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AI 스타트업 xAI로부터 AI 모델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머스크가 AI를 계기로 손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운영하는 테슬라는 트럼프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완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양측이 전기차 정책을 두고는 여전히 충돌하는 모습이다.

◇xAI, 美정부와 AI 공급 계약

AI 손잡은 트럼프·머스크…전기차는 여전히 갈등
미 연방조달청(GSA)은 25일(현지시간) xAI와 협약을 체결해 이 회사의 ‘그록’ AI 모델을 기관당 18개월간 0.42달러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발표했다. GSA는 “이 독보적인 공급은 연방정부의 역대 AI 계약 사상 최장기간인 18개월간 유효하고 2027년 3월까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에는 xAI의 고급 추론 모델인 ‘그록4’와 ‘그록4 패스트’ 접근 권한이 포함된다고 GSA는 덧붙였다.

이번 계약은 GSA가 주요 AI 기업과 AI 조달 협정을 맺는 ‘원거브(OneGov) 협정’에 따른 것이다. 연방정부가 특정 기업의 모델에 종속되지 않도록 여러 업체와 단기 계약을 맺어 비교 및 검증 기회를 보장하는 게 핵심이다. 메타, 구글, 오픈AI, 앤스로픽도 각각 정부와 단기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번 그록의 계약 기간이 18개월로 가장 길다. xAI 사용료 0.42달러도 주요 경쟁사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GSA와 1년간 기관당 1달러에, 구글은 0.47달러에 계약했다. AI 업체들이 정부와 초저가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정부라는 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마케팅은 물론 시장 선점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행정부가 모든 연방정부 기관을 대표해 ‘단일 주체’로 협상하는 만큼 협상력이 크다는 점도 한 이유다.

이번 계약에 따라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6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예산안(OBBBA)을 두고 충돌했다. 당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배은망덕하다”며 새로운 정당 창당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끝내는 것”이라며 테슬라 등이 정부와 맺은 계약의 해지를 경고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에서 두 사람이 재회하면서 관계가 반전됐다는 평가다.

◇테슬라, 온실가스 규제 완화 폐기 촉구

양측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7월 미 환경보호청(EPA)은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위해성 판단 폐기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 위해성은 EPA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발표한 과학적 기준으로, 이후 각종 환경정책의 근거가 돼 왔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는 이날 EPA에 제출한 서류에서 “도로에서 운행되는 모든 엔진과 차량에 온실가스 배출 측정·관리·보고 의무를 면제해 주는 꼴”이라고 온실가스 규제 완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 판단이 법적 근거를 갖추고, 탄탄한 사실적·과학적 기록에 기반하며, 15년 이상 연방법의 확립된 부분으로 자리 잡아 왔기에 EPA가 이를 철회하지 않도록 정중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동안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내연기관 완성차 업체는 정부 위해성 판단에 따라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으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왔다. 정책이 폐기되면 테슬라는 탄소 배출권 판매로 올려온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