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굶어 죽겠다"…'어쩔수가없다'서 찾은 영화계의 고민 [BIFF]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7일 서울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시사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작품은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만수는 25년간 몸 담았던 제지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고 만다. 눈물겨운 그의 행보는 우리 모두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 이병헌은 "베니스, 토론토 영화제를 다녀오면서 영화산업의 위기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제지업의 몰락이 영화계의 상황과 닮아 있다. 극장이 사랑받는 공간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모든 영화인들의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AI가 배우와 감독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휘순은 "영화만 바라보다 굶어 죽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 한 적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며 "영화인들이 힘을 내 좋은 작품을 만들면 관객이 반응하고 산업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민은 "배우라는 직업이 언젠가 기술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직업을 잃는다는 점에서 극 중 인물들과 다르지 않다"며 "이 불안이 곧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했다. 염혜란 역시 "영화산업이 위기인 건 사실이지만, 정성과 공을 다하면 관객들이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63회 뉴욕영화제 공식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다.
평범한 인물이 갑작스러운 해고라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가는지를 박찬욱 감독만의 시선으로 그러낸 작품이다. 재취업을 위한 경쟁을 이어갈수록 극단적인 선택지에 직면하는 '만수'의 모습과, 그가 겪는 내적 갈등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의 아이러니한 유머를 더했다.
올해로 3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항해에 들어간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관객이 마음껏 영화제를 누릴 수 있는 관객 친화적 영화제가 목표다. 폐막식은 26일이다.
부산=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