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만기 10년 이상의 미국 중장기 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연 4%대의 매력적인 이자(이표금리)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내린다'…美 장기국채 베팅하는 서학개미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이달 5일까지 투자자들은 미 국채 27억8316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9월이 아직 20일 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순매수액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분기(36억9125만달러)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전망이다.

미 국채를 담은 펀드에도 자금이 몰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지난 석 달 사이 1조1417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미 국채 30년물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30년국채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539억원이 순유입됐다.

미 장기채의 매력은 높은 이자와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CNBC에 따르면 30년 만기 미 국채의 유통금리는 5일(현지시간) 기준 연 4.774%로 두달 전보다 0.381%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은 두달새 0.309%포인트 떨어진 4.086%로 나타났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시장에선 Fed가 올해 0.2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전례 없는 Fed 이사 해임까지 밀어부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따.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등 Fed가 기준금리 산출에 참고하는 주요 지표들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선물시장 참여자들의 거래를 기반으로 예측한 바에 따르면 10월까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인하될 확률은 70.8%에 달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향후 1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내릴 여력이 있다”며 “현재 미 장기채는 ‘안전자산’을 넘어 웬만한 주식보다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유망자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