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보다 지금을…경제학의 불확실성과 사랑의 불확정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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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원경의 책 경제 그리고 삶
영화 <이프 온리(If Only)>
‘만약에’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현재이다
영화 <이프 온리(If Only)>
‘만약에’보다 소중한 것은 지금 현재이다
이안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여자가 답답하다고 느꼈다. 영화는 우리에게 “인생에 있어서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가?” 하고 묻는다. 이루지 못한 사랑도 안타깝지만 이룬 사랑도 불행을 만날 수 있다. 이안과 사만다가 나오는 영화 <이프 온리(If Only)>는 일상의 평화를 시기한 듯 불행의 그림자가 무심코 다가오는 밤을 배경으로 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아내를 태워 가는데 사고가 나고 그녀가 죽는다면, 당신은 아마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해 그녀의 일기장을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있겠다. 영화 속 아내의 졸업 연주회이자 남편의 투자 설명회 날. 그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하루이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선물과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만, 그는 그날이 그녀의 졸업 연주회 날이라는 것조차 잊고 있다.
출근길. 옷에 쏟은 커피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가 중요한 파일을 두고 갔음을 알고 급히 투자설명회 장소로 향하지만 약간의 소동과 언짢은 일들이 벌어진다. 다시 시간이 흘러 그가 그녀의 졸업 연주회에 가는 길. 투자 설명회를 그녀 때문에 망쳐 버렸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는 졸업 연주회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기사와 대화를 나눈다.
“돌아오지 못한다면?”
“무슨 질문이 그래요?”
“공항에서 작별 인사한 후 두 번 다시 못 만난다면? 감당이 되겠소?”
“아니요. 아니요. 전, 못 살아요.”
“답이 나왔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살아요. 계산 없이 사랑하고.”
사만다의 졸업 연주회 후 레스토랑에서 힘들지만 사랑을 버티어 보겠다고 한 이안의 말에 대해 그녀는 그동안의 쌓인 감정을 눈물로 표현한다. 레스토랑에서 뛰쳐나와 혼자 택시를 타고 가던 그녀는 그가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그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큰 슬픔에 잠긴다.
만약 사고가 났던 시간에 그녀가 그곳에 없었더라면, 만약 그 택시를 타지 않았더라면. 그런 만약에의 가정을 해 본다. 하루는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데 그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와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을 보며 그는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사랑을 담은 최고의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 한다. 그는 전날과 똑같은 하루를 다시 한번 겪는다. 단 하루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도 둘은 사랑을 한다. 이것저것 재는 게 아니라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랑이니까. 다시 운명적인 시간 저녁 11시. 그녀가 택시에 탈 준비를 한다.
자신의 목숨조차 그녀의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제 그는 깨닫는다. 레스토랑에서 나와 택시를 타기 전, 빗속에서 마지막임을 직감한 그는 그녀에게 고백한다. 일과 성공만 더 중시하고 사랑에 서툴렀던 그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말해야 하니까 꼭 들어줘. 첫눈에 사랑하게 됐지만, 이제야 내 감정에 솔직할 수 있게 됐어. 늘 앞서 계산하며 몸을 사렸지.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진정 사랑했다면 인생을 제대로 산 거지. 5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또 사랑받는 법도...”
환자복을 입고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는 그를 생각한다. 정해진 운명을 피할 수 없음을 느낀 그는 최고의 하루와 최고의 고백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6개월 후 그녀는 그와의 약속을 지키듯 노래를 부른다. 그녀는 그를 그리워하고 또한 스스로 씩씩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어. 왜 나만 남아야 해?”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누구나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한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이런 멘트를 사랑하는 이에게 날리면 어떨까.
“오늘, 오늘 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그대는 모르겠죠. 당신의 감정을 보여주세요. 당신이 감정을 숨긴다면 난 영영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당신을 사랑해요. 그대도 날 사랑하죠. 이 선물을 받아주세요, 이유는 묻지 말고요.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 두려움이 있다면 내가 없애줄게요. 왜 내가 당신과 같이 있는지. 왜 당신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내 사랑이 그 모든 걸 알려줄 거예요. 우리의 젊은 날이 단지 추억으로 남는 날이 오더라도 당신이 내 옆에 있을 거라는 걸 난 알아요.”
우리의 삶을 영화 <이프 온리>의 관점에서 이야기 해 보기로 한다. 우선, 경제학적 관점이다.
먼저, 기회비용이다. 이안은 자신의 커리어에 몰두하느라 사만다와 함께할 시간을 희생한다. 하지만 그녀가 떠난 뒤, 그동안 무심하게 보낸 시간이 가장 큰 비용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제학적으로, 사랑과 관계에 쏟을 시간 역시 ‘투자 자원’이며 잘못된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기회비용을 남긴다.
다음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관계 속에서 이안은 사만다의 존재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그녀를 잃고 나서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가장 큰 효용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물질적 성취보다 관계와 정서적 교류가 주는 효용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리스크 관리이다. 이안은 비즈니스에서는 위험을 관리하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는 ‘리스크’에는 대비하지 못한다. ‘사랑의 불확정성’을 외면하다가 결국 가장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사랑은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상대의 마음을 보자. 오늘 사랑하지만 내일은 변할 수 있다.
다음은 상황적 변수이다. 사고, 질병, 환경 변화 등으로 관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내 마음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강도와 형태가 바뀌기도 한다. 즉 사랑은 경제학적 모델처럼 ‘확률 계산’으로 관리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 진정한 사랑은 ‘타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안은 마지막 하루에서야 사만다를 욕망이나 소유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온전한 타자로 받아들이고 헌신한다.
“괜히 어색해진 나를 보며 웃던 짓궂은 그녀가 생각납니다. 넌지시 내 맘을 열던 날, 차라리 돌직구였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텐데요. 괜히 돌려 말했습니다. 때로는 눈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잖아요.”
조원경 UN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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