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덕 본 사람들은 해외여행"…공항 인파에 자영업자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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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추석 연휴에 비상
내수 침체에 긴 연휴 악재까지
인구 이동에 소비 이동 불가피
문화 변화 인정하는 분위기도
내수 침체에 긴 연휴 악재까지
인구 이동에 소비 이동 불가피
문화 변화 인정하는 분위기도
◇ 인천공항 역대급 인파에 자영업자들 침통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245만명을 넘는 이용객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인천공항 일평균 이용객은 지난해 추석 연휴 대비 11.5% 증가한 22만3000명으로 예상된다. 연휴 기간 인천공항이 가장 붐비는 날은 10월 3일로, 총 23만9000명이 이용해 공항 역대 최다 여객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14개 공항 일일 평균 여객은 지난해 추석보다 8.4% 증가한 25만5000명으로 예상된다.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암울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2일부터 연차 미리 써서 놀러 간 분들이 많은지 사람이 없다", "개인 카페인데 파리 데리고 장사한다. 나름 상권 좋은 곳인데 비 오는 날들보다 매출이 더 못하다", "내수가 최악이다. 미래가 없다. 다들 대비 잘 해야 한다. 달러와 비트코인 비축을 해 둬야한다" 등 반응이 나왔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임시공휴일이 민간 소비를 크게 늘리지 못한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연휴가 길어지면 소비 시점이 앞당겨지는 대체효과와 해외여행 증가 등이 영향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휴무일을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열 띤 토론이 벌어졌다. 일부는 "다들 쉴 때 일해야 번다는데 암담하다", "안 쉬고 쭉 연다. 그게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아서다" 등 의견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명절에 귀성하는 것에 대해 "다 부질없는 허튼 짓이다. 진짜 조상 잘 만나 조상덕 본 사람들은 지금 다 해외여행 가고 없다. 조상덕이라곤 1도 못 본 인간들이 음식상에 절하고 집에 와서 마누라랑 싸운다"는 내용의 글이 '대한민국을 바꾼 전설의 댓글'이라는 제목으로 재소환됐다.
이를 접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명절 때는 여행 간다", "맞는 말이다" 등 공감의 표현도 적지 않게 나왔다.
◇ 인구 이동·문화 변화에 불가피한 매출 타격
다만 왜 최근 들어 명절을 비롯해 연휴만 되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유독 두드러지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불경기 영향이 있다.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2.4% 감소했다. 7월에는 소비쿠폰 지급 효과로 소매판매가 2.7% 늘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흐름은 신용카드 사용액에서도 나타났다. 7월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77조2504억원으로 전달(74조2334억원)보다 4.3% 늘었지만 8월에는 75조595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 통계상 드러났다.
소비심리 위축 속에 올해 들어 매월 전년 동월 대비 줄던 숙박·음식점 판매지수는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으로 지난 7월 1.5% 반등했지만 8월 다시 0.2% 감소했다. 대형마트도 7월 2.6% 감소했고 8월에는 감소 폭이 13.9%까지 확대됐다. 소비쿠폰 영향으로 외식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통계 지표를 공유하며 소비 쿠폰 효과가 예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는데 물가만 오르고 내수는 다시 힘들어진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는지 다들 지갑을 닫는다", "너무 일회성이다" 등 비판을 제기했다.
여기에 연휴가 되면서 상당수 수요가 해외나 국내 여행 등으로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도심 상권에 집중돼있는데, 일상적 고객이 귀성으로 빠져나가면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절에는 평상시 소비하는 외식이나 간식 대신 선물, 식료품, 교통, 여행비 등으로 지출 항목이 이동하면서 업종별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부분도 있다. 따라서 비교적 대형마트나 선물업종은 호황을 이룰 수 있지만 도심형 외식업이나 카페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명절 전 선물 준비 등으로 지출이 늘기 때문에 연휴 동안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심에 남아있는 인력마저도 최근 경기 여파에 지갑을 닫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은 춘절 때, 일본은 골든위크,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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