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다이소 전략'?…5달러 이하 식품 브랜드 내놨다 [안재광의 해외 리테일 쏙]
아마존이 알디, 리들 등 유럽계 디스카운트 슈퍼마켓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5달러 이하 식료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저렴하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아마존은 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자체 브랜드(PB) ‘아마존 프레시’와 ‘해피벨리’를 통합해 ‘아마존 그로서리(Amazon Grocery)’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새 브랜드는 1000종 이상 제품을 포함하며 대부분이 5달러 이하로 책정된다. 시나몬롤, 레모네이드, 피자 도우 같은 생활 밀착형 품목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아마존 프레시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하고, 소비자 평점 4점(5점 만점) 이상 제품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도 '다이소 전략'?…5달러 이하 식품 브랜드 내놨다 [안재광의 해외 리테일 쏙]
아마존의 이 같은 행보는 알디, 리들 등 유럽계 디스카운트 슈퍼마켓이 최근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키우자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알디는 올해에만 미국에서 225곳 이상 신규 매장을 열어 연말까지 총 2600여 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매장 내 상품의 90% 이상을 PB로 채우고 매장 구색과 운영도 매우 단순하게 해 비용을 낮췄는데, 낮춘 비용 만큼 가격을 저렴하게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독일계 리들 또한 신선식품 중심 가성비 전략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알디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마존의 새 브랜드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 지속가능성 요소도 강조한다.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영양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일부 제품은 포장재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아마존 측은 설명했다. 단순히 가격만 싼 게 아니라 품질과 친환경 요소까지 확보했다는 점을 내세워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포석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PB 매출은 최근 1년 새 15%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은 아마지노 PB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현지에선 아마존이 가격 일관성을 지킬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발표에서 ‘대부분(most)’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역별, 시점별로 일부 예외 품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언제 가도 5달러 이하’라는 신뢰를 체감하지 못하면 전략 효과는 반감된다.
아마존도 '다이소 전략'?…5달러 이하 식품 브랜드 내놨다 [안재광의 해외 리테일 쏙]
아마존의 이번 행보는 한국과 일본에서 균일가숍 다이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 주목된다. 다이소는 한국과 일본에서 5000원 이하 균일가에 공급하며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한국에는 1700여개, 일본에선 36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저가 생태계를 구축했다. ‘값싸지만 품질은 좋다’는 이미지가 자리잡으면서 소비자층을 세대 불문하고 넓혔다. 아마존의 ‘5달러 이하’ 브랜드 역시 식료품 영역에서 다이소식 가격 전략을 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식품은 다이소의 주력 상품군인 생활잡화와 달리 유통과 물류 리스크가 훨씬 높다. 신선도와 안전성이 핵심이라 단순 가격 정책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송 과정에서 비용이 높아질 수 있고, 품질 관리에 실패하면 브랜드 신뢰는 빠르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망과 물류 역량을 최대한 활용, 신선식품에서도 가성비와 품질을 모두 잡을수 있을 지가 성공을 가늠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