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 상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공실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그나마 들어온 임차인은 수익을 내지 못해 폐업을 고민합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신도시 상가 곳곳이 이같은 '유령상가'로 전락하면서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경닷컴은 3부작 기획을 통해 신도시 상가 공실의 실태를 진단하고, 구조적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사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화면
사진=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화면
"바로 옆 공원은 사람이 북적이는데 이쪽으로는 몇 명 오지도 않아요. 장사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인천의 주요 상권으로 꼽히던 연수구 송도 커낼워크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던 한 상인은 "얼마 전에도 맞은편 식당 하나가 간판도 내리지 못한 채 떠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천 커낼워크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부엔 이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인천 커낼워크 한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내부엔 이전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집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커낼워크는 2009년 준공한 대형 쇼핑몰이다.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이랜드리테일이 전체 상가 353실 중 약 70%인 254실을 임대해 활기가 돌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철수한 이후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1억원에 달하던 권리금은 0원으로 내려갔고, 2009년 최초 분양 당시 3.3㎡당 2900만원이던 가격도 1000만원선으로 내려왔다.

송도동 A 공인중개 관계자는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송일국씨 가족이 등장했을 때가 커낼워크의 전성기"라며 "당시엔 권리금이 1억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권리금 없이 낮은 월세를 제시해도 세입자도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커넬워크는 2014년 송씨가 세 쌍둥이 아들을 업고 아시안게임 성화봉송에 주자로 참여 당시 거친 장소로 전파를 탔다.

그러나 최근 낮아진 인기를 보여주듯 총길이 740m의 긴 쇼핑몰은 극소수 카페를 제외하면 방문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이곳을 찾는 이들까지 생길 정도다.
공휴일 낮 시간에도 한적한 인천 커낼워크 풍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공휴일 낮 시간에도 한적한 인천 커낼워크 풍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커낼워크 한 켠에서 휴식을 취하던 한 배달 라이더는 "이곳은 워낙 사람이 없어 라이더들이 모여있더라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친분이 있는 라이더들끼리 커낼워크에 모여 콜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커낼 워크대로 변에는 너댓명씩 모여 앉은 배달 라이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방문객이 없다 보니 점포들도 문을 닫거나 공실인 곳이 다수였다. 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었고 일부 가게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관리비 고지서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등 집기가 그대로 놓인 가게도 적지 않았다.

방문객도 없고 점포도 없다 보니 관리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로 보였다. 썩어버린 나무 데크는 푹 꺼졌고 2층 연결통로 아래에는 빗물이 떨어지는 자국을 따라 석회암 동굴에서나 볼법한 종유석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인천 송도 커낼워크의 한 공실에 지난해 관리비 고지서와 독촉장이 나뒹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인천 송도 커낼워크의 한 공실에 지난해 관리비 고지서와 독촉장이 나뒹굴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이 드물게 있는 커낼워크 1층은 인적조차 끊긴 2층에 비하면 한결 나은 상황이다. 건물 2층은 대부분이 비어있거나 간판이 걸려 있더라도 불을 끈 채 영업하지 않는 가게였다. 준공한 지 15년이 넘으면서 건물이 노후한데다 오가는 인적마저 없어 흡사 버려진 건물을 체험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한 시민은 "오랜 기간 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보니 구청에서도 지원이 나오는 건지 커낼워크에서 여러 행사들을 여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즐길거리가 많지 않아 쉽게 발길이 향하진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송도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도 공실이 골치 아픈 숙제다. 중심상권인 아브뉴프랑 광장 인근은 오가는 인파로 활기를 띠고 있었지만, 상권 외곽은 신도시 조성 이후부터 장기간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입점했던 가게들도 경기 침체 여파로 하나둘 떠나는 처지다.
시흥 배곧신도시 한 아파트 1층 상가가 장기 공실로 남아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흥 배곧신도시 한 아파트 1층 상가가 장기 공실로 남아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배곧신도시에 자리를 잡았던 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도 올해 초 문을 닫았다. 창사 이래 '폐점률 1% 미만'이라는 상징적 기록을 유지해온 브랜드이지만, 이곳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그렇게 비워진 점포들은 이후 채워지지 않았고, 결국 고정적인 배후수요가 있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1층 상가마저 공실의 수렁에 빠진 상태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시흥시 배곧동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1층 상가는 공실이 가득했다. 건물의 한 면이 대부분 비어있는 정도고, 점포가 영업 중인 곳도 곳곳이 이가 빠진 듯이 비어 있었다. 맞은편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도 상가 공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인근 한 음식점 점주는 "겉으로 보기엔 활기차 보이지만, 대부분 상가 2층, 3층은 공실이 수두룩하다"며 "이 가게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도권 신도시 특유의 높은 공실률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주요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10%를 상회한다.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개발된 남양주 다산신도시는 올해 2분기 16.25%의 집합상가 공실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의정부 민락지구 집합상가 공실률도 10.27%에 달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최대 상업지구인 구래지구도 8.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