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29일 신라면세점 서울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칭저볜쩌우(이쪽으로 오세요)” “둬사오첸(이거 얼마예요?)”.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오후 3시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이날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크루즈 ‘드림호’를 타고 온 중국인 단체관광객 1700여 명이 롯데면세점에 들러 쇼핑에 나섰기 때문이다. 나이가 지긋한 관광객들은 한국산 홍삼·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두 손 가득 담았다. 3040세대 관광객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MLB’ ‘젠틀몬스터’ 등 패션 브랜드 매장과 한국산 화장품 판매대로 향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링체 씨(37)는 “경복궁과 명동에 들른 뒤 한국산 화장품을 사러 면세점에 왔다”며 “평소 K뷰티 브랜드에 관심이 높아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웰컴, 유커"…中 무비자 첫날 유통가 '들썩'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에도 드림호 승객 500여 명이 방문했다. 신라면세점은 관광객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는 환영 행사를 열었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화장품 브랜드를 최대 60% 할인하는 행사도 한다.

면세점업계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실적 부진을 만회할 ‘단비’가 될 수 있어서다.

롯데면세점은 비자 발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국 2·3선 도시를 중심으로 단체관광객 유치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신라면세점도 중국 현지 사무소, 여행사들과 협업해 단체관광객 집객에 나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다음달에도 중국 단체관광객 1만여 명이 서울, 부산, 제주 면세점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떠오른 CJ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편의점 등도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제품을 대폭 늘렸다. CJ올리브영은 명동 홍대 강남 등 주요 상권 재고를 대거 확충했다.

무신사는 무신사스탠다드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5000원을 즉시 할인해주는 행사를 연다. 중국 티몰 계정에서 무신사스탠다드를 팔로우하면 할인 쿠폰을 주는 식이다. 일부 매장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과 무인 환전기도 배치했다. 다이소는 명동점, 홍대점 등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매장에 K뷰티, K푸드 상품 물량을 늘렸다.

백화점과 편의점도 가세했다. GS25와 CU는 각각 위챗페이, 알리페이와 연동한 할인 행사를 한다. 특화 매장도 운영한다. GS25는 인사동, 강남 등 8개 점포를 ‘케이팝 데몬 헌터스’ 특화 매장으로 꾸미고 협업 상품 판매에 나섰다. CU는 명동역점을 K푸드 특화 매장으로 운영한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무비자 입국 정책과 정부의 방한 관광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내년 6월까지 중국인 관광객 100만 명 정도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국경절 연휴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