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정부가 추진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관련해 “군사 작전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산업부가 허가한 87개 해상풍력 단지 상당수가 해군의 작전성 평가 과정 없이 선정된 탓에 군함의 항로·훈련·작전 구역과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단지에 중국 자본과 국유기업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군사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1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해군본부는 최근 ‘해상풍력발전의 해군 작전 영향성 평가’ 연구용역의 중간 점검 결과를 산업부에 전달했다. 용역을 맡은 안보경영연구원은 “해군 작전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중간 결과를 내놨고,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국가 안보 사안은 협의가 불가하다”고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각 기업이 산업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뒤 군 작전성 평가, 해역 이용 협의 등 별도 인허가를 받아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허가받은 87개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 14개만 국방부 동의를 받았다. 이 중 상당수는 레이더 전파 간섭 등 공군의 평가는 받았지만 정작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해군의 작전성 평가는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안보 관련 사안을 간과한 여파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A해상풍력단지 등 일부 프로젝트에 중국 국유기업이 참여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지의 설계·조달·시공(EPC)은 중국에너지건설그룹(CEEC)이 맡았고, 핵심 자재인 해저케이블은 중국 기업인 헝퉁광뎬이 납품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을 포설하는 과정에서 해저 지형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작전성 평가를 엄격하게 시행하면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해상풍력발전 관련 사안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황정수/김리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