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에 사상 처음으로 자연재난 사태가 선포된 데 비해 인접 지역인 속초 양양 고성 삼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급수 상황을 유지해 ‘인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해안 전체가 이례적으로 적은 강수량 탓에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진 곳은 강릉이 유일하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의 6~8월 누적 강수량은 187㎜로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속초(275㎜) 태백(230㎜) 등도 비슷했지만 제한급수는 강릉에서만 시행됐다. 구정면 주민 신모씨(42)는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아이 씻기기도 힘들다”고 했고, 교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생수를 사다 쓰느라 하루 수십만원이 든다”고 토로했다.

강릉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14.4%로 전날(14.9%)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저수율은 매일 0.5%포인트 안팎씩 하락해 수일 내 10% 붕괴가 우려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군 물탱크 차량 400여 대와 소방차 70여 대를 동원해 급수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근 저수지 활용과 함께 해수 담수화 시설 설치까지 논의했다. 또 이날부터 행안부 환경부 국방부 강원도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강릉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이 꾸려져 물 공급과 생수 배분을 관리한다.

강릉과 달리 속초는 2018년 가뭄을 겪은 뒤 지하댐과 암반 관정을 구축해 63만t 이상의 빗물을 비축했다. 속초 시민 8만여 명이 3개월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양양 고성 삼척 등도 소규모 저수지와 지하수를 활용해 수원을 다변화했다. 이에 비해 강릉은 생활용수의 87%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해 저수율이 곤두박질치자 곧장 제한급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