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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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공연하면 떠오르는 식음료는 뭘까? 보통은 위스키, 담배, 고급진 와인 안주들. 하지만 이번엔 빵과 재즈가 만났다. 향긋하고 고소한 빵 내음이 퍼지는 공간에서, 그 빵을 만든 이의 재즈 음악을 들어보는, 공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시간을 경험해보았다.
출처. © 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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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듀오로 활동하고 있는 ‘Momo’ (보컬 : 예진 안젤라 박, 콘트라베이스 : 황슬기)의 ‘종자 헌정 ‘빵’ 째즈 공연’. 보컬 예진 안젤라 박이 직접 발효한 효모 ‘종자’를 활용하여 만든 빵을 먹으면서, Momo의 재즈 라이브 음악을 듣는 시간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빵의 맛, 향, 의미에 맞게 뮤지션이 직접 페어링한 재즈 곡 셋리스트로 공연이 진행 되었단 것이다. 예진 안젤라 박은, 빵의 근본부터 모든 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스스로가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는 단단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제빵하는 사람으로서 빵에 대한 상세한 도슨트와 함께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을 통해, 빵을 눈과 귀와 코와 혀, 모든 감각으로 즐기도록 기획되었다.
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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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네 개의 빵과 각 빵에 어울리는 두 곡의 재즈 음악. 총 여덟곡으로 이루어진 공연. 첫 번째 빵은 고소한 들깨 사워도우였다. 평소 즐겨 먹던 빵과 달리 아주 단순하고 깔끔한 풍미였다. 그에 걸맞게 ‘God Bless the Child’와 ‘Give Me the Simple Life’를 선보이며 고소함의 깊이를 묵직하게 잡아내려 음악을 통해 빵을 곱씹게 만들었다.

두 번째 빵은 감자 포카치아. 쫄깃한 도우에 짭짤한 감자와 향긋한 바질이 올라가 식욕을 돋구는 특별한 맛이었다. 돋보이는 짠기에 걸맞게, 바다에 대한 두 곡이 페어링되어 이어졌다. ‘Natalia Lafourcade’의 ‘Soledad y el Mar’가 첫 곡으로 이어지며, 말랑한 빵 사이로 에메랄드빛 카리브해에 부드럽게 빠지는듯 했다. 이후 두 번째로 이어진 곡은 ‘Alfonsina y el Mar’. 47세에 홀로 바다로 걸어들어가 생을 마감한 아르헨티나의 유명 여류 시인, 알폰시나 쓰도르니를 기리는 곡이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빵의 충만한 마무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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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수막 포카치아가 소개되었다. 중동에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활용해온 향신료 ‘자타르’를 얹어, 팔레스타인식 전통빵 ‘수막’을 본딴 빵이었다. 이전의 다른 빵들과 달리 맛과 향을 넘어, 빵과 음악을 통해 Momo가 전하고자 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더욱 특별했다.

생소한 향신료이지만 더욱 기억에 남는 뜻깊은 맛. 그에 걸맞게 베이시스트 황슬기의 자작곡 ‘Hope For Love’를 들려주며 사랑으로서 모두가 희망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또, 미사일이 날아가고 포탄이 터지는 전쟁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밥을 짓고 생활을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을 보며 직접 작사, 작곡한 Momo의 공동 자작곡 ‘If this can be tolerated, what can’t be?. 수막을 먹음으로써 맛으로 그들의 문화를 가까이 경험하고, 음악을 통해 그들의 아픔과 상흔에 더 깊이 공감하며 간절한 평화를 빌어보았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재즈를 넘어,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예술로서의 음악이 무척 특별하고 뜻깊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빵은 바로 비건 초코 쿠키였다. 빵 종류는 아니었지만, 이 또한 ‘종자’를 활용해 만든 것으로서 달고 짭짤하고 찐득한 맛이었다. 달고 짜다하면 역시나 사랑 아니겠는가. Momo는 비건 초코 쿠키를 위해 ‘I’m in the Mood for Love’와 ‘Best Things in Life Are Free’를 선보였다. 비건이지만 무척 자극적인 맛. 사랑이기에 더욱 짜릿한 음악. 입안 가득 퍼지는 달큰함과 귓속 가득 차오르는 열량 넘치는 음악에 그저 행복해지는 마무리였다.
출처. © 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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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 쩝쩝, 킁킁, 쫑긋. 재즈를 즐기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뮤지션이 직접 만든 빵과 함께 즐기는 재즈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듯 하다. 빵, 빵과 어울리는 라이브 재즈, 그리고 빵에 대한 뮤지션의 철학까지. 그녀는 모든 음식의 근본을 바르게 정렬하였다. 직접 만들어져 안전과 건강, 비건하는 빵들. 그리고 Momo와 함께 이 모든 행복을 선사해준 빵의 어머니 ‘종자’까지 기억하고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고 아늑하고 충만한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 귀와 입, 모든 것이 더 할 나위 없이 완전할 수 있었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