40% 비싸게 책정하고, 내년 중반께엔 HBM3e 대비 15~20%만 높은 정도로 가격을 내릴 수 있다”며 “다만 이는 초반엔 수율이 낮다는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율이 낮은 시기엔 사실상 원가 부담이 더 높은 만큼 더 비싸게 팔고, 수율이 60% 이상으로 안정화하면 그에 맞춰 가격을 내릴 것이란 얘기다.
SK하이닉스가 HBM4 가격을 내린다한들 결과적인 마진율은 같을 것이란 게 BoA의 예상이다. BoA는 “SK하이닉스의 HBM4와 HBM3e 마진은 6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전자는 30%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에 비해 원가 효율이 높다"며 "최근 시장에서 부각된 HBM4 가격 하락세도 안정적인 HBM 수익 흐름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HBM4 가격 하락폭이 5% 내외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 내년에도 DRAM 수익성이 50% 후반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다.
SK하이닉스의 향후 주가 향배를 두고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개인들의 시각차가 뚜렷한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를 쓸어담고 있다. 지난 1~2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6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지난 2일 기준 55.48%였다. 작년 9월 글로벌 IB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한 당시 53%대에서 상당폭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 주식을 5015억2865만원어치 순매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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