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민연금은 싫다"…'국가주도' 퇴직연금 못믿는 2030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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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상 의원 직장인 800명 설문조사
직장 73.4% 퇴직연금 의무화 찬성
기금형 전환에도 59.3% 찬성
운용 주체는 '독립적 금융기관' 42.8%로
'국민연금식 국가 주도형'(38.4%) 웃돌아
2030은 '국가 주도형 못믿겠다' 훨씬 높아
'원금 보장' '운용 투명성'이 수익률 보다 우선
직장 73.4% 퇴직연금 의무화 찬성
기금형 전환에도 59.3% 찬성
운용 주체는 '독립적 금융기관' 42.8%로
'국민연금식 국가 주도형'(38.4%) 웃돌아
2030은 '국가 주도형 못믿겠다' 훨씬 높아
'원금 보장' '운용 투명성'이 수익률 보다 우선
27일 여론조사 기관 피앰아이가 한국경제신문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73.4%가 퇴직연금 의무화에 찬성한다고 밝혔으며, 반대는 16.1%, 유보는 10.5%였다. 기금형 전환에 대해서도 59.3%가 찬성, 23.5%가 반대, 17.3%가 유보를 선택해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령별로 보면 25~29세에서 의무화 반대 비율이 25.0%로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30대 역시 반대 18.1%로 평균보다 높아, 젊은 층이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강제’라는 요소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40대는 반대 12.1%, 50대는 14.7%로 젊은 세대보다 수용도가 높았다.
이 같은 '불신'은 실제 경험과 불안에서 비롯된다. 퇴직금 체불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 19.1%였는데, 25~29세도 15.0%가 경험했다고 밝혔다. 아직 근속기간이 짧아 실제 퇴직 경험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체불을 겪은 비율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불안 심리다. 20대의 41.0%가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 37.9%보다 높은 수치로, 제도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청년층에서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전환시 우려되는 점에 대해선 ‘운용 실패 위험성’ 25.0%와 ‘정치 개입 가능성’ 15.9%를 우려 사항으로 지목해 국가 주도의 퇴직연금 운용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제도의 의무화나 기금형 전환 자체는 거부하지 않지만,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칫 퇴직연금을 국가 주도형으로 변경할 경우 청년세대로부터 불신받고 있는 국민연금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만 20~39세 남성 600명과 여성 552명 등 총 11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벌인 결과 응답자의 75.6%는 '국민연금제도'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73.3%는 '국민연금 개혁에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62.4%가 동의했다.
한편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고용노동부 이달초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수탁자 책임 확보 등을 위한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월 출범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추진 자문단’이 수탁자의 충실 의무,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추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 제도 설계 방향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에서는 △수탁법인의 설립 주체(공공·민간, 영리·비영리 여부) △이사회 구성 방식(노사 대표 참여 여부, 대표자 선출 방식) △자본 요건 △외부 감독 및 평가 체계 등 거버넌스 전반이 검토된다. 정부는 특히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충실 의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장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교 대상은 영국,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다. 호주는 기금 성과를 평가하는 ‘퍼포먼스 테스트(performance test)’ 제도를 도입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책임성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도 각각 법률을 통해 수탁자의 충실 의무와 이해상충 방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사회 구성과 공시 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한국 실정에 적합한 ‘책임성 강화형 기금형 제도’를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은 “기금화를 추진한다면 국민 선택권을 보장하고 독립적 전문기관이 기금을 투명하게 운영해 제도 실효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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