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외면할 수 없다"…가상자산 담는 고액자산가들 [전범진의 슈퍼리치 레시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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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자산가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물론, 가상자산 투자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회사 주식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현물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고, 국가가 직접 매입을 추진하는 등 가상자산이 하나의 자산군으로 완전히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부터 이날까지 한달동안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은 뉴옥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투자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다. 국내 투자자는 비트마인 주식 3억2703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비트마인은 미국 증시에서 '이더리움판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로 불리는 회사다.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더리움을 매수하고,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하면 주가도 따라 오르는 구조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며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자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인프라인 이더리움을 대거 보유한 비트마인에 매수세가 몰렸다. 비트마인은 이더리움 전체 유통량(약1억2000만개)의 2%를 보유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ETF도 순매수 상위 종목 명단에 자리를 차지했다. 8위에는 이더리움 가격을 두배로 추종하는 '볼라틸리티 셰어즈 2배 이더' ETF(1억5771만달러). 30위는 'T렉스 2배 롱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데일리 타깃' ETF가 차지했다.

이 펀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투자 기업인 스트래티지 주가를 2배로 추종한다. 뒤이은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고액의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한 자산가의 수도 급증세다. 지난달 국세청이 발표한 '2025년 해외금융계좌 신고실적'에 따르면 올해 5억 이상의 가상자산계좌를 신고한 사람은 2320명으로 지난해(1043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신고액도 10조4000억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7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가상자산 투자가 극단적 변동성을 즐기는 일부 투자자를 넘어, 전략적 자산배분을 신경쓰는 고액자산가들까지 접근할 정도로 보편화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전까진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유동성 랠리의 일시적 현상 정도로 여겼던 보수적인 투자자들마저 직간접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한동 유진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는 "코인베이스가 S&P500 지수에 편입되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서고, 이론적인 개념 정도로 취급받던 스테이블코인이 지니어스법 통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며 "상당수 고액자산가들이 가상자산 투자의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지식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은 직접 비트코인 등을 매수하기보단 거래소를 비롯한 인프라 기업에 투자해 시장에 올라탈 것을 권고했다. 이 PB는 "어떤 가상자산,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유망할 지 판단하는 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시장이 성장하면서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는 국내외 거래소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 투자자에겐 가장 권장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